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 민간위탁 제도가 그 취지를 잃었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대중음악가의 활동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인천음악창작소’ 위탁기관에 부평구문화재단이 선정됐다.
지난 3년 동안 운영해왔던 예술인 중심의 민간 비영리단체 (사)인천음악콘텐츠협회는 행정 조직이 뒷받침 돼있는 부평구 출자·출연기관과의 경쟁에서 밀려 인천음악창작소를 떠나게 됐다.
애초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고,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사)인천음악콘텐츠협회는 다른 민간단체와 마찬가지로 행정역량, 조직규모, 예산집행력(약 38배) 등에서 부평구문화재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인천음악창작소 예산은 연간 5억 원 안팎이다.
반면 출자출연기관인 부평구문화재단의 지난해 예산은 2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때문에 위탁기관 선정 평가 항목인 행정안정성, 재정건정성 등에서 민간단체가 부평구문화재단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이 수행할 업무를 민간에 맡겨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성과 창의성을 활용한다는 문화예술 민간위탁 제도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평구문화재단의 참여자격 및 사업범위 적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인천음악창작소 위탁운영은 ‘인천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광역 단위 사업이다. 하지만 부평구문화재단은 ‘부평구민의 문화복지 증진’을 정관상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부평구문화재단이 인천시 사업을 수탁 운영하는 것 자체가 설립 취지와 정책적 정당성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문화계 한 관계자는 “부평구문화재단이 위탁사업에 참여하는 구조는 형식적 공모를 빌미로 민간의 역할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나아가 관 주도화된 문화정책이 예술계 다양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부평구문화재단 선정으로 향후 민간 중심의 예술인 단체들이 참여할 동기마저 위축되는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이는 지역 문화 생태계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