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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상처 갈수록 깊어진다

외래어 뒤섞이고...인터넷서 왜곡되고...

"한글이 신음하고 있다"
10월9일은 제559돌 한글날.
지난달 26일 민주당 손봉숙 의원의 '문화재에 가치순위를 부여한다면 귀하가 생각하는 우선순위는 ?'이라는 질문에 경인지역 중고생 503명 가운데 332명이 '훈민정음'이라고 답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우리의 자랑스런 말과 글인 '한글'은 이러한 인식과는 달리 심각하게 왜곡되거나 오염되고 있다.
특히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과 인터넷에 의한 한글 왜곡 현상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이대로 가다가는 세계최고의 말과 글로, 정보화 시대의 가장 적합한 언어로 꼽히고 있는 우리말 '한글'이 황폐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언어파괴=인터넷 언어의 오염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글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무시되고 네티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신조어가 무분별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언어가 인터넷 대화방이나 토론방 뿐만아니라 일상에서도 그대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안녕하세요’를 ‘안냐세요’ 정도로 줄여 쓰는 것은 나은 편.
그러나 'ㄴ ㄱ(누구)','OTL(엎드려 있는 사람을 이미지화해 좌절을 의미)', 'ㅉㅉ(‘짝짝’ 박수치는 소리)' 등은 뜻이 통하기 힘들다.
#'언어차이로 세대간 단절감 심화'=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일명 ‘외계어’는 한자와 숫자, 한글자모, 일본 히라가나, 특수문자 등을 혼합한 언어.
해석은 커녕 컴퓨터 자판에서 문자를 찾아내는 것 자체가 이런 문화에 익숙지 않은 기성세대에겐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한 초등학생이 최근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쓴 메일 내용중 ‘鉉⑨ㆀ②qⓔ△4ⓤㆀ’는‘당신을 위한 무척 친근한 친구’라는 뜻이라고 한다.
중학생 딸을 둔 주부 김숙자(42.수원시 영통구 매탄2동)씨는 최근 딸이 담임교사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내용을 옆에서 보다가 깜짝 놀랐다.
"^^;;."
김씨는 "딸에게 뜻을 물어봤더니 '숙제를 제출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 이모티콘으로 식은 땀을 흘리고 난감해 하는 표정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하더라"며 "세대차이를 절감했고 내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것 같았다"고 씁쓸해 했다.
#'글로벌'도 한글 파괴에 일조,간판은 '한몫'='국제화'라는 명목아래 영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영어로 된 기업브랜드나 제품을 만나는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다.
지난 3월 898개의 코스닥기업 중 회사명을 영어로 표기하는 곳이 469개, 한글과 영어를 혼합 표기하는 곳이 213개라는 발표가 있었다.
결국 75.9%가 영어로 상호를 표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한국통신·럭키금성·삼성전관·제일제당·담배인삼공사·국민은행이라는 이름보다는 KT·LG·GS·삼성SDI·CJ·KT&G·KB가 더 익숙할 정도다.
이처럼 '글로벌'을 표방하는 많은 기업들이 회사명,슬로건,제품명 등을 영문으로 표기하면서 한글이 따돌림 당하고 있다.
간판들도 한글 파괴에 한몫하고 있다.
수원시내를 걷다보면 엉터리 한글과 뜻 모를 간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꽃들 안’을 ‘꼬뜨란(꽃집) ’으로 표기하고‘깎고 볶고’를 ‘까꼬 뽀꼬(미용실)’로 바꾸는 등 엉터리 한글 철자를 사용한 간판이 즐비하다.
또 '졸라 빨라 PC방','미(味)친(親)구이(고기부페)','대(大)가(家)리(里)(음식점)'등 수십 여가지가 넘는 한글 왜곡 간판들이 거리 곳곳에 걸려 있다.
김태형(34)씨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한글의 왜곡현상을 배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견해=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준희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글쓰기에 숙달돼 리포트에 이모티콘 등 통신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결국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저하로 연결되며 전문지식을 대중적으로 교류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 강조했다.
수원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김광옥 교수도 “입사지원서에 비문을 사용할 뿐 아니라 채팅용어, 이모티콘까지 버젓이 사용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는 기본교양 수준과 진실성에 의심이 가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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