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 ”마트료시카는 당당해“는 필자의 시 제목이기도 하다. 오늘은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에서 사소한 발견을 해 보자. 한때 나는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그 나라의 민속 인형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 디자인대학에서 강의를 했을 때 교환학생으로 온 모스크바 출판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우리 집에 방문하여 모아놓은 세계 인형들을 보고 재미있어 했다. 그중 한 학생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를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마트료시카는 다산과 다복, 부유함과 행운을 가져오는 인형으로 알려져 있다. 마트료시카는 큰 인형 속에 더 작은 인형이, 그 속에는 더 작은 인형이 들어 있어서 모두 꺼내면 여러 개의 인형들을 점점 작은 크기로 줄을 세울 수 있다. 아주 단순하지만 인형들을 꺼내어 줄세우는 것은 심심할 때 나에게 하나의 놀이가 되었다. 현대인의 정신적 불안 이 단순한 놀이를 반복하다보니 이 인형에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은” 현대인들의 모습을 연상하게 되었다. 가장 바깥의 나는 겉으로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살고있지만 내 속에는 또다른 내가 상처받고 절망한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어서 내 속의 나를 만나기 두려워하고 부정하고 싶어한
■ 그림 감상 맘대로 하기 그림을 가장 잘 감상한다는 건 어떤 걸까? 그림의 사조와 미술사를 공부하고, 미술의 기법을 이해하고, 작가의 정신세계와 생애를 탐구해야만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 물론 예술에 대한 많은 지식이 있으면 더 깊이 있는 연구는 가능할 것이다. 또한 예술을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면 이론이나 사조, 미술사 같은 체계적인 지식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때로는 어떤 정보나 지식이 없이 마음을 열고 예술작품을 만나서 내 마음 가는 대로 감상하는 것도 아주 근사한 경험이 된다. 일단 작가가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후에는 이미 그 작품은 감상자의 손에 넘겨진 것이다. ■ 봄바람처럼 살랑-브렌트 린치 그림 보기 이제 봄, 3월이다. 아직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설레는 그림으로 스토리텔링을 해보자.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 그의 그림은 강렬한 컬러의 대비 속에 깃들어 있는 고요함, 아니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세련된 고독, 다가가고 싶으나 언제나 혼자이고, 혼자이지만 언제나 기대어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스산해진다. 우리에게는 잘
□ 마지막 잎새, 미술치료였나 폐렴으로 사경을 헤매던 여류화가 존시를 위해 노화가가 그려준 나뭇잎 하나가 그녀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주었다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는 웬만한 사람이면 다 읽었을 것이다. 노화가의 잎사귀 그림은 비록 존시의 폐렴을 직접적으로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절망한 존시의 마음에 희망을 주었으니 이것도 일종의 미술치료가 아닐까? 미술 치료는 미술과 심리학의 결합으로 미술 활동을 통해 내면 세계를 표출하고 감정을 이완시켜 마음의 안정을 찾는 치료법이며, 음악치료와 함께 여러 질병 치료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술치료의 방법은 여러가지이다. 정신분석적 미술치료는 프로이트를 중심으로 한 정신분석 이론을 근거로 진행하는 치료이다. 행동주의적 미술 치료는 행동 치료 기법을 미술 치료에 적용하여 모델링한 것이다. 게슈탈트 미술 치료는 워크샵 형태로 통합과 현재의 경험을 중시하는 치료방법이다. 그 외에도 미술 치료방법은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으며, 환자의 상태나 병의 종류에 따라서는 효과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특히 미술 치료는 우울증, 불안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정신적 질병 뿐만 아니라 암과 같은 중대질환이나 만성질환 환자의
책을 읽지 않는 한국인 작년 프랑스 여행에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프랑스인들의 독서 사랑이었다. 2017년 OECD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 통계에 따르면,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에 비해 한국은 0.8권으로 최하위이다. 한국인들이 책을 안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일 때문에 바쁘고, 각종 디지털 영상 매체로 보는 콘텐츠 때문이라고 한다. 디지털도서나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 종이 책을 선호한다. 한 장씩 넘기는 종이의 감촉과 남은 부분보다 읽은 부분이 점점 더 두꺼워지는 부피감을 뿌듯하게 느낄 수 있고,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책에서 찾아내는 보물들 책읽기에 속도가 붙은 요즘 나는 거의 매주 책을 산다. 책값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최근서적이 아닌 경우에는 중고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 책 같은 중고책을 선호했는데 재고가 없어서 허름한 중고책을 사서 보니 밑줄 친 것에 눈길이 갔다. 이 사람은 왜 이 문장에 밑줄을 쳤을까? 그 책의 맥락을 짚어가며 읽는 데에 그 밑줄이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어떤 책에는 속표지나 페이지의 여백에 독자의 생각을 적어놓은 메모도 발견되었다. 그런 책을 만나면 그
생업의 모습을 즐겨 그린 김홍도 지난번 김홍도 풍속화 칼럼에서 우리는 삶을 즐기는 선조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을 읽은 독자들이 그림 속의 인물들과 함께 즐거움을 누리며 호평을 남겨주어서 김홍도의 나머지 풍속화 중에서 생업에 몰두한 모습을 담은 그림들을 모아보았다. 그의 풍속도에는 유독 일하는 사람들의 정경이 많은 것도 그가 삶, 생존 그 자체를 그리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단원은 조선시대 문화의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영조, 정조 시대에 활약한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의 풍속화 중에서 씨름이나 서당은 일반에게 너무도 잘 알려져 있으며 농ㆍ상ㆍ공 등 서민사회의 생활정서를 일상생활의 모습 그대로 담고 있으며 익살스럽고 정감어린 작품들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풀무에 바람을 넣는 견습생, 달군 쇠를 모루 위에 대주는 사람, 쇠를 모양에 맞게 쇠망치로 내리치는 사람, 다 만든 연장을 숫돌에 가는 사람 등 대장간에서 일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즐거운 금속음이 들리는 듯하다. 당시 어촌의 고기잡이 방법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울타리처럼 쳐져 있는 울짱, 얕은 바다나 산발치가 바다로 들어간 섬의 모래벌에 세운다. 주로떡
미술 관계자가 아닌 우리나라 일반인들에게 어떤 화가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빈센트 반 고흐가 압도적이고 모네, 르누아르, 클림트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한국인의 취향에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잘 맞는 것 같다. 그에 비해 데이비드 호크니는 한국에서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했음에도 모른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1937년 영국 요크셔에서 출생한 화가로 현재 86세의 고령임에도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중이다. 그는 전통예술교육을 받았지만 회화 뿐만 아니라 사진, 판화, 일러스트, 무대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에서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 제프쿤스의 “토끼(Rabbit)”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107만5000달러에 낙찰되기 전에는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작품이 9030만 달러(한화 약 1078억원)로 최고가를 기록하였을 정도로 그의 회화 작품은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그는 2010년 경부터 아이패드를 이용한 드로잉을 선보이기 시작는데 그의 아이패드 그림 에디션도 1점에 약 10억원에 팔린다고 하니 거장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의 오픈 마인드는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에 대한 도전에 망설임이 없었고 다양한 실
“최상의 보물은 명랑한 표정과 쾌활한 마음이다“, “진정한 희망이란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것이다”, ”혼자 잘 살면 된다.“ 이것은 누가 한 말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염세주의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의 명언이다. 근래 쇼펜하우어 열풍의 이유는, 광대한 푸른 하늘의 뜬 구름이나 적막한 밤하늘에 뜬 별들과 같은 관념적인 행복이 아니라 손에 만져지는 작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지금의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요즘 젊은이들은 원대한 꿈(?)보다는 여행을 하고 액티비티를 즐기고 자신의 시간을 갖는 작은 꿈을 이루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럼 ’지구는 누가 지키지?‘ 하는 염려가 되지만 개인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인류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느리게 걸어야 보이는 것들 작은 행복, 그것은 조금만 눈여겨 보면 우리 가까이 어디에나 있다. 다만 우리는 늘 너무 바쁘게 지나치기 때문에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조금만 느리게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면 대수롭지 않았던 어떤 존재에서 인생의 깨달음이나 기쁨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내가 없으면 안될 것 같은 망상으로 일벌레처럼 살아왔다. 그러다 6년전 파킨슨병을 얻었다. 2배속으로 재생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이제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 이때쯤 되면 누구나 결국 지키지 못할 거창한 새해 결심을 한다. 지나온 해들을 돌아보니 너무 열심히 사느라 나 자신을 돌볼 틈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느리게, 나 자신을 가장 배려하며 사는 나의 해가 되어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그것이 쉽지가 않다. 회사도 다녀야 하고, 가정도 돌아봐야 하고 참 할 일이 많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오래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단원 김홍도의 화첩이 생각났다. 김홍도의 풍속화에는 작업 현장의 생생함이 살아 있는 것들과 함께 서민들이 빠듯한 삶 속에서 나름대로 재미와 유머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진 작품이 많다. 하나하나 세심히 살펴보면 익살스러운 표현에 절로 웃음이 난다. 도화서 화공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림 하나를 들고 이리저리 감상하고 있다. 예전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는 대행수 집에 행수들과 양반들이 모여 서화를 감상하며 경매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당시 실제로 그러한 형태의 경매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림이나 서예를 감상하며 즐기는 것은 양반들 사회에서 일반화됐던 것 같다. 이 그림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