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피가 묻은 빵을 계속 먹어야 하나?” “빵보다 목숨 값이 싸다” 거대 식품기업인 SPC에서 또 다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를 비난하는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9일 새벽 시흥시에 있는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작업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빵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 중 몸이 빨려 들어가 변을 당한 것이다.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경찰은 평소 컨베이어 벨트가 삐걱거리면 작업자가 몸을 깊숙이 기계 안으로 넣고 윤활유를 뿌리곤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0일자 7면 ‘SPC 공장서 또 사망 사고…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고가 나자 공장 작업자들 사이에서는 “SPC는 안전을 챙기는 척만 한다” “사측이 보여 주기식 대책만 반복하면서, 정작 현장은 변한 게 없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SPC 공장에서 발생한 인명사고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에도 평택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작업자가 야간근무 중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졌다. 이후 회사의 비인간적인 대응도 지탄을 받았다. 회사는 끔찍한 사고를 현장에서 목격한 작업자들의 트라우마는 아랑곳없이 사고 직후에도 사고 발생 기계와 동일한 기계를 제외하고 공장을 정상 가동했다. 고용노동부가 사고 발생 기계와 동일한 기계에만 작업중지 명령을 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노동부는 추가 작업중지를 권고했고, 회사는 해당 층의 작업을 중지했다. 이 소식을 들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SPC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샤니, 삼립식품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사지말자는 운동이 확산되기도 했다.
당시 기계에는 자동 방호장치가 없었고, 2인 1조 작업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SPC는 노후 기계 교체, 안전 장비 설치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1년 후인 2023년 10월에 이번에 사망사고가 난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빵 포장기계에 50대 작업자가 손을 다쳤다. 이어 11월엔 컨베이어가 내려앉아 작업자가 중상을 입었다. SPC 계열사 성남 샤니 공장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 10월엔 작업자의 손가락이 절단됐고, 2023년 8월에는 50대 작업자가 장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SPC는 매년 수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대표적인 식품 대기업이다. 그럼에도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그 이유를 ‘일시적인 사고 수습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노동계도 분노하고 있다. SPC에 대한 강도 높은 특별근로감독과 공장 전체에 대한 구조적 점검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근본적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현장 감독자 등을 불러 안전 수칙 미준수 여부를 수사하고 있으며 공장 내 CCTV 영상 분석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수사에 돌입했다. SPC 측은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잇따른 노동자 사망·부상 사고로 물의를 빚은바 있어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계열사에서 안전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 회사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만든 사람들, 즉 정작 책임져야 될 사람들은 빠지고 말단 현장 관리자들만 처벌하니까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노동계의 목소리에 정부와 경찰, 회사 모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민주노총 경기본부가 성명에서 주장한 것처럼 3년 전인 2022년 평택 SPC 계열 SPL 제빵공장사고 때 제대로 처벌했다면 이번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다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