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사과·배 등 대표 과일 가격 부담이 예년보다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공급 물량은 늘어나지만 소비자들의 구매 의향은 줄어드는 ‘수급 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2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1000명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가정용 과일 구매 의향이 작년보다 “줄었다”는 응답이 35.7%로, “늘었다”(9.5%)는 응답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비슷하다는 응답은 54.8%였다.
구매 의향이 감소한 이유로는 ‘가격 부담’(62.1%)이 가장 많았고, 이어 ‘가족이 싫어해서’(11.9%), ‘가족 구성원 감소’(8.8%), ‘품질 저하’(8.8%) 순으로 나타났다.
추석 성수기 2주간 과일 공급은 지난해보다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과 출하량은 6.5% 증가하고, 배는 7.2%, 단감은 무려 119.3% 늘어날 전망이다. 추석이 지난해보다 늦고, 고온으로 수확 시기가 밀리면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때문이다.
대표 과일은 여전히 사과(35%)와 배(12.9%)가 차지했지만, 애플망고(12.1%)와 포도(11.2%) 같은 이색 과일도 선물세트에 포함됐다. 과일 선물 세트 지출 의향은 3만~5만 원대(40.4%)가 가장 많아 ‘실속형’ 흐름이 뚜렷했다.
유통업계는 이를 두고 “전통 명절 과일 소비가 ‘필수’에서 ‘선택’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차례상에 올릴 사과·배가 사실상 의무였다면, 지금은 가족 축소와 취향 다변화로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차례상을 준비한다는 가구 비율은 2016년 74.4%에서 올해 40.4%로 9년 만에 반 토막 났다.
이런 변화는 업계 전략에도 직접 반영되고 있다. 대형마트·백화점은 실속형 과일 세트를 3만~5만 원대 중심으로 확대하고, 애플망고·샤인머스캣 같은 인기 과일을 소포장으로 묶어 판매 중이다. 편의점은 1·2인 가구를 겨냥해 소용량 과일 세트를 내세우고 있다. 온라인몰은 배송 편의성을 내세워 과일 선물세트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과일 세트가 ‘명절 필수품’이었다면, 지금은 취향을 반영한 선택지가 돼버렸다”며 “앞으로는 고급 과일이나 이색 과일을 소포장·실속형으로 제안하는 게 주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