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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의 창] 스파이, 외교관, 그리고 정보활동

 

지난 10월 6일 나토가 “나토주재 러시대표부 직원 8명이 외교관을 가장해 스파이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추방을 발표하면서, 스파이 활동과 외교관과의 관계가 새삼 화제로 떠올랐다. 이 조치는 미국 CIA가 뉴욕타임스의 입을 빌려 AI와 안면인식기술 등 첨단기술의 발달로 인해 휴민트 운영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는 뼈아픈 고백까지 이어짐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정보활동에 관해 다시 성찰해보는 계기를 조성했다. 그간 대부분의 국가들은 스파이를 외교관으로 위장하여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수세기 동안 외교와 스파이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대사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국과 관련되는 정보를 모았다. 때론 공개적으로, 때론 은밀한 방법으로. 예를 들어 15세기 베니스와 러시아의 경우, 대사는 가성비 높은 정보수집관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외교관이나 정보요원들이 전문화되면서 분화되기 시작했지만, 정치지도자들은 다른 한편으로 정보요원을 외교적 목적으로 은밀히 활용해왔다.

 

웨스트필드(H. Bradford Westerfield)는 이런 역할을 “crypto-diplomacy(암호외교)”로 불렀고, 영국에서는 “특수한 정치적 활동(special political action)”으로 호칭하여 정보요원이 외교에 간여하는 활동을 감추고 있다. 각국 정치적 지도자들이 스파이를 외교목적에 활용하는 동기는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3가지 카테고리로 범주화가 가능하다.

 

(1) 각국이 직면하고 있는 국제정치적 환경 (2) 정보기구의 능력 (3) 정치지도자의 개인적인 목적 또는 스파이와의 관계인데,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와 연관이 깊다. 국가 지도자들은, 정보요원들의 경우 목표지점만 정해지면 다른 정부기관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는 믿음에다가 비밀유지 능력에 상당한 가치를 둔다. 특히 외교적 관계가 없는 나라 혹은 테러조직과 같은 위험단체와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없을 때 외교관을 가장한 정보요원을 활용한다. 정보요원들은 외교관들이 갖지 못한 비밀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대 이스라엘 수상들은 모사드를 이용하여 공식적 외교관계를 맺지 못한 국가들과 막후 소통창구를 열었다. 모사드가 이들 국가들과 신중하게 상호작용을 해온 점을 이용했다. 1958년 모사드는 터키와 공식적인 정보공유 협정을 맺었으며, 이란은 공식적 협정을 맺지 않았음에도 호의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를 Trident라고 불렀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사드는 여러 아랍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요르단, 모로코 왕들과는 직접 만나 외교적 기능을 수행했으며, 이집트 고위관리들과도 호의적인 실무관계를 맺었다. 정보협력이나 외교적 기능을 훨씬 초월하는 미션이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정보요원 추방은 첩보활동에 타격을 줌은 ‘스파이외교관’의 순기능에도 큰 차질을 줄 수 있다. 한편으로 나토의 러시아 스파이추방은 정보활동의 기본을 다시 성찰해보는 기회도 던져 준다. 형편없는 전통첩보 기술과 정보원에 대한 과도한 신뢰, 외국정보기관에 대한 과소평가, 성급히 협조자를 물색하려다 방첩을 소홀히 한 점 등은 우리 정보기관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문제점들이다. AI시대 만개는 휴민트를 기본으로 하는 전통적 정보활동 기법이 무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보활동의 패러다임을 대전환하되, ‘나태하지 말라’는 NYT의 경고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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