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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의 책상풍경 세상풍경] 프라하행 야간열차

 

 

누군가는 어느 날 문득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지만, 뜨거웠던 이 여름 어느 저녁 나는 프라하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베를린 중앙역을 뒤로하고 네 시간 남짓 달려 또 다른 중앙역에 다다르니 새벽 다섯 시. 예약해 둔 호텔에 짐을 맡기고 곧장 거리로 나섰다.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 아름다운 거리를 거닐다 보면 프란츠 카프카, 드보르작, 스메타나, 알폰스 무하 등 프라하가 낳은,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낯익은 예술가들의 이름을 마주하게 된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유럽을 방문하는 많은 이들에게 가보고 싶은 도시로 손꼽히는 곳 중 하나다. 중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성과 다리, 다정한 골목과 건물들의 정경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이 나라가 겪어왔던 고된 역사의 굴곡과 그 아픔에서 배어 나오는 한의 정서가 우리의 그것과 닮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이 도시를 찾은 것은 사뭇 다른 이유에서다.

 

해마다 수백만 명 관광객이 모여드는 구시가지 한복판에 동유럽 한국학의 본원 카렐대학이 자리하고 있다. 1348년 보헤미아 왕국 국왕이자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카렐 4세에 의해 설립된 이 대학은 중부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이다. 카렐대학 한국학과는 1950년에 개설되어 70여 년간 발전해 왔다. 체코공화국 독립 이후 1993년 한국과의 수교가 수립되었으니 그 이전에는 조선학으로 불리었다. 2000년대 들어 세계를 강타한 한류와 K-POP 열풍으로 유럽의 한국학은 큰 확장세에 있고 이곳 프라하도 마찬가지다.

 

한국학 및 한국어과가 개설된 대학은 프라하 카렐대학 외에 올로모츠 팔라츠키대학이 더 있다. 교양과목으로 운영 중인 대학들은 물론 더 많다. 카렐대학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 문학과 번역 등 비교적 전통적인 학문 체제 내에서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는 데 반해 팔라츠키대학은 비즈니스 한국어 등 실용적인 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있다. 체코 내 한국 기업이나 관련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카렐대 한국학과는 프라하 올드타운의 셀레트나 거리에 위치해 있다. 로비를 지나 한 층 더 올라가면 전임 교수 다섯 명의 이름이 있는 현판이 보이고 천정까지 가득 찬 서고를 지나면 한국학과 연구실이 나타난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서가의 향기가 그윽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다. 그곳에 앉아 체코 현지의 한국어교육 현황과 발전 과제에 대해, 그리고 서울 한복판 성곽 아래 자리한 우리 대학과의 국제교류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거리에 맞닿은 커다란 창문으로 몰다우강의 선선한 저녁 공기와 관광객들의 웃음 소리가 잔잔히 들려왔다.

 

지난 6월 4일 새 정부 출범 첫날, 체코 원전 건설 계약이 체결되었다. 그간 여러 논란이 있었고, 유럽연합(EU)의 인허가 문제, 중장기 건설 과정의 수익성 문제, 현지의 정치적 상황 등 여전히 쟁점과 변수들이 남아 있기는 하나, 양국 관계는 가까워지게 되었다. 현지에서의 한국어교육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프라하 거리에서 한국어로 말을 건네오고 한국에 대한 호감을 표현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잠재적 학습자 요구분석, 교육기관 및 산업체 등 상황분석에 기반한 언어문화 교류 방안이 더욱 적극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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