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전반 막판 터진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1-0으로 이겼다.
당초 선발이냐, 교체냐를 놓고 말이 많았던 손흥민은 결국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후반 22분 히샬리송 대신 교체 투입된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1점차 리드를 지키는데 집중했다. 마지막 경기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선수 및 코칭스태프들과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2023년 해리 케인이 팀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 후 팀의 주장직을 맡은 손흥민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국인 최초 유럽무대에서 팀을 대표해 우승 트로피를 가장 먼저 들어 올리는 세레모니를 보여줬다.
무관의 명문 토트넘 역시 2007-2008 리그컵 정상에 오른 이후 준우승만 4차례를 기록하는 등 우승과 연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무려 17년 만에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영광을 재현했다.
2008년 8월 함부르크 유스팀에 입단해 뛰어난 재능으로 주목을 받은 손흥민은 2010-2011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를 통해 유럽 1군 무대에 데뷔했다. 2012-2013시즌 바이엘 04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두 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는 등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2015년 꿈에 그리던 EPL 구단 토트넘에 입단했다.
입단 후 10년차가 된 손흥민의 커리어에 가장 큰 결점은 바로 우승 경험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이번 우승이 손흥민에게 더욱 특별하고 큰 의미가 됐다. 특히 이번 시즌 이후 사실상 이적을 앞두고 있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작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감을 품게 해줬다.
사실 이번 시즌은 손흥민에게 가장 큰 위기와 시련의 시즌이었다. 시즌 전부터 불거진 소속팀과의 재계약 문제와 에이징커브로 인한 기량 저하에 대한 지적이 시즌 내내 지속돼 왔다. 여기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특히 26일(한국시간) 2024-2025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브라이턴과의 최종전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토트넘은 강등권(18~20위)의 바로 위인 17위로 밀린 상태라 손흥민에게 이번 유로파리그 우승은 그누구보다 절실했다.
이번 유로파리그 우승이 손흥민에게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유럽 진출 후 15시즌 만에 일궈낸 결과물이며 개인적으로 3번의 준우승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또 누구보다 토트넘의 우승을 바랐던 팬들에게 캡틴 손흥민을 다시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부터 우승을 예감하며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는 팬들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우승에 대한 선수들과 팬들의 염원이 곳곳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번 우승으로 캡틴 손흥민과 출전 선수들의 이름은 토트넘 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자리잡게 될 것이다.
'무관의 설움'을 털어낸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의 '캡틴' 손흥민(32)은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 오늘 현실이 됐다. 오늘만큼은 나도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소감을 전하며 "한국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어서 기쁘다"는 말로 국내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경기신문 = 우경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