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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의 촌스러운 이야기] 인류 공멸로 가는 미필적 고의

 

가평군은 올여름 큰 수재를 입었다. 7월19일~20일 쏟아진 극한 폭우에, 이곳저곳에서 산사태가 났고, 계곡과 하천이 범람해 큰 피해를 입었다. 한 생존 주민은 그 날밤 ‘물이 서서 가는 것을 봤다’며 공포의 순간을 전해주기도 했다. 다행히 나의 집과 마을은 무사했지만, 수재 지역의 복구를 돕기 위해 현장에 가서 수재의 참상을 보면서, 인간이라는 종은 도대체 얼마나 더 참화를 겪어야 정신을 차릴까 하는 암담한 질문을 계속 되뇌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재앙은 아직 내게 닥치지 않았을 뿐이지 국경을 불문하고, 산간과 도시를 불문하고 연례행사처럼 닥치는 재앙이다. 그 재앙의 강도는 세지고, 빈도는 잦아지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도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화석연료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고, 그나마 믿었던 EU도 지난 7월 초 당초 계획보다 사실상 완화된 기후 목표를 발표해 환경단체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이런 모습들은 인류가 함께 죽을 수는 있어도 지는 것은 못 참는 죽음의 문명 속에서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죽음의 문명 속에서 K-Initiative를 주창하는 우리나라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

 

때마침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pop 그룹 ‘헌트릭스’가 어둠의 악령을 무찌르며 선한 영으로 가득찬 ‘혼문’의 세상을 만드는 K-Initiative의 모습을 보여줬다. 현실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나의 희망찬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바로 북극항로 열풍이다. 북극항로는 현재 약 4개월(7~10월) 정도 운항이 가능하며, 기술적 문제 등이 해결된다면 2030년경에는 연중 항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북극 항로가 열릴 정도로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우리는 안전할까? ‘극한’, ‘괴물’ 폭우를 넘는 파멸적 폭우가 쏟아지고, 감당하기 어려운 슈퍼태풍이 올 것으로 예측하는 학자도 있다. 미국 기후변화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2030년경 부산항이 평균 해수면 보다 낮아져 물에 잠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데, 바로 그 부산항을 북극항로의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는 ‘북극항로 시대 주도 K-해양강국’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외국의 주요 해운사들조차도 환경 보호를 이유로 북극 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판에 대한민국은 ‘북극 항로’의 나팔수로 나선 격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악령을 퍼뜨리는 ‘사자 보이즈’의 모습이 K-Initiative가 가고자 하는 모습인가? 어제(10일) 배포된 경기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민의 89%가 ‘기후위기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생각’하고, 90%가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 는 공멸의 길로 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반복된 산재 사망은 미필적 고의 살인”이라 하고, 자살을 “사회적 재난의 관점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한다면 생명 중심의 리더십을 보여줘 국민의 큰 호응을 얻었다. 바로 그런 생명 중심 관점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해 무대응, 느린 대응 또는 온실가스 감축의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정책은 인류 공멸로 가는 미필적 고의의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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