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동물, 식물, 심지어 로봇까지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14년 만에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하고 새 전시 '우리는 지구별 친구들'을 통해 공존과 연결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이번 전시는 ‘공생’과 ‘연결’을 키워드로 사람과 동식물, 미생물, 인공지능 로봇 등 지구별에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존재들과의 관계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냈다.
우리가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생명이나 기술,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함께 살아가게 될 존재들까지도 친구로 받아들이며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는 감각을 길러보도록 돕는다.

전시는 두 개의 큰 공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공간인 '두근두근 연결된 우리'는 낯설고 다양한 생명체와의 ‘연결’을 주제로 마치 탐험을 떠나는 듯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우리 모두 변신’에서는 어린이들이 사람의 기준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을 다른 생명체로 상상해보는 체험이 이뤄진다. 타자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공존의 의미를 몸으로 느껴보는 시간이다.
이어지는 ‘땅에서 보내는 초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나무뿌리, 미생물, 곰팡이처럼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생명체들이 서로 얽히고 도우며 살아가는 생태계 속으로 작아져 들어간 듯한 체험을 통해 인간도 그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다음으로 마주하는 ‘아주 특별한 동물 친구’는 말도 걸고 움직이기도 하는 인공지능 로봇 레오와 오로라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특히 오로라는 바다 쓰레기로 고통받은 바다거북의 이야기를 담은 로봇으로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아이들에게 감성적으로 전달한다.
‘미래 신체 의상실’은 상상 속 미래의 몸을 입어보는 체험 공간이다. 아가미가 달린 모자나 거대한 팔 같은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보며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과 더 잘 살아가기 위해 내 몸이 어떻게 바뀌면 좋을지 상상해본다.

이어지는 ‘가상 친구? 진짜 친구!’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휴먼 ‘로지’가 관람객의 표정을 따라 하고 감정에 반응한다. 디지털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가상 세계에서도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새로운 연결 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 콘텐츠 ‘모두의 식탁’에서는 작가 황수경의 상상 속 수중 도시 ‘네오 워터피아’가 펼쳐진다. 기후 변화로 음식의 모양이 바뀐 미래 식탁에서 인간과 다양한 생명체가 함께 음식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고, 평등한 생태계란 어떤 모습인지 함께 이야기해보게 한다.

두 번째 공간 '와글와글 지구별 놀이터'는 전시에서 얻은 상상력과 감각을 온몸으로 풀어내는 놀이 공간이다.
박종진 작가가 설계한 이 공간은 낮은음자리표 모양을 본떴으며 높고 화려한 소리보다 낮고 조용한 음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원형 구조와 비스듬한 통로가 연결된 이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은 스스로 뛰어다니고, 만지고, 직접 체험하며 ‘연결’과 ‘균형’을 몸으로 느낀다.
놀이터 주변에는 다양한 놀이 활동이 마련돼 있다. ‘내 친구, 펭귄 구출 작전’은 위기에 처한 펭귄을 구조하는 게임이며, ‘누구나 촉각 야구’는 눈을 감고 손과 귀로 야구를 즐기는 활동으로 시각 외의 감각을 새롭게 확장시킨다.

‘너의 시선, 나의 세상’은 동물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체험 공간이다. 그 밖에도 ‘수리솔 수중연구소’ 등 여러 놀이 콘텐츠가 있어, 어린이들이 뛰놀며 다양한 생명과 친구가 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즐거운 체험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생명체의 다양성과 기술의 발전,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갈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관장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어서 오랜 기간 고민하고 노력해 선보이는 전시”라며 “앞으로도 박물관을 꾸준히 변화시켜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와 동반자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어린이에게는 흥미롭고도 따뜻한 체험이 보호자에게는 잊고 지냈던 ‘연결’과 ‘공존’의 가치를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