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 중 숨이 반복적으로 막히는 '수면무호흡증'이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박도양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김창훈 연세대의대 교수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한 실험쥐 모델을 통해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세포는 늘고 몸을 보호하는 조절 면역세포는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혀 산소가 부족해지는 간헐적 저산소(intermittent hypoxia) 상태가 특징인 질환이다.
단순한 코골이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 등 전신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중증 수면장애다. 최근에는 면역계 이상과의 연관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산소 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특수 챔버를 활용해 수면무호흡증 환경을 재현하고 하루 7시간씩 4주간 간헐적 저산소 자극을 가했다.
그 결과 면역 조절 역할을 하는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s)는 줄고 염증 유도 역할을 하는 Th17 세포와 IL-4, HIF-1 등 염증성 물질은 증가했다. 특히 Th17/Treg 비율이 크게 증가하며 면역 불균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암 등 다양한 면역질환의 발병 기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할 점은 실험을 중단한 뒤 4주간 회복기를 거치자 면역세포의 불균형이 정상화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통해 면역 체계도 회복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박도양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면무호흡증이 면역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코골이 문제가 아니라, 전신 면역질환과도 연결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Intermittent hypoxia induces Th17/Treg imbalance in a murine model of obstructive sleep apnea(수면무호흡증 마우스 모델에서 간헐적 저산소에 의한 Th17/Treg 세포 균형 변화 분석)’라는 제목으로 최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PLOS ONE)’에 게재됐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