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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 상호작용의 복원...DMZ 비(非) 극장 상영 프로그램

비극장 상영 프로그램, 애기봉 전시관서 10월 12일까지
‘창경’ ‘물에 빠져 죽지는 않을 거야’ 등 다섯 작품 소개
사라져가는 존재와 현상을 기록한 영상 설치

 

김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전시관에 들어서면 어둑한 공간에 낯선 빛과 소리가 겹쳐 흐른다.

 

부식된 필름의 파편, 물속을 유영하는 신체, 확대된 씨앗의 영상, 숲과 태양을 잇는 빛의 궤적, 그리고 일식이 만들어낸 검은 원까지. 다섯 편의 영상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연의 얼굴을 불러내며 관람객을 사유의 자리로 이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비(非) 극장 상영 프로그램’의 주제는 ‘자연의 얼굴’이다.

 

폭염과 홍수, 산불 같은 재난이 일상이 된 지금 전시는 재앙의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 사라져가는 존재와 현상들을 포착한다. 그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오래된 관계가 어떻게 단절되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다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묻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이장욱의 ‘창경’이 관람객을 맞는다. 일제강점기 창경궁 동물원의 비극을 발광하는 나뭇잎과 부식된 필름 속 이미지로 소환하며, 식민지 시대 또 다른 희생자였던 동물들의 존재를 되새긴다.

 

이어지는 마리아 에스텔라 파이소의 ‘물에 빠져 죽지는 않을 거야’는 필리핀 해안선을 배경으로 유년의 기억과 식민 지배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교차시킨다. 바다를 헤엄치는 신체는 저항과 생존의 언어로 변모하며, “우리는 침몰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전한다.

 

 

설수안의 ‘씨갑시’는 평생 씨앗을 모아온 농부들의 삶을 기록하며 씨앗을 하나의 주체로 제시한다. 극대화된 씨앗의 영상과 농부들의 손길이 병치되면서,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공존이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플로리안 피셔·요하네스 크렐의 ‘통과의례’는 숲과 태양을 매개로 생명의 순환을 은유한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순간을 광학 장치와 영상으로 구현해 생태적 상상력을 환기한다.

 

마지막으로 케빈 제롬 에버슨의 ‘태양이 삼켜질 때’가 전시의 끝을 장식한다. 지난해 북미에서 포착된 개기일식을 필름 카메라로 집요하게 기록하며, 천문 현상을 넘어 역사와 정치의 맥락까지 확장한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전시관 전시는 오는 10월 12일까지 이어진다.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되며, 민간인 통제 구역에 위치해 관람객은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한편,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새들에서는 같은 주제로 9편의 프로그램이 오는 12일부터 17일까지 전시된다.

 

두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규모와 맥락 속에서 ‘자연의 얼굴’을 보여주며 관람객에게 자연과 공존을 향한 다양한 시선을 제시한다.

 

한편 50개국 143편의 국내외 최신 다큐멘터리 상영을 확정 지은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오는 11일부터 9월 17일까지 7일간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특례시 일원에서 열리며, 산업 프로그램인 DMZ Docs 인더스트리는 9월 12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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