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아시아·태평양 경제권 최고 민간 의사결정자들이 모이는 APEC 최고경영자 회의(CEO 서밋)에서 미래 산업 의제를 직접 제시하며 ‘경제 외교’의 전면에 나선다. 에너지 전환, 인공지능(AI), 디지털 금융 등 전 세계가 공동으로 직면한 과제 속에서 한국 기업이 대응 전략을 설명하고 국제 협력 모델을 제안하는 자리다.
올해 APEC CEO 서밋은 29일부터 31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국가 간 산업 외교의 최전선으로 불리는 이번 행사에는 각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인, 정책 당국 관계자 등 2천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 총수들이 비즈니스 전략만이 아니라 정책적 제언까지 직접 발표하는 만큼,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한국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AI 인프라·디지털 금융…“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어”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단연 AI다. 29일 오전 발표자로 나서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환경 개선을 주제로 발표한다. 글로벌 빅테크가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현행 제도와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할 계획이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같은 날 오후 ‘통화의 미래’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맡는다. 오 대표는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새로운 가치 저장·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디지털금융 규제 체계 정비를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올 전망이다.
◇ 에너지 전환·공급망 안정…“지속가능성은 생존 전략”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전환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전략도 공유된다.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부회장은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산업계와 정부가 구축해야 할 협력 구조를 중심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현실에서 전력 인프라 고도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30일 기조연사로 나서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제조업이 취해야 할 전략을 제시한다. 탄소 감축과 자원 확보, 첨단소재 투자 등 포스코가 추진 중인 미래 산업 축이 소개된다.
31일 오전에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무대에 선다. ‘LNG 커넥트’ 세션에서 글로벌 LNG 협력 생태계 확장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전환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SK가 미국·동남아 등에서 추진해온 투자 성과도 공유될 가능성이 있다.
◇ 유통·스마트 에너지 혁신…산업 전 영역 논의
패널 세션은 산업 다양성을 보여준다. 29일에는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BU 부회장과 로버트 포터 쿠팡 글로벌정책총괄이 함께 AI 기반 유통 효율화 전략을 발표한다. 온라인·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진 글로벌 리테일의 변화상을 짚는다.
30일에는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대표가 참여해 지속가능한 AI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초거대 AI 투자 경쟁 과정에서 탄소배출 감소 등 균형 잡힌 발전 전략이 다뤄질 예정이다.
31일에는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와 주영준 한화퓨처프루프 CSO가 한·미 협력 기조 속 LNG 공급 안정화 모델을 제안한다. 이어 박영춘 한화큐셀 부문장은 AI 기반 가상발전소(VPP) 등 스마트 에너지 기술을 소개한다.
◇ “정상 외교와 맞물린 전략 무대”…재계 기대감 높아
재계에서는 이번 서밋이 한국 기업의 글로벌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시킬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술적 비전 제시는 물론이고, 투자 유치 및 연합 구축에 나설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각국 정상 외교와 나란히, 기업이 직접 산업·기술 의제를 이끌어가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한국 기업들이 국제 경제질서에서 주도권을 확고히 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