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록파 박두진 시인의 고향, 안성이 시(詩)로 다시 깨어났다.
'2025 안성맞춤 시詩 축제 시종일간'이 26일 안성맞춤랜드 일원에서 펼쳐지며 봄 햇살 속에서 시와 자연, 사람을 잇는 특별한 하루를 완성했다.
'2025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 이번 축제는 시민과 문학의 거리를 좁히고, 안성의 문화적 정체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전 10시, 안성맞춤랜드 일대에는 시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부스가 문을 열었다. 문학관, 대학교, 출판사, 공예단체 등 45개 부스가 참여해 시를 쓰고 듣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플리마켓과 푸드트럭도 함께 운영돼 축제의 흥겨움을 더했다
퍼니밴드의 금관 5중주로 축제의 문을 연 뒤, 오후에는 시인 안도현·박준의 토크콘서트, 삼행시 대회, 시낭송회, 요가·명상 프로그램이 차례로 이어졌다. 방문객들은 잔디광장 곳곳에 설치된 오픈 라이브러리에서 책을 읽거나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며 여유로운 봄날을 즐겼다.

특히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방송콘텐츠제작과 학생들은 '문학과 영상의 만남'을 주제로 부스를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관람객들은 준비된 키워드를 활용해 직접 시를 써보거나 아이패드로 제작된 시 관련 콘텐츠를 체험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문학을 만났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방송콘텐츠제작과 24학번 정상현 학생은 "박두진 시인의 시를 어떻게 영상화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최근 유행하는 유튜브 스타일의 강의식 영상을 참고해 시를 쉽고 친숙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문학과 영상이 서로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작업을 하면서 결국 둘 다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예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문학적인 사고가 앞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도 깊이를 더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박두진 시인의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점에서 큰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축제는 시를 주제로 한 영화 '한강에게' 상영으로 마무리됐다. 방문객들은 푸드트럭에서 간단한 음식을 즐기며 조용히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긴 하루 동안 시와 함께 보낸 시간은 자연스럽게 한 편의 시가 되어 시민들의 마음에 남았다.
안성시 관계자는 "시와 음악, 자연이 어우러진 축제를 통해 시민들이 일상 속 작은 쉼표를 찾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안성 문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개회식 무대에 오른 김보라 안성시장은 "청록파 시인 박두진 선생을 비롯해 조병화 시인, 윤재천 수필가 등 많은 문인이 사랑한 곳이 바로 안성"이라며 "시를 통해 시민들이 따뜻한 위로를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시장은 한강 작가의 시집 '괜찮아'의 한 구절을 직접 낭독하며 "모두 괜찮은 하루를 보내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