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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갑의 난독일기] 한 손으로 견디는 하루

 

운전대를 잡고 볼일을 봅니다.

 

똥을 누고 오줌을 쌉니다. 혹시 눈길이 마주칠까, 차창 너머를 살피며 생리현상을 해결합니다. 그렇게 모멸과 수치를 견뎌야 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입니다. 아니 현실입니다. 철도 기관사들은 그렇게 열차를 운전합니다. 새해가 열렸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2026년 1월 12일, 오늘도 그들은 운전대를 잡고 볼일을 봅니다. 운전석을 비울 수 없어서,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승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 달리는 열차 운전실에서 볼일을 봅니다.

 

볼일을 보는 순간에도 기관사는 핸들에서 손을 뗄 수 없습니다. 열차에는 ‘데드맨 스위치’가 있어서, 기관사가 5초 이상 핸들에서 손을 떼면 스스로 멈춰섭니다. 의식을 잃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 기관사에게 벌어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볼일을 봐야 하는 절박한 순간에도 기관사는 핸들에서 손을 떼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화장실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 소지하는 게 ‘에티켓 백’입니다.

 

고상한 용어 같지만 별것 아닙니다.

 

에티켓 백 안에는 휴대용 접이식 좌변기가 들어있습니다. 접이식 캠핑 의자처럼 생겼는데,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그 휴대용 좌변기를 가방에서 꺼내 운전석 옆에 펼치는 겁니다. 참을 수 있는 인내력이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한 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더듬더듬 좌변기를 펼칩니다. 그렇다고 기관사 본연의 업무를 방치할 순 없습니다. 다음 전철역에 도착하면 승강장 위치에 정확하게 열차를 멈추고 문을 열어 승객을 태워야 합니다.

 

용변을 위한 절차는 열차가 출발하고 난 뒤에야 다시 가능합니다. ‘비상용 배변 봉투’를 좌변기 구멍에 맞춰 덮어씌우고, 그 위에 쪼그려 앉아 용변을 봅니다. 그리곤 서둘러 봉투 안에 응고재(凝固劑)를 넣고 봉투 주둥이를 묶어야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응고재는 악취가 객실로 옮겨가는 걸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그 모든 절차를 기관사는 한 손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다음 역에 다다를 때마다 승객을 태우기 위한 본연의 업무를 계속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억지로 참고 버팁니다.

 

행여 그 순간, 차창 밖의 누군가와 눈길이 마주칠까 두려워서입니다. 여성 기관사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선택은 방광염에 시달리더라도 참고 버티는 것입니다. 그 선택을 위해 ‘스토퍼’라는 약을 먹기도 합니다. 용변을 참을 수 있게 도와주는 알약인데, 물이 없어도 녹여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으로도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답은 하나, 어떻게든 종착역에 도착할 때까지 참아야 합니다.

 

인천이든 신창이든, 마천이든 방화든, 대화든 오금이든, 참고 버텨야 화장실로 뛰어갈 수 있습니다. 다음 열차를 출발시키기까지 기관사에게 허락된 시간은 15분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화장실로 달려갈 순 없습니다. 우선 열차 꽁무니에 있는 반대편 운전실로 이동해서 ‘회차 준비’부터 해놓아야 합니다. 그러곤 무전으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보고를 마친 뒤에야 달려갈 수 있습니다. 허겁지겁 계단을 뛰어올라 역사 바깥에 있는 화장실을 향해서 말입니다.

 

당신은 어떠십니까.

 

전철을 타고 가다가 용변이 급해 내린 적 있습니까. 철도 기관사들은 삼백육십오일 용변을 참으며 열차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나와 당신의 출퇴근을 위해, 당신과 나의 안녕을 위해, 기꺼이 발이 되어주려 핸들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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