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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칼럼] 내전 그린 미국의 소설과 영화들. 우리 얘기일 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20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미국의 상당 수 국민들도 향후 4년이 참 길 것이라는 자괴감을 가질 것이다. 우리도 2년 반 전쯤, 5년은 너무 길다라는 생각을 가졌었고 그 우려가 지금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재등장을 걱정하는 미국 내 지식인의 목소리는 다양한 대중문화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 『원더풀 랜드』와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가 그것이다. 지난 해 연말에 개봉됐던 알리 아바시 감독의 ‘어프렌티스’란 영화도 트럼프 시대의 재개가 새삼 두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중 앞의 두 작품, 『원더풀 랜드』와 ‘시빌 워 : 분열의 시대’는 둘 다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깊은 증오의 정치가 미국이라는 큰 나라를 두 쪽으로 쩍 갈라 놓게 한 것을 소재로 삼고 있다. 소설 원더풀 랜드에서는 미국이 ‘연방 공화국’과 ‘공화국 연맹’으로 갈라지는데 그 영토의 분포도가 딱, 대선 때의 민주당 지지 주와 공화당 우세 지역이다. 거기에 독일 베를린 처럼 중립지대가 하나 있다. 그건 미니애폴리스이지만 왜 작가가 미니애폴리스로 잡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아마도 스윙 보트 지역이 아닐까 싶다. 분열과 분단은 언제, 어느 나라, 어느 시대가 됐든 결코 바람직 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 오는 트럼프 재집권 시기에는 이 같은 분단 상황이 미국에서 실현될 지도 모른다는 상상 아닌 상상이 나오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 ‘시빌 워 : 분열의 시대’는 분단은 이미 오래 전 일이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예 정부군과 이에 저항하는 서부군의 내전으로 비화된 상태의 얘기를 다룬다. 정부군을 대표하는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하야를 거부한다. 서부군은 이제 곧 백악관을 함락 시킬 태세이다. 알렉스 가랜드라는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비록 허구지만 이제 정치 협상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듯 (트럼프를 연상케 하는)대통령을 처단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미국의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뜻을 저버리면 가차 없이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국내에서는 흥행이 완전히 참패했지만 ‘어프렌티스’는 트럼프라는 인간의 정치관과 인생관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 지를 고발하는 내용의 작품이다. 어프렌티스는 견습생이라는 뜻이다. 사실은 트럼프가 2004년부터 2015년까지 NBC TV에서 진행했던 TV쇼 프로그램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정치적 견습생이 나라를 대표할 때 자칫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가를 얘기하고 있다.

 

이 대중문화의 작품들이 비단 미국만의 얘기일까. 한남동에서 버티고 있는 내란범죄의 대통령과 그의 소수 극렬 지지자들의 얘기는 아닐까. 미국의 영화와 소설이 반면교사가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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