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人生)! 사람마다 다양한 모습의 삶이 펼쳐진다. 잘 알다시피 그 삶 속에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그런 일상이 연이어 가는 것이 삶이며,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그런데 왠지 나쁜 일은 나한테만 생기는 느낌이다. 나는 속상하고 힘든데 SNS 속 타인들은 즐거운 일만 있는 듯 보인다. 미소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건 허상에 불과하다. SNS에 넘쳐나는 화려한 일상은 그 누군가의 특별한 어느 날일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고민, 걱정, 근심, 불안이 있다. 매 학기 많은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고민과 걱정을 확인하게 된다. 그 고민과 걱정에 불안한 나날들이 학생들을 힘들게 할 때가 많다. 어디 학생들만 그러겠는가! 그런데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이야기는 친구들과 나누면 좋겠는데, 왜 혼자 힘들어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고민이 너무 크고 힘들지만, 혼자의 아픔으로 인내하며 자신의 세계가 침잠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든가!’ 마음이 힘든 일을 신뢰하는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생각 이상으로 편안해질 수 있다. 바로 자기노출(self-disclosure)이다. 자기노출이란
‘콜포비아’라는 말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흔히 사용된다. 콜포비아는 타인과 전화하는 것에 대해 긴장, 불안,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초 Z세대 765명을 대상으로 ‘소통 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8%가 콜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주제로 조사했던 2022년에 30.0%였던 수치를 감안하면 매우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응답자의 5명 중 2명은 콜포비아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콜포비아의 흔한 증상으로는 ‘전화 받기 전 높은 긴장감·불안(68.3%)’, ‘전화가 오면 시간을 끌거나 받지 않음(54.2%)’, ‘전화 통화시 할 말이나 했던 말을 크게 걱정(48.7%)’, ‘통화 시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등의 신체 증상(23.4%)’ 등이 있었다. 또한,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으로 ‘문자·메시지 앱 등 텍스트’가 73.9%였으며, 전화통화는 11.4%로 나타났다. 이렇듯 점점 대면이나 전화로 하는 직접적인 소통보다 문자메시지, SNS 등을 활용한 소통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사람 간의 소통은 감정이 잘 전달되어야 원활할 수 있는데, 문자메시지는 그런 면에서 다소 한계가 있다.
추석이다. 이번 추석이 짧지 않아서 가족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겠다. 오랜만에 가족, 친척과의 만남은 즐거운 일이지만, 항상 경계할 일은 서로 간의 잔소리다. 명절 단골 잔소리는 결혼, 취업, 2세, 입시, 성적 등으로, 이러저러한 명절 잔소리가 듣기 싫어 고향 가기 싫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심심찮게 기사에 오르내린다. 실제로 에듀윌이 20~40대 성인남녀 6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추석 때‘가족이나 친척들의 참견이나 간섭'이 가장 큰 스트레스로 나타났다. 걱정하는 마음은 알지만, 가족의 잔소리가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잔소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도 만만치 않은 잔소리꾼이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잔소리하는 나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아졌다. 잔소리하지 않고 잘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SNS에서 한 교수의 글을 보았다. ‘이번 학기 목표는 학생들에게 잔소리하지 않기’ 공감도 되고, 위로도 받아서 박장대소했다. 잔소리의 사전적 정의는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이라고 되어있다.
얼마 전 휴가차 한국을 잠시 벗어나 해외에 머물렀다. 요즘은 통역AI기능이 워낙 잘 되어있어서 소통이 어려운 곳도 부담 없다. 그러나 사실 아무리 통역AI가 발달한 시대라도 해외에 나가보면 손짓 하나로 소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품을 구매하거나 음식을 주문할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주문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영어를 못하시는 고령의 어머니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면 소통은 나보다 어머니가 더 잘하신다. 고대 로마의 수사학자이자 웅변가인 쿠인틸리아누스(Marcus Fabius Quintilianus)는 “손은 입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말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손짓의 정의를 보면 손을 놀려 어떤 사물을 가리키거나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일, 말로 하여서는 부족한 감정이나 정황을 손을 놀려 표현하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쉽게 말해 손짓은 언어로 표현이 부족한 생각,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짓이 제2의 언어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손으로 표현하는 일에 다소 경직되어 있다. 물론 대화에 심취하면 손짓이 잘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대화의 처음부터 대화에 손짓을 활용하는 것은 어색하게 여긴다. 왜 그럴까? 저마다의 관점이 있겠
어린아이의 미소는 참으로 예쁘다. 그 미소 한 번에 많은 이들이 아이를 따라 미소 짓고, 행복해진다. 인간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적 표현 이외에 표정, 몸짓, 눈 맞춤, 자세 등의 비언어적 표현으로 소통한다. 미국의 인류학자였던 버드휘스텔(R.L.Birdwhistell, 1970)은 인간은 언어로만 소통하는 존재가 아니고, 여러 감각을 통해 소통하는 다감각적 존재(multi-sensory being)라고 인식하면서 인간의 표정, 눈 맞춤, 몸짓, 손짓, 자세 등의 비언어적 요소가 의사소통의 65%를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1971) 역시 의사소통에 있어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에는 언어적 요소보다 태도, 표정 등의 시각적 요소와 목소리의 음색, 톤 등에 해당하는 청각적 요소가 93%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였다. 이렇듯 인간의 의사소통은 언어에 유, 무형의 영향을 미치는 비언어적 요소와 함께 행해지며, 상황에 따라 언어적 내용보다 비언어적 요소가 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비언어적 요소 중 우리는 가장 먼저 표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대화에 있어서 정보를 얻을 때 시각에
X세대 이상의 기성세대에게 흔히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참 당돌하고, 예의가 없다고 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젊은 세대에게 기성세대에 대해 질문하면 소통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기원전 1700년경 만들어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도 적혀있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은 버릇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하니, 세대 간 갈등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빚어지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커리어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2천236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세대 차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9%가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이 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인 M세대와 Z세대 역시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하니 세대 간 자연스러운 소통문화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MZ세대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세대로, 아날로그가 기본이었던 기성세대와는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과 삶의 형식이라도 삶의 흐름과 경험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젊은 세대를 상담하면서 느낀 바로는 삶을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는 X세대인 내가 그 나이에 겪었던 상황과 그리
얼마 전 모 대학에서 ‘말하기’특강을 했다. 특강이 끝나자 많은 학생이 일대일로 다양한 질문을 해 왔다. 그런데 학생들의 이야기에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 ‘말하기’를 잘하려면 스스로를 믿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자신감을 만들어줄 ‘칭찬’이 필요하다. 1964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로젠탈교수는 인상적인 실험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 학생 중 20%를 무작위로 뽑아 매우 우수한 지능지수의 학생들이라고 하면서 그 명단을 교사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8개월 후 확인해보니 명단에 있던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교사의 기대와 격려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칭찬의 중요성을 잘 안다. 인간관계에서 칭찬은 꼭 필요한 소통의 방법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칭찬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칭찬(稱讚, compliment)이란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함 또는 그런 말’이라고 한다(국립국어원, 2018). 이 정의에 칭찬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나타나 있다. 칭찬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칭찬도 연습이 필요하다. 첫째, 비언어를 활용하자! 말
“이것 좀 보세요” “네? 아! 아닙니다.” 심한 감기몸살로 내과에서 나오던 나에게 어떤 분이 내민 광고지의 내용은 나의 관심분야도 아닐뿐더러 그걸 읽어볼 여력도 없었다. 그러나 그분은 다시 나에게 “이것 좀 보시라니까요!” “아니요, 죄송한데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 등 뒤에서 쭉 앞으로 나오는 광고지는 다시 한번 내 눈앞에 펼쳐졌다. “이거 보셔야 해요. 중요하다니까요.” 무작정 강요에 지친 나는 때마침 열린 엘리베이터를 서둘러 탔다. 몸도 아팠지만 불편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마 누구에게나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설득(persuasion)에 대해 데일 카네기는‘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듣는 사람의 태도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하였다. 즉,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듣고 내가 제시하는 생각이나 느낌, 주장 등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설득하고 있다. 나 자신을 설득하고, 주변인을 설득하고, 모르는 타인을 설득한다. 이런 설득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설득의 방법이 강압적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강압적
인문학 수업 때였다. 요즘 젊은 학생들에게는 어떤 고민이 있는지 질문했다. 사람의 사는 모습은 서로 닮아있기에 20대 중반의 학생들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부터 현재 생활에 대한 것까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고민을 토로한 학생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아~나랑 비슷하네’를 연발했다. 각자의 상황에서 나온 이야기였지만, 다른 듯 비슷한 서로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했다. 연신 끄덕거리며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모습은 지금까지의 고민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점에 안도와 위안을 느끼는 듯했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였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공감(Empathy, 共感)’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칼 로저스(1975)는 ‘상대방의 삶에 들어가 상대의 깊은 의미를 감지하고 경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 등을 이해하고 마치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처럼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공감은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 오늘도 어디선가에서 마음이 힘들었을 당신에게 누군가가 당신의 마
얼마 전 지인과 통화를 했는데, 그는 꽤 길게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친구들도 만나기 어렵다는 그는 오랜만에 대화상대를 만난 듯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아, 그렇군요.’, ‘맞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등의 맞장구를 치며, 그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그에게 위로와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카톨릭주교이면서 종교상담센터의 전문 카운슬러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셜리반은 자신의 책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 경청’에서 ‘경청은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며, 자존감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경청자는 인간 영혼을 치유하는 위대한 치료자가 된다’라고 하였다. 경청은 상대방과의 대화를 잘 이해할 수 있고, 서로에게 위안과 격려가 되는 가장 좋은 소통방법이다. 우리는 경청(傾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청은 마치 산수의 구구단처럼 소통방법의 기본처럼 생각되지만 곱씹어보면 가장 어려운 소통방법이기도 하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의 말을 자르고 불쑥 나의 말을 시작하기도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잘못 이해해서 소통의 오류가 나기도 한다. 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