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했던 대선이 끝나고 윤석열 정부가 닻을 올리고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윤석열호를 끌고 갈 국무총리도 발표되었고, 정부부처 장관들도 속속 지명되고 있다. 덧붙여 모 신문이 “차기 국정원장으로 원출신이 유력”하며 구체적인 이름까지 보도한 이후 향후 국정원의 위상과 활동방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의 국정원은 한마디로 ‘빈사상태’였다. 최대의 업적이자 성과로 자부할 남북정상회담도 상당수의 북한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대로 ‘일회성 쇼’였음이 최근 북한의 ICBM 발사나 남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시사’ 등의 발언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본질이 바뀌지 않는 평화타령은 헛된 구호이자 판타지임이 드러내 주었다. 이 같은 냉랭한 현실은 윤 정부의 국정원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주고 있다. 국정원이 그간 ‘동네 국정원’이란 비아냥을 들어왔어도 국민들이나 여론선도층의 기대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만큼 국가 안위와 국익을 위해 떠받치는 막중한 기관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정보환경은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국제현실은 짙은 농무처럼 한 치 앞도 내다보기가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안보를 등한시하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실증하고 있는데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개월째 이어지면서 초토화에 준하는 무자비한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전쟁 중단 시기를 놓고 여러 견해가 엇갈리지만, 3월말 경 마무리 국면을 보일 것이라는게 대체적 전망이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 제재, 자유를 수호하려는 서방측의 단합된 의지에다가 전장인 우크라이나가 3월말경이면 겨우내 얼었던 땅이 진흙탕으로 변해 러시아군의 탱크를 동원한 작전이 쉽지 않다는 것이 논거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하여 ‘정보’의 역할은 지대했다. 정보의 예측적 기능이 십분 발휘되었고,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정보기관들의 정보능력 또한 막강함을 각인시켰다. 한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 모두가 온라인으로 전쟁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최초의 TikTok 전쟁이다. 러시아 군대가 국경근처에 병력을 증강하고 이동하는데 비밀 정보가 거의 필요 없었다. 냉전기간 동안 소련에 관한 정보의 80%는 비밀 출처였고, 공개출처는 20%에 불과했다. 유비쿼터스시대가 되면서 그 비율이 역전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민간위성사진이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준다. 최근까지만 해도 위성분야는 고비용으로 인해 정부만
김정은 정권은 요란한 미사일 발사로 임인년 벽두를 장식하고 있다. 1월 중에만 다섯 번에 걸쳐 각종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그중 두 차례가 극초음속 미사일이고 한 차례가 ’북한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중거리 순항미사일이었다. 한반도를 우크라이나, 이란, 대만해협과 더불어 세계의 4대 화약고로 부상시키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합참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애써 과소평가하고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 고도화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머지않아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미사일 방어망이 무력화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이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와 국제사회는 지난 30 년간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했고, 마침내 2017 년 11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오늘날 북핵문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에 굴복하여 비핵화 협상장에 걸어 들어오기를 마냥 기다리기에는 너무 엄중하고 급박하다. 북한의 핵역량 증가는 대남 군사적 위협의 증가에 그치지 않고, 향후 비핵화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한반도에서 핵무기
김정은은 2022년 당 중앙위 제8기 전원회의 관련 내용으로 신년사의 ‘구멍’을 메웠다. 당 중앙위 전원회의 내용에서도 ‘구멍’을 숨기거나 남겨놓았다. 군사부문 및 대남, 대외 관계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언제든지 집어넣을 수 있는 ‘구멍’을 남겨놓고, 경제 특히 농촌문제에 상당부분 할애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구멍’의 흔적을 통해 장님 코끼리 만지듯 북한의 정세인식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스스로 자초한 고립을 올해도 이어가려는 의지가 보인다. 비상방역 사업을 국가사업의 제1 순위로 놓고, 방역을 명분으로 북한의 경제구조와 틀을 바꾸려는 것이다.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내세우고, 중앙집중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동안 부업농업을 중시하는 등 개별 생산력 향상에 집중했던 것에서 탈피하여, 중앙 집중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협동적 소유의 협동농장을 국영농장으로 개변함을 의미한다. 기관 단위로 식량을 조달하는 방식에서 중앙에서 협동농장의 생산물을 취합하여 일괄 공급하는 과거 퇴영적 방식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것이다. 식량을 고리로 당원들과 주민들에 대한 통제에 대한 고삐를 더 강하게 조이려는 속셈이다. 대외적으론 식량문제가 심각한 것처럼
一路平安(일로평안)을 희구하면서 시작된 2021년도 결코 평안하지 못한 한 해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금세 잡힐 듯했던 코로나는 변이가 변이를 낳으면서 위기에 위기를 겹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무역에서 시작된 강대국 간의 사활을 건 패권경쟁은 전방위로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첨단 기술과 자원이 국제사회 헤게모니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기술냉전’ ‘기술패권’ ‘기술주권’ ‘디지털 냉전’ 등이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미·중 기술패권경쟁은 점입가경이다. 미국은 어떤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디지털 만리장성’을 쌓아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중국도 ‘반도체전문대학’도 설립하는 등 반도체의 설계, 제조, 조립, 시험 중 길목이 되는 기술 우위 확보에 부심 중이다. 일본 역시 경제안보 담당관을 신설하고 첨단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경제안전보장법’을 추진하는 한편, 양자컴퓨터 개발· 인공지능 로봇개발과 같은 경제 안전보장과 직접 관련 있는 개발 프로젝트 참여 연구자들이 해외 정부 및 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는지도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지침까지 마련하는 등 ‘기술 쇄국주의
김정은 정권은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무기체계 5개년 계획“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한편으로 남한의 ’종전선언 목매기‘를 이용하여 ’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등 남한의 방위력 약화 기도와 동시에 자신들의 군사력 확충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신포항 인근 동해상에서 발사한 소형SLBM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북극성을 개량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무기체계임을 공언했다. 요격이 쉽지 않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인 지대지전술유도탄(KN-23)과 유사한 수중발사용 버전이다. 북한 잠수함에 실린 SLBM이 선제기습공격 능력을 갖고 있고 전술핵과 결합할 경우, 가공할 파괴력을 갖는 것은 상식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한미 양국의 방어수단이 미비한데다, 우리 최고지휘부에 대한 기습공격능력과도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북한산은 전통적으로 최고지휘부를 보호하는 천연의 요새로 작용해왔다. 북한의 장거리포와 방사포, 지대지탄도미사일의 공격에서 안심할 수 있는 지역으로 평가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소형SLBM은 남해상에서 우리 최고지휘부를, 120도 각의 미사일방어망을 갖고 있는 사드기지 후방을 동남해상에서, 서남
지난 10월 6일 나토가 “나토주재 러시대표부 직원 8명이 외교관을 가장해 스파이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추방을 발표하면서, 스파이 활동과 외교관과의 관계가 새삼 화제로 떠올랐다. 이 조치는 미국 CIA가 뉴욕타임스의 입을 빌려 AI와 안면인식기술 등 첨단기술의 발달로 인해 휴민트 운영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는 뼈아픈 고백까지 이어짐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정보활동에 관해 다시 성찰해보는 계기를 조성했다. 그간 대부분의 국가들은 스파이를 외교관으로 위장하여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수세기 동안 외교와 스파이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대사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국과 관련되는 정보를 모았다. 때론 공개적으로, 때론 은밀한 방법으로. 예를 들어 15세기 베니스와 러시아의 경우, 대사는 가성비 높은 정보수집관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외교관이나 정보요원들이 전문화되면서 분화되기 시작했지만, 정치지도자들은 다른 한편으로 정보요원을 외교적 목적으로 은밀히 활용해왔다. 웨스트필드(H. Bradford Westerfield)는 이런 역할을 “crypto-diplomacy(암호외교)”로 불렀고, 영국에서는 “특수한 정치적 활동(special political
탈레반의 20년 만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은 그 신속함과 정부군의 무력함에 국제사회는 허탈해하면서 향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20년 전과 오늘의 탈레반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과연 지금의 탈레반 지도부들이 언명한 여성인권 보장, 언론자유 등의 약속이 지켜질지에 대해 우려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우리에게는 미군 철수가 심각한 안보공백과 국가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임을 새삼 일깨워준 사변이 되었다. 한편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조기 몰락 원인을 놓고, ‘영원한 전쟁’을 끝내고 중·러에 집중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전환과 다양한 부족으로 뒤섞인 아프간 속성 파악 실패와 더불어 정부군의 싸울 의지와 역량 부족 등이 겹치면서 일어난 참사라는게 대체적으로 일치된 분석이다. 그러나 이 분석에는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 바로 탈레반이 20여 년 간 교활하게 수행해온 심리전이다. 국제위기그룹은 2008년 한 보고서에서 “탈레반은 오래전부터 교묘한 커뮤니케이션 수법을 창안하여 자신감 있게 활동을 펼쳐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활용 가능한 모든 미디어를 동원하여 아프간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카불 정권과 그 후원국들의 정책실패를 과장되게 호도했다. 초기에는 팸플릿, 카세트테이프,
바야흐로 예측의 시대이다. 코로나 판데믹 종식 시점이나 미중 무력충돌 지점과 시기, 그리고 북한과의 대화 시기 등 자칭 전문가들의 각종 예측이 넘쳐난다. 세상이 두려움으로 규정되기 시작하면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예측이 더 많아진다. 경제와 외교정책에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1989년 동독 수상 호네커는 공언했다. “베를린 장벽은 50년 이상 버티고 있을 것”이라고. 그 호언장담은 10개월 만에 장벽 붕괴라는 현실 앞에 우스개로 전락했다. 중국의 발전상과 그 여파에 대한 예측도 비슷하다. 1995년 미국 사회학자 Jack A. Goldstone은 “급속한 중국의 경제성장은 중국 공산당을 구하지 못하고, 10-15년에 중국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중국의 지배집단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신종 개념을 창안했다. 정치는 공산당 중심의 권위주의체제를 굳건히 하는 토대에서, 경제는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는 방식을 시행하여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헝가리와 같은 유럽의 일부 전체주의적 국가들마저 이런 형태의 통치체제를 모방할 정도이다. 사실 지난 50년을 통틀어보면 긍정적인 예측과 사건도 많았다. 냉전 종식, 남아공에서의 인
지난 6월 29일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는 대선 열기가 뿜어 나오는 와중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중대사건’ ‘간부혁명’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 등 과 같은 무거운 용어들은 북한의 권력층 내부에 심상찮은 변화가 있음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그 시그널은 공개된 확대회의 장면이다. 최상건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의 자리는 비워있었으며 리병철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은 거수 장면에서 손을 들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7월 8일 김일성 27주기 참배식에도 최상건은 보이지 않았고, 리병철 부위원장은 군복이 아닌 인민복을 입고 3열로 밀려났으며, 박정천 총참모장은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된 것이 확인되었다. 김 씨 일가의 전통적 엘리트 통제 수법인 ‘강등과 복권’ 전술을 적용한 셈이다. 철직 당하면 할 것도 없고 대체재도 없는 북한에서 엘리트들의 ‘강등과 복권’ 전술은 매우 유요한 통제 수법이다. 리병철은 일단 코로나 방역과 관련한 내용을 자기 선에서 뭉갠 것이 원인이라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리병철의 생각은 김정은의 근심을 들어주고자 보고하지 않았는데, 코로나 방역 문제를 국가비상방역전으로 인식하는 김정은의 진노를 샀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