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댁이 네 살짜리와 한 살 된 형제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새댁은 항시 한 살 먹은 동생한테만 젖을 먹이고 예뻐했다. 네 살짜리 형은 열을 받아 엄마가 잠든 사이 몰래 엄마 젖에 독을 발라두었다. 그런데 다음 날 보니 한 살짜리 동생은 멀쩡하고 옆 집 아저씨가 죽어있더라는 것이다, 가벼운 우스갯소리다.
웃기는 이야기 일지라도 ‘젖’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내 엄마의 젖 생각이 난다. 어머니는 나에게 어떤 환경에서 젖을 물리셨을까. 수유 때의 어머니 가슴 분위기가 내 일생 동안 정서적 영향을 끼칠 수 있었을 것인데- 아니 정직히 말한다면 나는 늘 불안하고 초조한 심리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나는 지금 그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강가에 나와 흐르는 강물 소리 들으면서 디딤돌 위에 서서 어머니가 계시는 무덤을 향해 시선을 높이고 있다. 사랑을 잃고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위로가 된다고 한다. 동물은 단 것을 먹으면 기분이 나아진다고도 했다. 먹는 행위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체질적 심리적 영향학적 습관적 요소가 따른다. 낯선 음식을 기피하는 새 음식 공포증에서부터 반대로 최근 먹은 음식을 피해서 다양한 먹거리를 섭취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위장이 부실해 음식을 가려 먹고 찬 음식을 피하고 있는 나로서는 ‘저는 뭐든지 잘 먹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부럽기만 하다. 술도 청탁 불문 다 좋다는 사람이 한 번 더 쳐다보아진다.
우리 집 큰아들은 생선을 멀리한다. 나는 어려서 파김치를 못 먹었는데 지금은 먹고 있다. 생후 36시간밖에 되지 않는 신생아도 어른 얼굴 표정을 읽기 때문에 먹을 것을 주는 어른들의 음식 선호는 아이의 음식 선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럴수록 아이들과 내 음식습관에 따른 아쉬움이 따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타임'지가 밝힌 사형수들 최후의 식사를 보면, 스테이크, 햄버거, 감자튀김, 달걀, 위스키, 아이스크림 같은 고칼로리의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소설가요 극작가인 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1547년에 태어났다. 그는 가난한 어린 시절 해적들을 만나 노예생활을 하는 등 오랜 세월 힘들게 보내다, 1605년 '돈키호테'를 출간했다. 하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고 1616년 마드리드에서 눈을 감을 때까지 나아지지 않았다. 풍자 소설이 아닌 진정한 인간을 그린 최초이자 최고의 소설이라고 하지만, 세르반테스는 오랜 세월을 힘들게 보내다 갔다.
세상사 내겐 먹는 것도 사회적 균형 조건도 어느 것 하나 내놓을 게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명은 힘들어지는데 매력자본 없이 내 길 내 발로 갈 뿐이다. 사람은 ‘하루 독서를 통해서 손에 열쇠를 쥐게 된다’고 에즈라 파운드는 말했다. 거문고와 책을 즐기면서 근심을 녹였다는 도연명은 귀거래사에서 밝혔다. 그에게 책이 없었다면, 어린 사람에게 쌀 닷 말 때문에 고개 숙이지 않겠다는 자존심이 없었다면, 그는 오늘날의 도연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문학은 혼자서 길 없는 길을 내며 가는 것. 자본주의의 사막 길을 서서히 낙타처럼 갈 것이다. 그런데 가끔 ‘새댁의 젖’ 독약 사건을 생각하면, 이웃집 아저씨 같은 남모르는 범죄자는 네 살짜리 아이의 벌도 받는구나! 그래, ‘드러나지 않는 죄가 더 무섭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