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경찰청 등이 ‘IP 카메라 보안 관리체계 고도화 방안’을 내놨다. 가정집과 병원·마사지시술소 등에 설치된 IP(인터넷 프로토콜) 카메라 12만여 대를 해킹해 제작한 성 착취물을 유통한 범행에 대한 추가 대책이다. 정부의 대책에는 지금까지와 달리 설치업체·통신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IP 카메라 보안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책임소재 확대는 지극히 당연한 조치다.
지난달 3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IP 카메라 12만여 대를 해킹해 만든 영상을 해외 음란 사이트에 판매한 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검거된 피의자 2명은 일반 가정, 사업장 탈의실 등의 영상을 빼돌려 성 착취물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성 착취물 영상은 해외의 한 불법 사이트에 게시된 영상의 62%를 차지할 정도로 광범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 의해 각각 해킹된 IP 카메라는 약 6만 3000대, 7만 대다. 이들이 해킹한 카메라 가운데 중복된 건들이 있어 해킹 대상 카메라는 총 12만여 대로 집계됐다. 그러나 불법 사이트에 판매된 영상 수는 고작 1193개밖에 되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영상 유출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유추된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은 IP 카메라의 제조·유통·이용 단계에 집중됐던 보안 대책을 제품 외적 요인인 해킹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IP 카메라에 연결된 네트워크 보안의 주체가 모호하고, 이용자와 제조사에 보안 책임이 몰린 구조였던 지금까지의 허점을 보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부의 지난 10월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킹 방지를 위한 보안 조치를 필수적으로 수행하는 IP 카메라 설치업체는 59.0%에 불과했다. 이용자의 보안 인식도 낮다. 비밀번호를 초기 설정에서 직접 바꾼 이용자는 81.0%, 최근 6개월 이내 비밀번호를 변경한 경우는 30.8%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목욕탕·숙박업소·수술실이 있는 일부 의료기관 등 IP 카메라 해킹·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큰 사업장을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상 안전성 확보 조치 의무를 고지하고 대규모 영상 유출이 있었던 사업자는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병·의원, 마사지시술소 등 취약 사업장을 선정해 합동 사전 점검에 나선다. 아울러 요가·필라테스·병원·헬스장·수영장·산후조리원 등 생활 밀접 시설 IP 카메라의 경우 보안인증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IP 카메라 제품 설계 단계부터 복잡한 비밀번호 설정 원칙이 적용되도록 하는 법령 개정도 도모한다.
정부는 IP 카메라의 통신 연결에 필요한 암호화가 되지 않은 서버를 식별한 다음 불법 사이트 목록과 비교해 차단하고 있으나 이를 우회해 등장하는 불법 사이트가 골칫거리다. 이에 대해 비복호화 기반 트래픽 분석 등 차단 기술 고도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IP 카메라 제품 대부분이 중국 등 해외에서 설계, 제조되는 상황이라는 점이 심각한 변수다. 해외 제품 적용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가 불법 사이트 차단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기술적 대응을 병행하겠다고 하지만 이 문제는 난제로 여겨진다.
사이버 범죄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윤리적 문제다. 엄청난 피해에도 불구하고 설치업체나 통신사가 책임감 있게 대응하지 않는 데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팽배해 있다. 유료 고속도로를 운영하면서 그 도로를 번번이 악용하는 범법자들의 분탕질에 나 몰라라 하는 행태가 어떻게 정상적일 수가 있나. 사이버 범죄는 이용자들의 왕성한 신고 정신과 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하여 차단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IP 카메라 설치업체와 통신사의 책임 한계를 넓히는 조치는 의미 있는 정책 변화다. 물론, 이용자들인 국민의 사이버 보안 의식 강화가 함께 가는 것은 필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