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한국에 26만 대 규모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공급한다. 표면적으로는 “AI 생태계 지원”이라는 명분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분산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대만 해협 긴장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GPU를 실제로 운용할 수 있는 시장 중심으로 공급 우선순위를 재편한 ‘현실적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 “TSMC 리스크 최소화”…공급·수요망 동시 분산
중국과 대만 간 갈등이 심화되며 TSMC(대만반도체제조회사)에 대한 엔비디아의 높은 의존도는 그동안 구조적 리스크로 꼽혀 왔다.
그러나 이번 한국향 공급 확대는 생산 거점을 옮기는 수준이 아니라, 공급망과 수요망을 동시에 분산해 충격을 흡수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만에서 예상치 못한 생산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GPU 운용망이 완전히 멈추지 않도록 ‘운용 거점’을 분산하는 개념”이라며 “단순한 판매 확대가 아니라 글로벌 리스크 관리 차원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 GPU 30만 대 확보…한국, ‘즉시 운용 가능한 시장’
이번 공급분이 반영되면 한국은 기존 보유분을 포함해 약 30만 대 수준의 GPU 인프라를 확보하게 된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20만 대)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한국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기술력 ▲대형 데이터센터 인프라 ▲AI 서비스 기업 생태계 등 GPU를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수요 기반을 이미 갖춘 국가다.
업계에서는 “GPU가 들어오면 바로 돌아가는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실제 운용률이 높은 점이 엔비디아의 결정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 단순 판매처 아닌 ‘AI 운용 거점’으로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한국은 단순한 GPU 판매처가 아니다. GPU 투입이 실제 AI 서비스·연산 수요로 빠르게 전환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후속 매출(서버·클라우드·AI 솔루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공급망 안정성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실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라는 계산이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소재·부품 기술력과 글로벌 IT 인프라가 결합된 드문 사례로, 엔비디아의 장기적 파트너로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 韓 경제에 새로운 변수…“GPU 확보만으론 부족”
경제적 파급효과도 주목된다. 잠재성장률이 1%대에 머무르고 내수 여력이 제한된 한국 경제에서, 첨단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외국계 투자 유입과 기술 협력 확대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GPU 확보 자체가 곧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AI 모델 개발, 데이터 활용, 전력 인프라, 규제 환경 등 후속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하드웨어 중심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한국에 대한 선물이 아니라, 실수요에 기반한 상업적 판단”이라며 “한국이 엔비디아의 전략 거점으로 편입된 만큼, 정부와 산업계가 실증 환경·제도 지원을 병행해야 산업 효과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공혜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