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될 경우 근로감독관이 선제적으로 조사하도록 지침이 개정됐지만,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부실 조사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관계자는 20일 경기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되면 근로감독관이 선제적으로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장이 객관적인 조사를 하도록 지난 15일 지침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지침은 수사기법 등이 포함된 내부 자료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개별 문의가 있을 경우 절차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감독관 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면 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사업장이 다른 결론을 낼 경우 근거를 요구한 뒤 객관적 조사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추가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침 개정은 이른바 ‘사업주 셀프 조사’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기존에는 노동청에 신고가 접수되면 사업장에 자체 조사와 결과 보고를 안내하고, 해당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행위자로 지목된 인물이 사업주나 그 친인척일 경우 조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실제 충북 청주의 빡다방 아르바이트생이 점주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사업장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서 '셀프조사'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도 개선을 지시하면서 이번 지침 개정으로 이어졌다.
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접수된 신고 6만5700건 가운데 사업주가 포함된 사건은 1만7473건으로 전체의 26.6%를 차지한다. 4건 중 1건 이상에서 사업주가 행위자로 지목된 셈이다.
문제는 현행법에 규정된 사업주의 조사 의무와의 충돌 가능성이다.
근로기준법은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노동자가 노동청에 신고해서 사업주에게 출석 통지서가 오면 그제서야 ‘인지’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정욱 노무사(노무법인 진정)는 “이미 감독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사가 별도로 조사를 하기도 어렵고, 자체 조사를 하지 않으면 법 위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주가 사전에 괴롭힘 사실을 인지했다면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청에 신고가 접수되면 신고 요지와 사실관계 등을 사업장에 통보해 자체 조사를 하도록 하는 건 기존과 같다”면서도 “다만 실무상으로 크게 달라진 건 조사를 맡겨놓고 결과를 수동적으로 받는 대신 감독관이 주체적으로 조사에 나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감독관 확충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조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노무사 업계에서는 괴롭힘 조사는 신고인, 피신고인, 참고인 조사, 보고서 작성 등을 포함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경석 노동분쟁해결센터 노무사는 “감독관 한 명이 괴롭힘 외에도 수십 건의 사건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폭행, 욕설 같은 명확한 사안이 아니면 부실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의 핵심은 공정성과 신속성이지만 제도 개선 방향은 엇갈린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인천 서구을)은 '셀프조사'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주 직접 조사를 규정한 현행 근로기준법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 노무사는 사업장 자체 조사를 유지하되 시행 규칙에 처리 기간을 2주 등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경기신문 = 남윤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