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흐림동두천 29.7℃
  • 구름많음강릉 37.2℃
  • 흐림서울 31.1℃
  • 구름많음대전 33.5℃
  • 구름조금대구 36.0℃
  • 구름조금울산 35.2℃
  • 구름많음광주 33.2℃
  • 맑음부산 32.1℃
  • 맑음고창 33.7℃
  • 맑음제주 32.8℃
  • 흐림강화 28.3℃
  • 구름조금보은 33.0℃
  • 구름많음금산 33.9℃
  • 구름조금강진군 33.0℃
  • 맑음경주시 38.2℃
  • 구름조금거제 31.9℃
기상청 제공

"남겨둔 가족과 제2의 이산"

 

지난 2000년 2월에 입국해 5년째 사할린 동포들이 살고 있는 안산시 고잔 1단지 '고향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유일한 안식처인 이곳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74~75세로 대부분 일제시대에 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갔던 1, 2세대 들이다.
현재 고향마을에는 489세대, 850명이 거주하고 있다.
광복 60년을 맞아 안산시 상록구 사동 '고향마을'을 찾아 사할린 동포 1세대인 윤상훈(90) 할아버지를 만나 살아온 과정과 바램을 직접 들어보았다.

◇조국에 뼈 묻고 싶은 일념으로 귀국
사할린에 1남2녀를 두고 온 윤 할아버지는 충청북도 보은에서 태어나 일제시대 전후인 23세 되던해에 철도노동자로 2년 기한으로 사할린에 징용됐다.
그후 많이 배우지 못했던 그는 기차에 실은 석탄을 삽으로 내리는 막노동으로 삶을 살았다.
"일제 놈들이 몹씨 추운 날로 기억되는데 잠깐 좀 쉬었더니 얼굴 등을 마구 때리고 임금 착취 등 갖은 만행을 저지렀다"고 회상했다.
윤 할아버지는 그처럼 힘든 나날속에서도 참고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서 만나 결혼한 부인 한복화씨(70)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해방된 후 많은 동포들이 일본에 의해 고국 땅을 밟아보지 못한 채 무참히 희생되었다고 증언한다.
"많은 동포들이 해방되자 마자 귀국하려고 큰 배를 탔는데 일본이 그 배를 폭파시켜 2천여명 넘게 사망했다"고 털어놓는다.
다행히 윤 할아버지는 동포들이 탄 배를 타지 못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후 계속 사할린에서 거주하면서 목수 보조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던중 지난 2000년 2월 이곳 영구임대아파트(50년)로 조국에서 뼈를 묻히고 싶은 일념으로 귀국해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처지가 비슷한 노인들이 모여살고 있어 그나마 고향에서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윤 할아버지는 "충청북도 보은에도 아들이 농사 일을 하고 있는데 수확한 햅쌀을 보내오는 등 자주 왕래하고 있다"며 "이번 추석에는 보은에 갈 생각"이라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었다.

◇주택관리공단 직원 6명, '자식노릇' 도맡아
안산시 사할린 영주귀국 동포들이 입주 할 때부터 동고동락을 해온 주택관리공단 직원들은 사할린 동포들에게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이상춘(48) 소장을 주축으로 윤범용(54·기계)·한상원(51·전기)·김민정(33·여·행정)·지기형(43)·우종성(31)씨 등이 집안 가족같이 돌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을 주민들이 고국에서 평안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입주시부터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24시간 1인 대기조로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홈닥터제를 도입해 시설물 보수를 비롯 입주자의 대소사, 전기제품 수리, 잦은 심부름 등 불편사항을 모두 해결해 주고 있으며 486세대 중 노환으로 생활이 어려운 96세대를 선정, 직원들이 일일이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사할린에 남겨둔 가족때문에 제2의 이산의 '恨'
윤 할아버지는 사할린에 1남 2녀의 자녀가 거주하고 있다. 아들은 사업을 하고 있고 첫째딸은 미용 기술을 활용하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고국에서 생활은 부인과 함께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고 정부에서 지원되는 1인당 45만원의 보조금으로 부족하지만 덜 불편하게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가끔식 잠자리에서 사할린에 남겨둔 자식이나 손자들 때문에 잠을 청하지 못해 뒤척인다고 심정을 털어놓는다.
그의 소망이라면 사할린에 거주하는 가족들을 하루 빨리 한국에 입국해서 같이 살다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고 되뇌인다.
주택관리공단 이상춘 소장은 "고향마을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은 사할린에 거주하는 동포로 1945년 이전에 태어나고 대한적십자사가 선정한 1세대~2세대로 한정돼 있다"고 말하고 "동포들 대부분이 남겨두고 온 가족들 때문에 이산가족이 아닌 제2의 이산가족이 되고 있다"고 그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고향마을 주민들 100세대 '리모델링' 요구
고국에서 5년째 접어들면서 생활하고 있는 고향마을 주민들은 100세대를 '리모델링'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안산 '고향마을'외에는 특별히 거주 시설이 없다. 귀국한 주민들은 2명씩이 입주하는데 대부분 고령층인데다 뇌질환, 중풍, 독거노인, 휠체어 등의 노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임대아파트 20평형에 입주한 세대는 부부이거나 남남이 살고 있어 갈등도 적지 않게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사할린에서 고국에 귀국할 때에는 2명이 왔다가 75세~87세로 워낙 고령층이기 때문에 병 질환 등으로 1명이 숨을 거두게 되면 1명이 남는데 넓은 평수에 1명이 살기에는 너무 넓다는 것이다.
현재 사할린에서 귀국할려고 대기중인 동포는 3천여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1명씩 거주하는 세대를 리모델링 해서 모두 한꺼번에 고향에 와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사할린 영주구기국 고향마을 노인회 고창남(70)회장은 "바램으로 마을 105동, 106동 등 100여세대를 리모델링 해서 사할린 동포들이 조기에 입국하기를 희망한다"고 토로하고 "병을 앓고 있는 노인층이라서 의료보험중 유료인 병원 치료비 해결과 숨은 후원자 홍모씨가 경기불황으로 후원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고 피력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