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록싸리 꽃 필 때 /송소영 조록싸리 꽃이 피고 있다 단정하게 여며 틀어 올린 분홍 머리들이 가지에서 조롱조롱 옛 기억을 연신 내리꿰고 있다 그 곳에 가야 할까 가지 말아야 할까 초여름 궁색한 내 그리움이 며칠 째 서성이며 밤을 지새우고 어느새 꽃잎은 또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는데 유월이다 ■ 송소영 1955년 대전출생, 공주교대졸, 2009년 문학·선을 통해 문단에 나왔으며, 교직에 봉직했다. 시집 ‘사랑의 존재’, 백봉문학상, 수원문학인상 등 수상, 제27대 수원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수원영화인협회 부회장과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글밭을 열어가며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표류도 /송소영 정처 없이 떠돌던 섬 하나 내게로 와서 모래톱이 되었다 하루 종일 파도가 몰려왔다 몰려가며 더욱 더 단단해지곤 하는데 단단한 모래땅 밑으로 가끔씩 지열이 끓는 줄도 모르고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듯 숨구멍조차 막혀갔다 드디어 멱차오른 마그마는 의식도 못한 채 분출되어 한순간에 모래톱을 뻥 뚫어버렸다 다시 표류하는 섬 하나 내 가슴에 가시처럼 걸렸다 ■ 송소영 1955년 대전 출생, 2009년 《문학·선》 신인상으로 등단해 백봉문학상, 수원문학인상을 수상했고, 시집 『사랑의 존재』를 출간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 수원영화인협회 부회장을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