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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신 5등급제, 경쟁 완화 효과 의문…보완책 찾아야

한 번 미끄러지면 끝, “학습 동기까지 저하” 지적

  • 등록 2025.06.13 06:00:00
  • 13면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학교 현장에 도입된 ‘5등급제’ 성적 평가가 오히려 학생들에게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위 등급의 폭이 좁고 한 번 떨어진 성적을 회복하기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는 것이 현장 반응이다. 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한 민감성도 커지고 교사 기록에 대한 민원이나 이의제기도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동기를 줄 수 있는 평가제 보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나온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올해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내신 등급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완화됐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내신 경쟁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현재 내신 평가에 적용되고 있는 5등급제의 경우 기존 9등급제보다 등급 수는 줄었지만, 한 등급 안에 포함되는 학생 수가 늘어 등급 간 점수 폭이 넓어졌다. 


절대평가 기반의 성취평가제를 도입해 ‘줄 세우기’를 완화하고 협력 중심의 수업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지만 내신 경쟁 완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생들의 반응이다. 지난해와 같은 점수를 받았어도 5등급제로 인해 등급 자체가 하락하고 한번 떨어진 등급은 만회가 어려워 내신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마저 드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5등급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중상위권 학생들이 줄어든 등급 구조가 실질적인 성적 변별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전엔 다음 시험을 잘 보면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5등급제에서는 등급 이동 자체가 어려워져 학생들이 ‘포기’에 가까운 심리를 보이기도 한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전언이다. 교사들은 평가방식의 방향성보다도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변별력이 부족한 내신 대신 생활기록부나 비교과 활동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한 민감성도 커지고 교사 기록에 대한 민원이나 이의제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내신 경쟁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수능 정시를 대비하는 학생이 늘어나며 지난해 고등학교 학업 중단 학생은 1만 8498명으로 4년 전 대비 2배 증가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8년 대입 개편의 첫 적용 대상인 이번 고등학교 1학년생은 고교학점제와 대입 개편까지 두 가지의 격변을 겪어야 한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두 조건이 만난 셈이다. 일단 고교학점제부터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서는 학점을 취득·누적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그 취지는 대단히 바람직하다. 마치 수강 신청을 하고 졸업 요건을 채우는 대학교와 유사한 형태다. 


내신 평가가 5등급제로 바뀌면서 과목 평가는 절대평가로 A~E등급을 부여하면서 상대평가 등급(1~5등급)도 함께 기재하는 방식의 평가방식을 쓴다. 1등급 비율이 늘어난 만큼 2등급 비율이 줄어들어 학생들에게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주요 과목에서 1등급을 놓치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결국 3년 동안 진학에 유리한 수강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컨설팅 사교육 시장이 활발하게 형성돼 학부모들의 부담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의 교사 확보가 어렵다 보니 과목 개설도 쉽지 않다. 


고교학점제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운영 기술이 필요하다. 5등급제로 축소된 등급제가 야기하는 문제점들도 대폭 개선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등급별 숫자가 늘어서 한번 떨어지면 회복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 학습 의욕을 떨어뜨리는 문제는 심각하다. 허점이 없는 완벽한 제도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드러난 문제들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 지혜로운 대안을 찾아가는 게 곧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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