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요즘 TV 예능프로에서 근대사 강연을 종종 시청한다. 유명 강사들은 우리 역사를 아주 드라마틱하게 강연함으로써 대중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가 지나치게 예능화 되고 상업화 되면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낸다.
그 중 하나는 역사적 사실의 단순화와 왜곡이다. 역사적 사건은 복잡한 맥락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TV에서는 그 맥락을 단선적으로 구성하거나, 인물의 행적을 극적 서사로 꾸미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개항기나 일제강점기의 사건들을 지나치게 ‘선과 악’으로 양분함으로써 역사적, 그리고 사회경제적 배경을 단순화시켜 버린다. 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역사를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한 예로 명성황후의 경우가 그러하다. 명성황후는 우리 근대사의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인물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는 것은 역사의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전문성이 부족하고 검증도 잘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강사 중에는 학문적 연구보다 대중적 인기에 부합하기 위해 재미위주로 강의를 진행한다. 따라서 사실관계의 오류나 과도한 해석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역사 강연이 일종의 ‘역사 예능’으로 소비되며, 교육적 깊이보다 흥미 위주의 콘텐츠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시청자의 무비판적 수용 역시 문제가 된다. 쇼 형식의 강의임에도 수강자는 어느 새 흠뻑 빠져들어 강사가 하는 이야기를 무의식적으로 신뢰하게 된다. 이는 역사 이해를 다원적 탐구 과정이 아닌 일종의 신앙적 믿음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가치나 이념적 편향의 문제도 제기된다. 특정 관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거나, 현재의 정치 현실을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애써 연결 지어 시청자의 정치적 감정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역사 교육이 지녀야 할 객관성과 비판적 사고의 기능을 약화시키며, 역사 인식을 이분법적 사고에 가두는 결과를 낳게 된다.
역사 강연은 대중적 흥미 유발뿐만 아니라 사실 검증, 다양한 시각의 소개, 청중의 비판적 사고 함양이라는 교육적 책임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에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그렇다면 역사는 어떻게 다루어지는 것이 좋을까?
현재의 대한민국은 누가 뭐래도 위대하다.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근대화를 꿈꿀 희망조차 없게 철저히 약탈당하고 6.25전쟁으로 처참히 파괴되었던 폐허 위에서 우리가 초단시간에 근대화를 이루고 민주화를 달성한 것은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 눈부신 과정에는 선조들의 치적뿐만 아니라 과오, 그리고 백성들의 처절한 피와 땀, 그리고 희생과 한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따라서 우리의 진실 된 역사는 교과서에 실린 영웅담이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명 강사들이 들려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는 조선왕조의 그릇된 정치와 잘못된 선택으로 어려움에 처했던 적도 많았고 대한민국 수립 이후의 근대화 과정에도 도덕적이지 않고 정의롭지 못했던 역사의 장면들이 많다.
역사를 아름다운 면만 부각시켜 한편의 서사로 장식하기보다 지성의 눈으로 그 속살까지 바르게 볼 때 우리는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