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속권 독점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던 검찰청이 사라진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일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최대 관심은 검찰청 폐지였고, 예상대로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을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고,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명칭을 바꿔 기소권만 행사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처리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9월 검찰청은 폐지된다. 1948년 검찰 조직이 만들어진지 78년 만에 문을 닫게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대한민국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에 대한 조정, 즉 검찰개혁 논의는 수십년 간 이어져 왔다. 그 때마다 검찰 내부의 반발과 국회로 스며든 정치검찰 출신 정치인들의 집요한 반대로 좌절됐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공론화에 나선 것은 김영삼 정부였다. 첫 번째 문민정부였던 김영삼 정부는 검찰권한의 분산을 위해 공수처 설립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으나 하나회 등 다른 개혁과제에 밀리고 검찰 내부의 반발로 결국 포기했다. 김대중 정부는 검찰의 기소독점을 개혁하기 위해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했다. 노무현 정부는 본격적인 검찰개혁을 구상했으나 여론을 얻지 못해 좌절했고 ‘검사동일체’를 폐지하는 수준에서 멈췄다.
보수정권에서도 검찰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했으나 검찰조직의 반대에 부딪혀 흔적만 남기는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에 경찰의 재지휘 건의를 보완하는 정도의 검경수사권 미세조정에 머물렀고,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설립하는 정도였다. 박근혜 정부는 대검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 시행 정도의 수준에서 검찰개혁을 다뤘다. 비록 변죽만 울리는 수준이었지만, 검찰 출신 정치인이 대거 입성했던 보수정권 시절에서도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의 폐해는 계속 발생했기 때문에 그나마 검찰개혁의 흔적이라도 남기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본질적인 검찰개혁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검경수사권 일부조정, 공수처 설립, 검찰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 등을 제도화 했지만,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면서 모든 것이 형해화 되고 역풍에 시달리며 좌절했다.
보수 진보정권을 막론하고 추진했던 검찰개혁 의제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으로 모두 사라졌다. 검찰의 위상이 최대치로 커졌다. 과거에는 수사·기소독점권이라는 권한을 이용해 정치권력과 거래를 하며 검찰권력을 유지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으로 검찰권력은 정치권력까지 장악했다. 국무위원과 정보기관은 물론 정부 고위직, 심지어 공공기관까지 검사들이 장악했다. 당연히 검찰의 비상식적 조직문화가 정부로 스며들었고, 윤 전 대통령은 검찰조직 다루듯 국정을 운영했다. 그러나 폐쇄적인 검찰조직과는 다르게 여러형태로 광범위한 국민참여가 제도화된 정부조직, 검사와는 다르게 법과 국민여론을 두려워하며 존중하는 공직사회 때문에 윤 전 대통령 마음대로 국정을 주무를 수 없었고, 결국 내란까지 저지르게 된 것이다.
검찰청 폐지는 역설적이게도 검찰권력이 만든 결과다. 김학의 성접대·성폭행 무혐의, 이명박 다스 관련 무혐의, 김건희 주가조작 무혐의,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등 대한민국 검찰 조직이 숱하게 벌인 짓들은 범죄다. 언론이 지켜보는 큰 사건에 대해서도 이 정도인데 언론과 정치권도 모르는 일반사건에서는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권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끔찍한 고통에 빠뜨렸을지 쉽게 예상 가능한 일이다.
검찰청 폐지는 검찰개혁의 시작에 불과하다.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정부와 국회는 관련 법안과 시행령들을 꼼꼼히 준비해서 불가역적인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일부 검사들의 말처럼 잘못된 검찰개혁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향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거스를 수 없는 검찰개혁이 완성되어야 한다. 이를위해 정부와 민주당은 좌절했던 역사적 경험을 무겁게 받아들여 사법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바람이고 대한민국 정상화의 기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