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어디서 무엇을 봐야 할까 예술에 관심이 없던 독자들이 칼럼을 읽고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냥 자신이 느끼는 대로 작품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척 고무적인 현상인데, 그럼 어디서 무엇을 봐야 하는 걸까? 대개 전시회라고 하면 국립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고흐, 모네, 샤갈….. 등 유명 화가의 전시를 떠올린다.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은 원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러나 조금 덜 유명해도 좋은 작품에 기획까지 참신한 전시들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시와 더불어 음악을 듣거나, 맛있는 식사를 하거나, 자연을 감상하거나 멋진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며 휴식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국립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의 대규모 유명 화가 전시도 좋지만 경험자는 동감할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채워서 그림보다 사람 구경만 하다 오거나 관람료가 너무 비싸서 망설였던 경험. 반면에 의외로 지역의 사설미술관들 중에는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미술관은 2023년 12월 기준으로 286개(전국), 문화 선진국이라고
묵직한 삶과 죽음을 그린 마크 로스코 내가 그의 그림을 처음 대한 것은 Orange and Yellow(오렌지와 노랑)였다. 캔버스에 오렌지색과 노란색이 반쯤씩 칠해져 있는 그의 그림을 보고 ‘아, 이게 뭐지?’하는 것이 나의 처음 느낌이었다. ‘와아~환하다!’가 나의 두번째 느낌, 그때만 해도 로스코는 내게 희망을, 빛을 가져다주는 화가였다. 그를 흔히 색면화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의 작품의 대부분이 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1903년에 태어나 1970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20세기 거장 마크 로스코. 그는 러시아 빈에서 태어나 유대인 박해를 피해 10세에 아메리카로 이주했고, 화가로서의 입지를 세운 뉴욕에서 많은 동료 화가들과 교류하였고, 구상 회화에서 초현실주의까지 활동하였다. 1940년대 후반부터 풍부한 색채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추상회화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바네트 뉴먼, 잭슨 폴록과 함께 1950년대의 아메리카 추상회화의 설립자로서 활약하였고, 색채 표현의 가능성을 크게 넓힌 화가이다. 1958년에서 59년에 걸쳐 뉴욕의 레스토랑을 꾸미는 시그램 벽화에 손을 댄 이후 대형 화면에 깊이 있는 정신을 표현하는 작품을 담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
요즘 삶의 방식 중 현대인들이 따르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은 삶이 바로 미니멀리즘이다. 적게 가지고 심플하게 살며, 느리고 여유 있는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너무나도 값싸고 품질 좋은 물건들도 많고, 우리는 늘 구매의 욕구를 촉진하는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 물욕을 끊기는 정말 힘들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그래서 호텔처럼 정갈한 집 인테리어를 꿈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싼 집 안에는 대부분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살고 있다. 며칠 전 셔츠 단추가 떨어져 오랜만에 바느질을 했다. 요즘 옷은 잘 헤지지도 않지만 헤진다 해도 바느질을 해서 다시 입지 않고 그냥 버린다. 바늘 귀에 길고 가느다란 실을 꿰다가 무심코 바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바늘의 모양이 이렇게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와 바늘이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얼마나 적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찬찬히 생각해보니 바늘이야 말로 미니멀리즘의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바늘은 목표가 정확하다. 단 하나의 점을 뚫기 위해 모든 장식은 필요 없고 버릴 수 있는 모든 것은 버리고 그 한 점의 중심에 집중하도록 단순하다. 눈도 코도 입도 없고 따끔거리는 촉각을 모아서 예리하게 씨
키스 해링이 누구야? 사실 키스 해링의 이름은 모르더라도 그의 작품은 팬시용품, 데커레이션용품 등에 많이 활용되어 친근할 것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 "이게 유명한 그림이야? 아이들 낙서 같아. 나도 그리겠다."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그렇다. 그의 그림은 가볍고 경쾌하고 즐겁고 만화 같다. 그러나 꽤 많은 그의 작품들을 보고 나면 그가 왜 그토록 유명한지, 왜 그를 팝아트의 완결자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커다란 한 장르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은 작가에게 있어서도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키스 해링의 굵고 짧은 31년 인생 그는 1958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고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1974년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에 워싱턴 허시혼 미술관에서 앤디 워홀의 마를린 먼로 연작을 보고 평생 예술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1976년 펜실베니아 피츠버그 아이비 전문 미술학교 광고 그래픽 과정에 입학하지만 1977년 상업미술가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여 학교를 그만둔다. (결국 가장 상업적인 미술가가 되는 그가....) 1983년 뉴욕 펀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앤디 워홀을 처음 만났으며 앤디 워홀은 그의 예술가의 삶 전반에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작품 '샘' 현대미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한 사람을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마르셀 뒤샹을 선택한다. 예술의 오리지널러티(작가 고유의 작품성의 기준이 되는 것)가 중요했던 1900년대 초반, 정확히 1917년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뉴욕 독립미술가전에 뒤샹은 남성용 소변기 회사에서 나온 제품에 R, Mutt라는 사인을 하고 제목을 '샘 (Fountain)'이라고 붙인 후 출품을 했다. 이 작품을 받은 전시 담당자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공장에서 만들어진 기성품(레디메이드)에 사인만 한 후 작품이라고 출품한 비도덕적인 행위에 분노하고, 게다가 관객을 모독하는 것만 같은 남성용 소변기라는 천박하기까지 한 이 작품은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후 당시 전시장에 놓이지 못하고 뒤 창고에 버려지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이 작품이 이제는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되었다. 마르셀 뒤샹의 샘의 가치는 그때까지의 가치와 인식과 개념을 무너뜨리고 예술의 영역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확장했다는 것이다. 남성용 소변기가 화장실에 있지 않고 작가에 의해 새로운 이름이 붙어 전시장에 놓이는 순간 이미 그것은 소변기로서의 용도가 폐기되고 예술의 오브제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 ”마트료시카는 당당해“는 필자의 시 제목이기도 하다. 오늘은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에서 사소한 발견을 해 보자. 한때 나는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그 나라의 민속 인형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 디자인대학에서 강의를 했을 때 교환학생으로 온 모스크바 출판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우리 집에 방문하여 모아놓은 세계 인형들을 보고 재미있어 했다. 그중 한 학생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를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마트료시카는 다산과 다복, 부유함과 행운을 가져오는 인형으로 알려져 있다. 마트료시카는 큰 인형 속에 더 작은 인형이, 그 속에는 더 작은 인형이 들어 있어서 모두 꺼내면 여러 개의 인형들을 점점 작은 크기로 줄을 세울 수 있다. 아주 단순하지만 인형들을 꺼내어 줄세우는 것은 심심할 때 나에게 하나의 놀이가 되었다. 현대인의 정신적 불안 이 단순한 놀이를 반복하다보니 이 인형에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은” 현대인들의 모습을 연상하게 되었다. 가장 바깥의 나는 겉으로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살고있지만 내 속에는 또다른 내가 상처받고 절망한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어서 내 속의 나를 만나기 두려워하고 부정하고 싶어한
■ 그림 감상 맘대로 하기 그림을 가장 잘 감상한다는 건 어떤 걸까? 그림의 사조와 미술사를 공부하고, 미술의 기법을 이해하고, 작가의 정신세계와 생애를 탐구해야만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 물론 예술에 대한 많은 지식이 있으면 더 깊이 있는 연구는 가능할 것이다. 또한 예술을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면 이론이나 사조, 미술사 같은 체계적인 지식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때로는 어떤 정보나 지식이 없이 마음을 열고 예술작품을 만나서 내 마음 가는 대로 감상하는 것도 아주 근사한 경험이 된다. 일단 작가가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후에는 이미 그 작품은 감상자의 손에 넘겨진 것이다. ■ 봄바람처럼 살랑-브렌트 린치 그림 보기 이제 봄, 3월이다. 아직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설레는 그림으로 스토리텔링을 해보자.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 그의 그림은 강렬한 컬러의 대비 속에 깃들어 있는 고요함, 아니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세련된 고독, 다가가고 싶으나 언제나 혼자이고, 혼자이지만 언제나 기대어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스산해진다. 우리에게는 잘
□ 마지막 잎새, 미술치료였나 폐렴으로 사경을 헤매던 여류화가 존시를 위해 노화가가 그려준 나뭇잎 하나가 그녀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주었다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는 웬만한 사람이면 다 읽었을 것이다. 노화가의 잎사귀 그림은 비록 존시의 폐렴을 직접적으로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절망한 존시의 마음에 희망을 주었으니 이것도 일종의 미술치료가 아닐까? 미술 치료는 미술과 심리학의 결합으로 미술 활동을 통해 내면 세계를 표출하고 감정을 이완시켜 마음의 안정을 찾는 치료법이며, 음악치료와 함께 여러 질병 치료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술치료의 방법은 여러가지이다. 정신분석적 미술치료는 프로이트를 중심으로 한 정신분석 이론을 근거로 진행하는 치료이다. 행동주의적 미술 치료는 행동 치료 기법을 미술 치료에 적용하여 모델링한 것이다. 게슈탈트 미술 치료는 워크샵 형태로 통합과 현재의 경험을 중시하는 치료방법이다. 그 외에도 미술 치료방법은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으며, 환자의 상태나 병의 종류에 따라서는 효과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특히 미술 치료는 우울증, 불안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정신적 질병 뿐만 아니라 암과 같은 중대질환이나 만성질환 환자의
책을 읽지 않는 한국인 작년 프랑스 여행에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프랑스인들의 독서 사랑이었다. 2017년 OECD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 통계에 따르면,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에 비해 한국은 0.8권으로 최하위이다. 한국인들이 책을 안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일 때문에 바쁘고, 각종 디지털 영상 매체로 보는 콘텐츠 때문이라고 한다. 디지털도서나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 종이 책을 선호한다. 한 장씩 넘기는 종이의 감촉과 남은 부분보다 읽은 부분이 점점 더 두꺼워지는 부피감을 뿌듯하게 느낄 수 있고,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책에서 찾아내는 보물들 책읽기에 속도가 붙은 요즘 나는 거의 매주 책을 산다. 책값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최근서적이 아닌 경우에는 중고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 책 같은 중고책을 선호했는데 재고가 없어서 허름한 중고책을 사서 보니 밑줄 친 것에 눈길이 갔다. 이 사람은 왜 이 문장에 밑줄을 쳤을까? 그 책의 맥락을 짚어가며 읽는 데에 그 밑줄이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어떤 책에는 속표지나 페이지의 여백에 독자의 생각을 적어놓은 메모도 발견되었다. 그런 책을 만나면 그
생업의 모습을 즐겨 그린 김홍도 지난번 김홍도 풍속화 칼럼에서 우리는 삶을 즐기는 선조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을 읽은 독자들이 그림 속의 인물들과 함께 즐거움을 누리며 호평을 남겨주어서 김홍도의 나머지 풍속화 중에서 생업에 몰두한 모습을 담은 그림들을 모아보았다. 그의 풍속도에는 유독 일하는 사람들의 정경이 많은 것도 그가 삶, 생존 그 자체를 그리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단원은 조선시대 문화의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영조, 정조 시대에 활약한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의 풍속화 중에서 씨름이나 서당은 일반에게 너무도 잘 알려져 있으며 농ㆍ상ㆍ공 등 서민사회의 생활정서를 일상생활의 모습 그대로 담고 있으며 익살스럽고 정감어린 작품들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풀무에 바람을 넣는 견습생, 달군 쇠를 모루 위에 대주는 사람, 쇠를 모양에 맞게 쇠망치로 내리치는 사람, 다 만든 연장을 숫돌에 가는 사람 등 대장간에서 일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즐거운 금속음이 들리는 듯하다. 당시 어촌의 고기잡이 방법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울타리처럼 쳐져 있는 울짱, 얕은 바다나 산발치가 바다로 들어간 섬의 모래벌에 세운다. 주로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