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통가를 휩쓸던 ‘말차(녹차)’의 자리를 올가을에는 ‘고구마’가 대신하고 있다. 특유의 달콤하고 고소한 풍미에 따뜻한 색감이 더해지면서, 쌀쌀한 날씨와 MZ세대의 ‘제철 코어(Season Core)’ 트렌드에 맞물린 것이다. 제과·음료·디저트 업계를 막론하고 ‘K-고구마 신상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의 군고구마 매출 급증을 시작으로 아이스크림, 음료, 디저트 등으로 고구마 열풍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GS25는 700원짜리 초가성비 군고구마를 출시해 연중 상시 판매 체제로 전환했고, CU 역시 가을 시즌 가장 먼저 고창산 햇고구마 판매를 개시하며 ‘편의점 군고구마의 상시화’를 선언했다. 단순 간식을 넘어 동절기 필수 상품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아이스크림 시장에서도 고구마는 핵심 콘셉트로 부상했다. 해태아이스는 11년 만에 ‘마루’ 브랜드의 신제품 ‘고구마루’를 출시했다. 벌꿀과 쫀득한 고구마 다이스를 더해 식감과 풍미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웰푸드의 ‘빵빠레 꿀고구마’ 역시 시즌 한정 상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롯데웰푸드는 전북 고창군과 협업해 ‘고창 고구마 시리즈’ 12종을 출시했다. 카스타드·마가렛트·빈츠 등 대표 과자 브랜드에 고구마를 적용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커피전문점들도 고구마를 테마로 한 신제품 경쟁에 가세했다. 메가커피는 고구마 라떼 위에 크렘브륄레 토핑을 더한 ‘고구마 크림브륄레 슈페너’를, 이디야커피는 따뜻한 군고구마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아이스크림을 품은 군고구마’를 선보였다. 따뜻함과 달콤함의 조화가 SNS 인증 열풍으로 이어지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제철 코어’ 트렌드를 단순 유행이 아닌 ‘리스크 분산형 상품 전략’으로 분석한다. 물가 상승기에 고가 수입 원료 대신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시즌 한정 제품이 비용 안정성과 마케팅 효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서다. 고구마는 색감·식감·보관성 측면에서 가공이 용이해 유통업계의 계절 실험에 적합한 소재로 꼽힌다.
고구마 트렌드의 확산 배경에는 ‘따뜻함’과 ‘가성비’가 있다는 평가다. 노란빛·보랏빛 색감은 시각적 온기를 주고, 진한 단맛은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동시에 1000원 미만의 군고구마는 고물가 시대 ‘작은 사치’로 자리 잡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구마는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추억의 맛’이자 보편적 정서의 상징”이라며 “말차가 세련된 취향을 대변했다면, 고구마는 따뜻한 일상의 감성을 대표한다. 내년 봄 시즌에는 제철코어에 맞춰 ‘감귤·밤·인절미’ 등으로 테마를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