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엄마! 내가 잡은 생물 등록됐대!”
지난 20일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열린 농업·농촌 연계 교육프로그램 ‘오리랑 논에서 노는 날’ 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이 뜰채를 들고 논두렁을 누비며 외친 소리였다.
가을볕이 따사롭게 내리쬔 논 위로 우렁이와 잠자리 유충이 튀어나오자 아이들 눈빛은 금세 반짝였다. 아이들이 가져온 통에는 새로 잡힌 논생물이 ‘등록’이라는 이름의 놀이로 하나둘씩 쌓여갔다.

아이들은 설명을 들을 때도 금세 몸을 들썩이며 뜰채를 휘둘렀다. 처음엔 한두 걸음만 나서던 아이들이 어느새 논 구석구석까지 범위를 넓혀 생물을 찾았다. 고개를 숙이고, 흙을 긁고, 스포이드와 돋보기를 들여다보는 아이들 곁엔 부모의 웃음이 번졌다.
경기도 의왕에서 온 김현철 씨는 “뜰채로 직접 논바닥을 훑어서 생물을 채집해보니까 그 논 속에 그렇게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동물을 좋아하는 김민준 군(11)은 손에 쥔 작은 곤충을 가리키며 “재밌었다. 흙을 떴는데 많은 논생물이 잡혀서 너무 신기했다. 또 우연히 멸종위기종을 잡았는데 내 눈으로 보니 신기하고 무섭기도 하고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한켠에서는 농업생태계조사원이 아이들이 잡아온 생물을 하나씩 확인해 줬다. “이건 아시아 실 잠자리예요, 이미 등록됐네요”라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이건 왕 우렁이인데 유기농 벼재배지에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어요”라며 설명을 곁들였다.
아이들은 생물 이름이 불릴 때마다 환호하며 자신이 채집한 작은 생명체를 자랑스러워했다.

체험을 마친 뒤 아이들은 자리를 옮겨 간단한 퀴즈와 설명을 통해 농업과 농촌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직접 체험한 뒤라서인지 수업을 훨씬 즐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이 시간에는 오리농법 동영상을 통해 유기농업의 원리를 배우고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 마을 사례를 들으며 농촌협약과 문화도시 개념을 접했다.
이어 순환 생태농업, 무투입 농업, 새가리 순환 농업 같은 지속 가능한 방법을 살펴보고 봄·여름·가을·겨울의 순환 농업 특징을 퀴즈로 풀며 알아갔다. 또 농업의 공익적 가치(식량·수자원 보존)를 짚고 문당리의 변화 속에서 미래 농촌의 모습까지 함께 그려봤다.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주형로 홍성환경농업교육관은 “교육을 자꾸 인간이 전달하는 걸로 되는데 자연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생물은 서로 협력하며 살아간다. 그 이치를 배우는 게 바로 이런 체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연은 변하지 않고 그 원칙이 그대로 살아 있다. 그 원칙을 존중하며 아이들이 자라난다”고 덧붙였다.

체험의 마지막은 박물관 앞마당에서 이어졌다. 길게 늘어선 줄 끝에는 기다란 현미과자가 하나둘 뽑혀 나왔다. 부모와 아이가 손을 맞잡고 50m 넘게 뽑아낸 과자는 금세 잘려 나가 모두의 입에 들어갔다. 고소한 과자의 향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널리 퍼졌다.

논에서 시작된 작은 놀이와 발견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섰다. 아이들은 다양한 생명체와 마주하며 농업과 농촌이 가진 생태적 가치를 깨달았다.
생물이 협력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협동의 의미를 배우고 곤충이 살 수 있는 논을 만들기 위한 농부의 노력을 떠올렸다. 이는 농촌 공동체가 지켜온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자연스레 느끼게 했다.
놀이처럼 시작된 하루가 아이들에게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부모들에게는 농업·농촌의 소중함을 새삼 확인하게 했다. 단순히 재미로 시작한 체험은 농촌의 미래를 함께 지켜가야 한다는 작은 약속으로 이어졌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