
경기도의회가 전용 공용차량 배정 대상이 아닌 교섭단체 대표의원 등 특정 의원들에게 전용차와 운전직원을 배정하기 위해 한 해 용역비로만 수억 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용차량 운전 명목으로 고용된 용역 직원은 도의회의 관리·감독 범위에 벗어나 있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의회 차원의 처벌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도의회는 매년 용역계약을 통해 도의회 부의장과 교섭단체 대표 등 4명의 도의원에 각각 전용차와 전용 운전직원 등을 배정하고 있다.
이들 도의원에게는 전용차 1대와 운전원 1명이 각각 배정돼 있으며 도의회는 버스 차량 운전원 인건비 등을 합쳐 용역비로 매년 약 3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와 도의회의 공용차량 운영 기준과 상충되는 것으로, ‘경기도 공용차량관리 규칙’에 따르면 의회 의장만이 전용차를 배정받을 수 있다.
해당 규칙에서는 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경기도지사, 도 부지사,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경기경제자유구역청장, 경기도남부자치경찰위원장 등을 전용차 배정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도의회에는 총 35대의 공용차량을 두고 의장 몫으로 1대의 대형·다목적 승용차를 둘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도의회는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이같은 규칙을 고려하지 않고 부의장, 교섭단체 대표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도의회 관계자는 “도의회의 관행에 따라 다른 의원들보다 의정활동이 많은 부의장과 교섭단체 대표들에 고정 배차를 하고 있다”며 “전용 운전원 또한 예전부터 입찰 등 절차를 통해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의회가 수억 원을 들여 전용 운전원들을 고용해도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문제점도 있다.
도의회는 전용 운전원도 의장 몫으로 1명만 둘 수 있고, 일반 운전원이 아닌 전용 운전원을 추가로 고용하려면 용역 입찰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도의회의 용역계약이 절차적 문제는 없으나 이를 통해 고용한 직원의 경우 의회 차원에서 징계 등 처벌 조치를 할 수 없다.
일례로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 전용차 운전을 맡은 용역 직원 A씨는 지난 13일 새벽 5시 36분쯤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인근에서 도로변 건물을 들이받는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냈다.
혈중알콜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A씨는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 일정으로 지난 12일 광명을 방문했다가 다음 날 만취 상태로 공용차량을 사적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도의회는 용역업체에 해당 직원의 해고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도의회 관계자는 “법률상 도의회가 직접 처벌 조치를 취하지 못하기에 용역업체에 이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면서 “공용차량 사적이용에 의한 고발은 향후에 가능한지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