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선택 기준이 ‘브랜드’에서 ‘가격’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초저가·묶음 할인·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가성비 마케팅’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의 저가형 자체브랜드(PB) 상품의 경우 지난해 매출 비중이 대폭 상승했다. ‘노브랜드’의 지난해 연매출은 1조 3000억 원으로, 2025년 상반기 전년 대비 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8일에는 전 품목을 5000원 이하로 구성한 자체브랜드(PB) ‘5K PRICE(오케이 프라이스)’를 론칭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PB 브랜드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를 강화해 식품군을 두 자릿수 이상 늘리며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 12%를 달성했다. 홈플러스 역시 올해 식품과 비식품 PB브랜드를 일원화한 뒤, 상반기 PB 비중을 12%까지 끌어올렸다.
편의점 업계도 저가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CU의 지난 7월 행사 품목은 지난해보다 38.7% 증가했으며, ‘득템 시리즈’ 등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 상품의 매출이 함께 상승했다.
GS25는 3000여 종의 판매 상품 중 매달 절반 이상에 할인 판촉을 진행해 행사 상품의 월평균 매출이 10%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 와인명가’로 불리는 세븐일레븐은 저가 와인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소비자 데이터 기업 닐슨아이큐(NIQ)의 '2025 PB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의 77%가 PB를 일반 브랜드의 대체재로써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는 편의점과 온라인몰 중심의 ‘작은 소비’를 통해 가성비를 추구하고, 중장년층은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에서 대량 구매를 통해 실속을 챙기는 방식이다.
수원시민 김모 씨(34)는 “예전에는 브랜드를 보고 샀는데, 요즘은 PB 제품이 훨씬 싸고 품질도 나쁘지 않아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며 “가격이 오르다 보니 이제는 습관처럼 ‘단위 가격’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몰 모두 가격 중심 전략을 강화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