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는 1994년 5월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 1944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들어가서 1962년 8월 체포되기까지 그는 집권당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 저항하는 운동을 펼쳤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투옥되어 있는 동안 남아공 흑인들과 세계 각국 재야인사들은 그의 석방운동을 벌였다. 결국 1990년 2월, 여론의 압박을 못이긴 더클레르크 대통령은 복역한지 27년 만에 그를 석방했고, 아프리카민족회의를 합법화했다. 만델라는 이후 남아공 정부 및 정당들과 협상을 벌여 1991년에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시키고, 1993년에는 흑인들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그해 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흑인이 대다수인 남아공에서 흑인들에게 첫 투표권이 주어진 1994년 총선이 치러졌다. 이 선거에서 아프리카민족회의가 과반이 훨씬 넘는 의석을 확보하여 국민당, 잉카타 자유당과 거국정부를 구성했고, 다수당 대표로서 만델라는 남아공에서 민주적 선거에 의해 선출된 첫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에 취임하며 그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구성해 과거의 인권침해 범죄 사실들을 낱낱이 밝혔지만 모두 사면했다. “용서는 하
오늘날 세계적인 도시의 레스토랑에서는 만찬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도시마다 훌륭한 식당들은 많은 손님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무척이나 분주하다.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에 따르면 미국 전 지역 풀 서비스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수보다 식료품점에서 일하는 종업원 수가 1.8배나 많다. 그러나 맨해튼에는 식료품점보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무려 4.7배나 많다. 도시 사람들은 시골과는 달리 언제든지 외식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능력이 입증된 요리사들이 제공하는 요리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뉴욕이나 런던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요리사들이 최고급으로 갖춰진 공간에서 먼 나라로부터 조달해 온 신선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또 그들은 지리적으로 다양한 요리 스타일을 섞어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고 특화된 레스토랑들에서 맛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레스토랑은 원래 요리로 사람들을 끌어오는 장소라는 의미로 18세기 후반에 파리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세계 최초의 레스토랑은 마튀랭 로즈 드 샹투아조(Mathurin Roze de Chantoiseau)가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스토랑이 먹는 곳이란 뜻을 갖게 된 것
‘기쁘다’와 ‘즐겁다’, 이 두 말은 비슷해 보인다. 그 말이 그 말 같다. 무언가를 흐뭇하고 좋게 느끼는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아도 이 두 말은 그 의미를 상당 부분 공유한다. ‘기쁘다’는 ‘욕구가 충족되어 마음이 흐뭇하고 흡족하다.’이고, ‘즐겁다’는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로 풀이하고 있다. ‘즐겁다’ 안에 ‘기쁘다’가 있는 것 같고, ‘기쁘다’ 안에 ‘즐겁다’가 있는 것 같다. 사전은 ‘기쁘다’의 용례로 “시험에 합격하여 정말 기쁘다.”를 들고 있고, ‘즐겁다’의 용례로 “놀이를 하며 즐겁게 지냈다.” 등등을 들고 있다. 구체적 용례를 보아도 이 두 말의 의미를 얼른 구분해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말이란 비슷할 수는 있지만, 그야말로 똑 같은 뜻의 말이 두 개 있을 수는 없다. 무언가 미세하게라도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말로 나타나는 것이다. 설령, 사전적 의미가 유사하더라도 두 말이 쓰이는 맥락이 미묘한 차이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다가 사전에 등재된 말의 뜻이라도 언제나 고정불변의 절대적 의미로 고착되지 않는다. 이 분야를 다루는 의미론(semantics)에서는 어떤 말이든 그 말을…
정조는 1789년 10월 11일 수원의 옛읍치에 현륭원을 조성했고, 1790년 2월 8일에는 현륭원을 처음으로 참배하기 위해 창덕궁을 출발했다. 그리고는 동쪽의 흥인지문으로 나가 말을 타고 뜬다리(浮橋)를 건너 과천 관아에 이르렀고, 다시 출발하여 사그내(沙斤川)에서 잠시 휴식 후 수원 관아에 이르러 밤을 보냈다. 이때 한강을 건넌 나루는 사람들이 수원을 오갈 때 일반적으로 건너던 동재기나루도, 새로 선택한 노들나루도 아니었다. 문헌 기록에 나루의 이름이 나오지는 않으나 동쪽을 향하는 흥인지문으로 나갔다고 하니, 사도세자의 관을 영우원에서 현륭원으로 옮길 때 뜬다리를 만들어 건넜던 뚝섬나루인 것 같다. 1790년 7월 1일, 정조는 배다리 제작의 다양한 내용을 담은 규정집인 '주교지남'을 신하들에게 공표했다. 이때 배다리(舟橋)를 만들 곳으로 노들나루를 최종 선택했고, 배다리 설치를 담당할 관청인 주교사(舟橋司)도 신설하여 노들나루에 설치하기로 했다. 그 결과 1791년 1월 16일, 1792년 1월 24일, 1793년 1월 12일의 현륭원 참배 때는 창덕궁-숭례문-노들나루(배다리)-남태령-과천을 거쳐 수원의 화성행궁에 도착했다. 1794년 1월 12일에는…
규제 완화, 규제 혁파는 어떤 대통령 선거에서나 심심치 않게 제시되었던 공약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규제 완화 논의만큼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수준은 이제 국가의 경제 및 국가 경쟁력과 동일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한지 검토해볼 겨를도 없이, 세계 각국은 자국민이 자국 국경 내에서 창업하고 발전시킨 인공지능 기업이 하나라도 더 등장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꽃 튀는 세계 경쟁 와중에 치러지는 대선이니, 앞으로 들어설 정부가 인공지능 기업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려 하는지 후보자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 지당하다. 그러나 규제 완화(de-regulation)란 도대체 무엇인가? 일단 규제를 완화하면 이 나라의 인공지능 생태계는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혼란스러운 것은 어째서 정부는 언제나 기업 육성과 규제 완화를 외치는데, 기업은 규제 좀 없애 달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규제 완화의 이상적 이미지는 흔히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경쟁이 유지되며 혁신적인 시장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시장 행위자들은 가격 메
어리석은 ‘비상계엄’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신뢰할 만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가 “따놓은 당상”이다. 어찌 됐든 새로운 정부에서 할 일은 엄청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 반드시 청산해야 일과 급한 일과 시간이 걸리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 등이 있을 것이다. 민주제도가 정착되고 어느 정도 문화강국으로 부상한다고 생각한 대한민국이 하마터면 50여 년 전 독재국가로 돌아갈 뻔했다. 이 원인을 분석하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그것을 찾아 청산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또다시 국민을 위협하여 권력을 찬탈하는 세력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근본적 원인 중 하나를 ‘교육’이라고 본다. 나는 초등학교 등굣길. 그 시간과 거리가 그렇게 싫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그 학교는 서울 변두리에 생긴 지 얼마 안 된 학교였기에 학교 앞길이 일부만 포장이 되었고 많은 부분은 그냥 흙이어서 비가 오면 운동화가 빠져 쩍쩍 달라붙는 진창이 되었다. 사방에서 교문 앞으로 "몰려드는" 학생들의 등교하는 발걸음들이 바빴다. 여기서 강조하고픈 단어는 "몰려드는 바쁜 걸음"이다. 늦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우르르 몰려드는 나를 포함하여 "바쁜 아이들"이…
기록은 쉽습니다. 몇 줄로 요약한 평생도 그렇습니다. 기록된 평생은 몇 줄의 만남과 그보다 더 길게 남는 헤어짐입니다. 자식으로 만났다가 부모가 되어 헤어집니다. 앞서고 뒤따름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습니다. 가을 다음은 겨울이고 그다음은 분명히 봄이라야 하지 않습니다. 부모보다 먼저, 사랑보다 앞서, 그리움보다 빨리, 떠나버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떠나는 버스를 붙잡을 수는 있어도, 약해지는 호흡과 잦아드는 맥박을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영원히 살 수 없습니다. 헤어짐은 필연입니다. 사랑으로도 묶어둘 수 없습니다. 날개 달린 것들은 날개에 힘이 생기면 둥지를 떠납니다. 발로 서는 것들은 발로 서는 순간 떠남을 예고합니다. 꼬리로 헤엄치는 것들은 알을 낳음으로 혈연을 끊습니다. 인연이 아름다운 것은, 헤어질 수밖에 없는 한정된 삶이 있어서입니다. 영원히 살 수 없어서, 마감할 수밖에 없는 관계는 더 오래 기억됩니다. 그것이 삶의 아이러니입니다. 산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입니다. 헤어짐은 순간입니다. 순간일수록, 오래도록 마음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이별의 순간인데도, 방금 지나친 일처럼 떠오릅니다. 함께 걸었던 골목의 촉감이 구두에 밟히고,…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 한 분이 대화 중 문득 "저는 말을 많이 하면 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이 지쳐요" 하였다. 사연인즉슨 그는 어린 시절부터 종갓집의 종손으로 각종 집안 행사에서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인사하며 잘 맞이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늘 받았다 내향적이고 말수가 적은 아이에게 처음에는 큰 압박이었지만 자라면서 내면화되어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아도 말하며 분위기를 좋게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그러다 보면 종종 소진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였다. 그의 몸은 내원 때마다 자율신경 검사(Heart rate variability; 심박변이도)검사상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비율이 10대 1 정도로 교감신경이 과 항진되어 있었다. 그에게 “ 항상 전투 모두에 있는 것과 같이 긴장되어 있어요. 비유하자면 초원에서 맹수에게 쫓기고 있는 상태와 비슷하지요. 계속되면 긴장 초조 불안한 느낌이 나고 잠도 잘 들기 어렵고 소화 대변 소변 등이 이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 라고 설명하였다. 그는 실제로 조금만 긴장해도 땀이 많이 났고 밤에 잠들기가 어렵고 여러번 깨고 종종 소화가 잘 안되었다. 그에게 자율신경과 장기능을 돕는 한약과 함께 이완호흡, 마음챙김을…
지난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재외선거가 치러졌다. 약 20만 명의 재외국민이 국외부재자 또는 재외선거인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단순한 유권자가 아니다. 이들은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미래에 대한 책임과 연대를 실천하고 있는 진정한 세계시민이다. 그러나 이번 재외선거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낮은 신고·등록률, 근거리 투표소 부족, 우편·온라인투표 미도입, 투표 홍보·캠페인 활동 제한, 과도한 투표비용, 동포사회 분열 우려 등은 여전했다. 각 후보의 공약집과 정책 자료는 충분하지 않았고, 재외 유권자를 위한 맞춤형 정보 제공도 미흡했다. 글로벌 대한민국을 외치면서도 정작 재외국민 참정권은 여전히 선언적이었다. 이번 조기 대선은 12.3 비상계엄과 4.4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치러진다. 새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오는 6월 4일부터 바로 국정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리더는 국가 리스크이고, 그 피해는 전 국민에게 돌아온다. 유권자들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20년 미래를 결정짓는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
기자에게 “누가 그럽디까?” 묻는 건, 뺨 맞을 일이다. ‘언론의 본디’를 포기하라는 것이니, (제대로 된) 기자에게는 결코 해서는 아니 될 질문인 것이다. 누가 제보자인지를 누설했다면, 어느 누가 언론(인)을 믿고 장차 위험이나 손해를 감수할 제보를 할 것인가? 언론 ‘가치’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꼴 아니겠는가. 언론 문헌에 곧잘 등장하는 ‘취재원 비닉(秘匿)의 원칙’이다. 원칙이란 말은 그 ‘뜻’의 무게를 짊어지는 어휘다. 또 비밀스럽게 숨겨준다는 비닉이라는 낯선 말도 위세를 더한다. 요즘에는 ‘취재원 보호’라는 말로 그 강세(强勢)를 좀 눌러서 쓰는 것 같다. 또 이는 ‘제보자 보호’라는 활용의 폭이 좀 너른 말과 혼용되는 모양새다. 언론뿐 아니라 정치집단이나 경찰 검찰, 각급 정부기구와 기업 등의 감사부서에 ‘내(나만) 아는 사안(事案)’을 공익(公益)의 목적으로 알리는 일은, 세상을 바루는 역할로 중요하다. 사안의 특성상 이 절차는 대개 조용히 진행된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이런 제보자나 취재원을 deep throat(딮 쓰로트·깊은 목구멍)라는 은밀한 속어로 불렀다. 그 판사님이 (고급) 룸살롱에서 향응(饗應)이란 어휘로 통용되는 접대를 받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