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현 학교폭력 대응 시스템이 ‘교육적 개입’보다는 ‘법적 절차 이행’과 ‘응보적 처벌’ 등에 치중되면서 본연의 교육적 기능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기도와 경기의회가 개최한 ‘도내 학교폭력 실태와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그 수법이 다양화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학교가 고작 학폭 사후 대처에 허둥대기만 하는 현실은 하루빨리 혁신돼야 한다.
지난 19일 파주시 다누림 노인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5 경기도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5년 간 학교폭력의 형태가 사이버폭력·성폭력 등으로 다양해지고 폭력 피해·가해 응답률도 증가하면서 현행 대응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에서 이근영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는 사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며 “교사들은 (학교폭력 대응에 있어) 교육적 전문가가 아닌 법적 절차 관리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위원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학생의 성장을 돕는 회복적 정의 관점을 도입하고 갈등 초기 개입을 의무화하는 ‘교육적 기능 회복’, 교육 전문가 참여 확대, 객관적 사안조사 지침 마련을 통해 당사자 진술권·참여권을 보장하는 ‘절차적 공정성 확보’, 표준화된 매뉴얼 보급, 교육지원청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는 ‘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을 제안했다.
이근영 연구위원은 특히 “학교폭력 대응의 목표는 처벌이 아닌 모든 학생의 회복과 성장이어야 한다”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춘 교육적 해결 시스템을 통해 무너진 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고 학교의 교육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김희진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도 “현재 학교폭력 대응 제도는 ‘문제 행동에 처벌’을 가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어 결코 아동권리에 기반한 접근이라 할 수 없고 가해학생은 물론 피해학생의 보호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폭력에 대한 대응은 명확하고 단호해야 하지만 그 필요는 관계된 모든 아동의 차별 없는 보호와 지원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김익환 장학사는 “학교 밖 학교폭력 예방과 초등학생 대상 조기 개입, 신체·사이버폭력 대응 강화가 필요한 과제로 남았다”며 “도교육청은 실태조사 및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제도 보완을 추진해 학생들이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기도내 학교폭력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38.9%), 신체폭력(14.8%), 금품갈취(4.9%), 사이버폭력(8.0%) 등으로 나타났다. 또 도내 초중고교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응답률은 초등학생 4.6%, 중학생 2.0%, 고등학생 0.7% 순이다.
학폭 문제는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화가 빚어낸 구조적 산물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공감한다. 학폭 예방 교육은 형식적인 PPT 수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담임 교사는 과중한 행정 업무로 학생 개개인을 세심하게 돌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교사가 학생과 충분히 대화할 시간, 정서적 신호를 감지할 여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학폭의 싹은 조기에 발견될 수 없다는 비관론에 주목해야 한다.
학폭 예방은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온 국가사회가 나서서 자존감이 튼튼한 아이, 타인을 존중하는 아이, 갈등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조정할 수 있는 아이를 길러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아이들을 경쟁의 도구가 아닌 하나의 주체로 존중하는 사회 환경 구축에 나서야 한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식으로, 그저 드러난 학폭 사건에 대한 대증적 요법에 발이 묶인 학교의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대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