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정부에서 좌초됐던 상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본격화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와 함께 최근 급등한 코스피가 조정 부담을 딛고 37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는 3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여야가 합의한 상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개정안은 재석의원 272인 중 찬성 220표, 반대 29표, 기권 23표로 가결되며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여야 합의로 처리된 첫 번째 법안이 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 ▲전자 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 등이며,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을 현행 1인에서 2인 또는 전원으로 확대하는 조항은 여야 의견차로 이번 개정안에서는 제외됐다.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당초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됐던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기간 중 공약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민주당은 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왔고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던 국민의힘도 최근 태도를 바꿔 협상에 응했다.
국내 증시는 그동안 이재명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오다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3000선을 횡보하며 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코스피는 올해 상반기 들어 28.01% 뛰며(2399.49→3071.7) 21세기 들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3일 오후 2시 49분 기준 코스피는 3109.7을 기록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상법개정안 통과가 조정 가능성과 미국의 관세 유예 기한 임박 등 각종 우려를 넘어서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본질적인 원인”이라며 “우리나라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미국, 유럽, 일본에 비해서도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적 개선이 없어도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디스카운트 해소만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며 “당장은 뚜렷한 변화가 어렵더라도 주주를 의식한 경영이 강화되면서 점진적인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스피 상단을 바라보는 눈높이도 높아졌다. 하나증권은 이번 상법 개정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서막'이라고 평가하며 코스피 지수가 37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외국인 자금의 국내 유입이 늘면서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두언 연구원은 “상법 개정이 소멸한 재료로 치부하기보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서막을 여는 큰 틀의 전환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이전 고점을 넘어섰던 국면의 평균인 PER 14.2배를 적용하여 제시한 코스피 상단 3710포인트 도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규연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유예 종료를 앞둔 만큼 당분간 외환시장은 변동성이 큰 흐름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미국의 예외주의 소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달러 약세 흐름이 전개되는 중에 상법 개정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며 원화 강세를 지지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