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수출에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5월 초순 수출이 미국의 관세 조치와 연휴 영향 등으로 전년 대비 24%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 수출 품목이 줄줄이 부진했고,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도 20% 이상 줄었다.
관세청이 12일 발표한 ‘5월 1~10일 수출입 현황(잠정)’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액은 12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8%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월 초순 기준 수출이 29% 급감했던 2020년 10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수출 감소의 원인으로는 미국발(發) 품목별 관세 여파와 조업일수 축소가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5월 초순의 조업일수는 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6.5일)보다 1.5일 적었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25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수출 품목별로는 주요 10대 품목 중 반도체(14.0%)만 유일하게 증가했다. 미국은 아직 반도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반면, 자동차는 미국의 품목별 관세 영향으로 수출액이 11억 2200만 달러에 그치며 전년 대비 23.2% 급감했다. 석유제품(-36.2%), 선박(-8.7%) 등도 부진했다.
수출 대상국별로는 미국(-30.4%)과 중국(-20.1%) 모두 급감했고, 베트남(-14.5%), 유럽연합(-38.1%) 등 주요 수출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 여파로 전 세계 주요국의 대미 수출이 동시에 위축되면서,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한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동반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출 둔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동차·철강 등 주요 품목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이미 시행 중인 데다, 반도체 등 다른 전략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2025년 3월 국제수지(잠정)’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예상보다 강하고 광범위하다”며 “시간이 갈수록 관세 효과가 확대되면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다시 한 번 구조적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간 공급망 재편과 통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중장기 전략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