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푸른 눈의 사무라이’는 미국産이다. 넷플릭스 재팬이 만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워낙 사무라이 색채가 강하고 다수의 일본인들이 제작에 참여해서 마치 일본 작품처럼 느껴진다. 한국에서 지난해 11월 첫 공개됐을 때 그다지 큰 반응을 얻지 못했던 건 일본에 대한 우리의 역사적 반감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 애니메이션은 국내에서 폭발적이라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비교적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 반응도 비슷해서 인구에 회자되는 빈도가 높아지고 결국 넷플릭스가 올해 말 시즌 2를 내놓을 예정이다. 시즌 1, 에피소드 8편 마지막이 얘기의 매듭을 짓지 않기도 했다. 완연하게 시즌 2를 예고하는 끝맺음이었던 셈이다. 주인공이자 혼혈 사무라이 검객인 미즈(타무라 무츠미)는 자신의 원수 중 한 명인 어바이저 파울러(타키 사토시)를 죽이지 않는 대신 그를 앞세워 영국 런던으로(혹은 어디엔 가로) 향하는 배를 타고 가는 것으로 끝난다. 미즈는 사실 여자인데, 푸른 눈을 가졌고, 자신의 생모가 어바이저 파울러를 비롯해 백인 남자 넷에게 겁탈을 당해 자신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미즈는 그래서, 매우 불행한 어린 시절과 인생을 살아왔고 자신을 혼혈
솔직히 억울한 사람은 소유진일 것이다. 그녀는 최근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의 이전 발언 탓에 다시 한번 우파 연예인으로 분류 낙인 찍혔다. 과거 이명박을 지지하는 연예인 명단에 이름이 들어 있어서 였는데, 그것도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불분명한 상태의 얘기이다. 이런 게 잘 확인이 안되는 이유는, 연예인들로서는 누구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네 안했네, 식의 논쟁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자신의 연예계 활동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배우 자신보다도 소속사가 그런 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 이른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아닌)전법이다. 해당 연예인에게 철저히 함구령을 내리고 일체 노 코멘트로 일관하게 한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유야무야 된다고 본다. 소유진 측으로서는 그렇게 됐을 법한 시간이 지났는데 이 얘기가 다시 불쑥 튀어 나온 것이다. 최근 그녀의 남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MBC가 새로 시작한 손석희 앵커의 새 프로그램 ‘질문들’에 출연한 것도 아내에 대한 우파 논쟁을 희석화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우성과 박찬욱 권해효를 오
영화가 사람처럼 의도된 가벼움을 가질 수 있는 존재라면 그런 작품은 ‘핸섬 가이즈’가 될 것이다. 일부러 궁색하고 못나게 군다. 작정하고 사람들을 웃기려고 한다. 넘어지고 자빠진다. 이런 시대, 이런 시절에는 이렇게라도 웃고 넘어가자며 허허실실 댄다. ‘핸섬 가이즈’의 두 남자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는 핸섬한 남자들이 아니다. 그저 ‘못생겼다’의 차원도 아니다. 극중 파출소장(박지환)은 이 둘이 자신의 마을을 범죄의 소굴로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소장과 부하 경찰(이규형)은 이들이 흉악범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문제는 재필과 상구의 외모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그들이 전혀 잘못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도 다소 어폐가 있다. 한국 같은 비뚤어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못생긴 것은 죄다. 그들은 1차 용의자로 오해받아도 싼 것처럼 취급받는다. 영화 ‘핸섬 가이즈’는 구르고 넘어지며 사람들을 몸으로 웃기려고 애를 쓰지만 그 안에서는 우리 사회에 대한 기묘한 ‘돌려 까기’가 느껴진다. 우리는 지금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재필과 상구는 죽마고우에 가까운 선후배 관계이다. 공사판 노동자들이다. 오랜 노동으로 돈을 모았고 시골집을 샀으며 이제 막 이사를 가고 있는 중이다
‘프렌치 수프’는 무려 30년 전 ‘그린 파파야의 향기’와 ‘시클로’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던 베트남계 프랑스 감독 트란 안 홍의 뒤늦은 신작이다. 그는 중간쯤인 2009년에 이병헌, 기무라 다쿠야, 조시 하트넷을 주연으로 내세워 ‘나는 비와 함께 간다’라는 영화를 찍었지만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실패했다. 그 직후인 2011년에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의 ‘상실의 시대’를 영화로 만들었고 수작이었지만 역시 흥행에서 실패하면서 오랫동안 메가폰을 잡지 않았다. 젊은 관객들에게 이제 트란 안 홍은 새로운 인물이다. 영화 ‘프렌치 수프’는 제목과 달리 프렌치 수프만 만드는 얘기는 아니다. 프랑스 요리, 그것도 만찬을 즐기는 미식가와 요리사, 그 파트너십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자 도댕(브누아 마지멜)은 ‘미식계의 나폴레옹’이라 불릴 만큼 음식에 정통한 사람이다. 그런 그의 요란하고 까다로운 입맛을 20년 동안 채워주고 만족시켜 준 요리사는 여인 외제니(줄리엣 비노쉬)이다. 이 둘은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하며 살아가는 연인이다. 둘은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긴 했지만 이제 막 결혼을 하려 한다. 도댕이 줄기차게 결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외제니는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영화 ‘원더랜드’가 좋은 영화라는 것,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복수는 나의 것’에서 송강호가 신하균에게 하는 대사, 곧 “나 너 착한 거 안다”처럼 따뜻하고 착한 작품이라는 건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또 동의하는 내용이다. 게다가 할리우드 전설의 영화감독 하워드 혹스가 얘기한 대로 좋은 영화란, 좋은 장면 세 개쯤이 있는 작품이라는 원칙 아닌 원칙을 적용할 때 ‘원더랜드’는 세 개 정도는, 아니 그 이상의 좋은 장면으로 차고 넘치는 작품이다. 그 점에 대해서도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17일 현재 전국 570,347명을 모은 수준으로 이 정도면 시쳇말로 ‘폭망’ 수준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원더랜드’의 이야기 축은 세 개이다. 아니 네 개이다. 중심은 해리(정유미)와 현수(최우식)가 이끄는 AI 여행사 원더랜드 팀이다. 이 둘은 죽어 가는 사람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그들 존재가 지닌 모든 정보를 사이버 상에 심어 놓고 앞으로 그를 그리워할 사람들, 그의 존재를 여전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 모두와 소통할 수 있도록, 그것도 쌍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슬쩍 극장에 나타났다가 겉치레로 상영을 하는 둥 마는 둥 사라진 영화 '할리우드 살인사건'은 애당초 목표가 부가형 서비스 윈도우(VOD나 케이블TV, OTT)였을 것이다. 이제는 극장 상영작이 아닌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저어하거나 마다할 이유가 없는 세상이 됐다. 극장이든 비극장이든, 결국엔 어떻게든 모든 영화와 드라마를 만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전에 이런 영화가 있(었) 다는 것 정도 알고 있는 것은 손해 볼 일이 아니다. 물론 '할리우드 살인사건'은 매우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나중에 VOD나 OTT로 보기에, 그렇게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떨어지는 작품도 아니다. 영화는 종종 재미로, 쉬기 위해, 그래서 일상의 활력을 얻기 위해 보는 것이다. '할리우드 살인사건'은 그렇게 머리를 쉬고, 리프레시(refresh) 하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할리우드 살인사건'은 우리말 제목의 느낌대로 할리우드, 곧 LA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한 사립 탐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립 탐정은 뉴욕 같은 동부보다 LA, 캘리포니아가 많다. 미국의 동쪽은 춥고 서쪽은 따뜻하며 사람들이 친절하고 '루스'하다. 특히 할리우드는
세상이 점점 더 일본사회를 닮아 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은 자민당 보수 정부가 장기 집권을 하면서 정치사회 구조와 국민들의 삶이 유리돼 온 역사를 갖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일본 사람 개개인은 조용하고 선한 사람이 많은 데다 매력적인 문화 양식이 많이 발전했음에도 정치 사회의 상부 구조는 여전히 군국주의적 사고 방식에 의해 지배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독도 문제에 대해,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난징 대학살이나 관동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 문제에 대해 그들, 일본 정부나 사회의 상층부는 여전히 침묵하거나 거짓으로 강변하기 일쑤이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와 주변 국가들로 하여금 일본을 가상의 적으로 간주하게 하고 그들 일부를 적대시하게까지 만든다. 한일 축구나 한일 야구 경기에 과도한 응원 열기가 모아지는 이유이다. 이번 네이버 라인 사태만 봐도 그렇다. 한국 사회도 요즘 정치사회적 이슈와 문화적 현상에 깊은 골이 생기고 있다. ASEAN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 유럽의 나라들, 중남미 사람들에게서는 한국 문화에 대해 일종의 존경심까지 생기고 있다. 그들은 앞다투어 한국 영화제를 만들거나 자신의 영화제에 코리안 섹션을 신설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우디네 영화제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을 보거나, 악마와 대화를 나누거나 하는 일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일은 방송사가 시청률을 원하는 것이다. 신문사가 더 많은 광고 수익이 들어 오기를 원할 때이며,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관객을 원할 때이다. 곧, 모두들 매명 욕에 사로잡힐 때이다. 유명 인사를 따라다니고, 그의 뒤를 캐고, 가짜 뉴스들을 스스럼없이 만들고, 그래서 자기도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에 시달릴 때이다. 그런 방송, 그런 언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 그 자체가 악마이다. 영화 ‘악마와의 토크 쇼’가 얘기하려고 하는 건 바로 그것이다. 최근 극장에서 개봉됐지만 ‘범죄도시4’의 기세와 스크린 독점으로 말미암(은 것인지 정말 악마가 뭔 짓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아 어쨌든 사람들의 주목을 크게 끌지는 못한 척한 작품 ‘악마와의 토크 쇼’는(20일 현재 7만 5919명을 기록했다. 놀라운 성적이다.) 매우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작은 영화이다. 일종의 독립영화이고 그래서 꽤나 발칙한 느낌을 준다. 재미있다.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것(모티프이지 실제 그대로는 아니라는 것)이다. 1977년 한 TV 토크 쇼에서 벌어진 기이한
예전에 꽤나 잘 나갔거나 잘 만들어졌던 영화를 몇 부작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대세가 된 요즘이다. 거꾸로 옛날 드라마를 영화 한 편으로 만드는 것은 그래서 이색적이다. 최근 개봉된 ‘스턴트 맨’이 그렇다. 리 메이저스(그 유명한 ‘6백만 불의 사나이’의 주연배우)가 주인공 역으로 나온 드라마 ‘더 폴 가이(The Fall Guy)’는 1981년~1986년까지 ABC TV의 인기 드라마였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TV 시리즈였다. 이 드라마를 영화 한 편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 바로 지금의 ‘스턴트 맨’이다. 영화의 원제는 옛 드라마처럼 ‘더 폴 가이’ 그러니까 ‘추락한 남자’지만 개봉 과정에서 제목을 한국 관객들이 알기 쉽게 바꿨다. 눈이 좀 어두운 관객들은 이 영화가 그다지 재미가 없을 것이다. 온통 클리셰(cliché)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건 순전히 스토리 구성 탓이다. 영화 ‘스턴트 맨’은 당연히 ▲스턴트 장면을 ‘과하게’ ▲액션만을 ‘중점적으로’ ▲스턴트 장면을 기대하고 온 관객만을 철저하게 고려하여, 영화 구성을 짜야 했기 때문에 스토리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작품이다. 스토리’따위’에 신경 쓸 틈이 없다. 얘기는 가장 단순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스턴트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러시아 영화(이건 순전히 감독 이름과 배우 이름이 입에 쉽게 붙지 않아서인데 예컨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같은 감독 이름은 도통 외워지지가 않는다. Tchaikovsky도 그렇다. 차이코프스키인가 차이콥스키인가. 이것도 오랜 세월 영어교육 대미 의존도가 강했던 문화 탓이다.)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차이콥스키 얘기이긴 하지만 차이콥스키의 음악, 그러니까 그의 『백조의 호수』나 『비창』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음악회나 연주회, 발레 장면도 이렇다 할 게 나오지 않는다. 영화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완벽하게 그의 아내 얘기이다. 영화는, 차이콥스키의 성적 취향에 따라 철저하게 버림받고 처절하게 유린됐던 아내 니나(안토니나 밀류코바)의 얘기를 담는다. 총 143분 러닝타임 중 절반이 지난 82분쯤 그 이유가 나온다. 차이콥스키(오딘 런드 바이런)의 여동생인 사샤(바르바라 시미코바)는 올케 안토니나 밀류코바(알리오나 미하일로바)에게 자신의 오빠는 ‘부그르’라고 고백한다. 니나는 부그르가 뭐냐고 묻고, 잠시 머뭇거리던 사샤는 이렇게 말한다. “오빠는 여자를 안 좋아해. 평생 여자를 좋아해 본 적이 없어. 오빠는 남자를 좋아해. 그것도 어린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