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3년 넘게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강화로 수출과 투자가 동시에 위축되면서 역대 최장기 부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3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국내 매출 기준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2025년 5월 전망치는 85.0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88.0)보다 3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2개월 연속 하락이다.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로 BSI가 80선에 머물렀다.
BSI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반대로 100 아래면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 BSI는 2022년 4월(99.1) 이후 3년 2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며, 통계 집계 이래 최장 기간 동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부진이 특히 뚜렷하다. 5월 제조업 BSI는 79.2로,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던 2020년 8월(74.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비제조업도 90.8로 기준치를 밑돌며, 5개월 연속 부진세를 기록했다.

제조업 세부 업종 중에서는 의약품(125.0), 식음료·담배(107.1) 업종만이 기준선을 웃돌았다. 나머지 8개 업종은 모두 침체 국면에 머물렀다. 특히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정책 여파로 글로벌 통상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기업 심리는 얼어붙고 있다.
비제조업에서는 5월 황금연휴 효과가 기대되는 여가·숙박·외식(142.9), 운수·창고(107.7) 업종이 긍정적인 전망을 보였다. 그러나 나머지 5개 업종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문별로는 내수(87.2), 수출(89.1), 투자(87.2) 등 전 부문에서 부진이 이어졌다. 이 같은 ‘트리플 부진’은 지난해 7월 이후 11개월 연속 계속되고 있다. 특히 수출 BSI는 2020년 9월(88.5) 이후 처음으로 9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발 관세 정책과 주요국의 맞대응으로 국제교역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 수출 주력 업종에 대한 투자 촉진과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기업 심리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