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려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다. 아직 과학이 도달하지 못한 시대, 인간은 자연과 삶의 고통을 이야기로 설명했다. 그 이야기 속에서 노동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신과 인간의 관계를 정의하는 중요한 행위로 등장한다. 노동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형벌이었을까, 아니면 인간이 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을까? 가장 유명한 노동의 기원 신화는 성경 속 에덴동산 이야기다. 인간은 선악과를 따먹은 대가로 낙원에서 추방당하고, 흙을 일구며 땀 흘려 살아가야 했다. 노동은 신의 형벌이었고, 고통의 상징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판도라가 열어버린 상자에서 온갖 재앙과 함께 노동이 인간에게 주어졌다. 이 역시 인간의 욕망이 불러온 결과로서 노동은 벌이었다. 그러나 모든 신화가 노동을 고통으로만 묘사하지는 않았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는 신들이 지친 끝에 인간을 만들어 대신 노동하게 했고, 인간은 노동을 통해 신에게 제물을 바쳤다. 여기서 노동은 신과의 계약이자, 신성한 의무였다. 북유럽 신화의 토르 역시 번개와 천둥의 신이자 대장장이 신으로, 노동과 힘, 창조의 상징이었다. 이처럼 노동은 고통이면서도 창조이고, 저주이면서도 축복이었다. 노동의 이중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나온 후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IT 산업의 화두는 AI이며,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 등이 AI 기술 진보를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인간 수준인 범용인공지능(AGI) 기술을 비롯해 인간을 초월하는 초인공지능(ASI) 또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노벨 물리학 수상자인 힌튼 교수는 “5∼20년 안에 초지능이 등장한다”라고 예측하였으며 올트먼과 함께 AI 기술 양대 산맥으로 알려진 구글 딥마인드 CEO 허사비스도 “인간 수준의 AI가 5∼10년 내 나타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샘 올트먼은 “AGI는 트럼프 2기 중에 개발될 것이고, 딥러닝을 통해 초지능이 수천일 안에 나타날 수도 있다”라고 언급하였으며 초지능 기술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로봇이 로봇을 생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한다. 이 말은 AGI·ASI 기술을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여 로봇 공장을 운영한다는 뜻이다. 인류 사회는 조만간 엄청난 파괴적 혁신을 보게 될 것이다. 소프트뱅크 회장인 손정의는 “10년 내 ASI가…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320원으로 결정됐다. 1만 320원은 올해 최저임금(1만 30원)보다 290원(2.9%) 높은 금액으로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215만 6880원이다. 이번 최종안은 2008년 이후 17년 만에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합의로 결정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걸핏하면 극한 갈등으로 치닫는 노사문화에 양보와 타협의 미덕이 깊게 퍼지면서 ‘상생 정신’이 폭넓게 발현되는 변화가 나타나길 기대한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노·사·공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10일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6년도 최저임금을 이같이 의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 중 민주노총 위원 4명이 불참한 가운데 노·사·공 위원 23명의 합의로 결정됐다. 이번 인상률은 1%대였던 올해(1.7%)나 2021년(1.5%)보다는 높지만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역대 정부 첫해 인상률 중에서는 두 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미 지난 회의 때 공익위원 심의 촉진구간(1.8%∼4.1%)이 제시된 상황에서 이날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심의에 들어갔다
6월은 계절의 경계에 선다. 봄은 자취를 감추고 여름의 숨결이 서서히 일상을 감싼다. 햇살은 짙어지고 공기는 점점 무거워진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자신만의 지혜를 찾아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술이다. 단지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계절을 건너는 한 방식으로서의 술. 바로 과하주(過夏酒)다. 과하주는 이름 그대로 ‘여름을 지나기 위한 술’이다. 1418년 '조선왕조실록'에 처음 등장하며, 조선시대 양반가에서는 주로 5월 무렵 담가 초여름부터 마셨다. 높은 온도에서도 상하지 않도록, 발효주에 증류주인 소주를 더해 보존성을 높였다. 그 풍미는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묵직한 안정을 주었다. 무더위를 이겨내는 데 중요한 건 단순한 시원함이 아니라, 어쩌면 그런 ‘깊이’였는지도 모른다. 맛은 한마디로 깊고 조화롭다. 구수한 곡물 향이 먼저 퍼지고, 뒤이어 진한 단맛과 은은한 산미가 느껴진다. 차가움으로 혀를 자극하기보다, 온전한 발효가 주는 풍미로 입안을 부드럽게 감싼다. 특히 간장이나 된장 같은 짭조름한 장맛과 잘 어울려, 여름철 보리밥이나 찌개류와 곁들이면 더욱 궁합이 좋다. 고문헌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과하주를 지금은 몇몇 양조장에서 전
미국에 사는 한 노파가 변호사에게 두 가지 유언을 했다. 첫째는 죽게 되면 화장할 것. 두 번째로는 유골은 반드시 뉴욕 맨해튼 최대 번화가에 뿌려줄 것이었다. 의아했던 변호사가 노파에게 물었다. “왜 하필이면 뉴욕 맨해튼입니까?” 노파는 말했다. “쇼핑을 좋아하는 내 딸들이 반드시 일주일에 두 번은 방문해 줄 것 같아서요.”라고. 사람도 나이 들어 동진강 폐선 같이 뻘 속에 처박혀 있는 듯하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관심 밖의 삶으로써 비루먹은 망아지 꼴이 되는가 싶다. 나는 해방둥이 세대로서 스스로의 심장을 펌프질하며 열광하는 삶을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했다. 그 힘으로 가정의 안정과 가족들을 건사했다. 열광하는 삶에서 한결같은 삶을 고집하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바쁠 것 없는 노인세대가 되었다. 미국 노파의 심정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남은 인생의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유머 같은 노파의 이야기가 울음보다 더 서글픈 정서의 현을 건드린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청년의 꼭지점에서는 우정에 대한 철학도 자못 심각했다. ‘대신 죽어줄 친구나 천하를 반분할 수 있는 우정의 도를 저울질하기도 했다. 공무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19년 시행했던 “청정계곡 복원 사업”을 통해 경기도의 청정계곡을 전 국민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한 지 6년 차에 접어들었다. 나는 가평군의 청정계곡이 있는 마을의 주민들과 함께 계곡을 생태친화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계곡 주변 주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시키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아직도 피서객들의 무질서한 계곡 이용으로 오염과 눈살 찌푸리는 상황이 안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에 비해 자율적으로 생태친화적인 피서를 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큰 변화 중 하나는 계곡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등의 불법 취사를 하기보다는 도시락에 조리된 먹거리를 담아와서 먹고 빈 그릇을 그대로 가져가 쓰레기 발생도 줄이는 피서객들이 늘었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가져와서 발생한 쓰레기를 갖고 가는 일들도 늘어났다. 특히 수박 같은 경우는 쓰레기양이 많아서 아예 집에서 먹기 좋게 썰어서 도시락에 담아와 먹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최근 물놀이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난감한 상황이 바로 반려견 수영의 경우다. 국립·도립·군립공원의 경우 '자연공원법'에 의해서 반려견 출입 자체를 제한할 수 있
K-Pop 데몬 헌터스의 OST가 미국 스포티파이 차트 Top 10을 도배하는 것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에스파의 ‘광야’ 컨셉은 옳았다. SM이 틀렸던 것이 아니라 너무 빨랐던 것이다. 버추얼 아이돌은 먹힌다. 버추얼 아이돌과 사람 아이돌의 시너지의 현실화가 목전이다. 그래서 뉴진스의 퇴장이 새삼 다시 안타깝다. K-컬쳐가 또다시 상승장의 물결을 탔는데, 물이 들어 오고 있는데, 노 저을 사공이 하나라도 더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버추얼 아티스트의 이점을 ‘휴먼 리스크’가 없다는 점에서 찾는다. 휴먼 리스크 중 상당 부분이 법률 리스크다. 멀게는 동방신기의 해체부터 가깝게는 뉴진스의 가처분까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휴먼 리스크는 결국 법정을 무대로 삼는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가 법정 싸움이다. 우리의 ‘높은 문화의 힘’을 더욱 드높이려면, 법질서의 분쟁 해결 기능이 더 나아져야 한다. 소송은 이기고 지는 싸움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1 아니면 0이 되기 마련이다. 현실의 분쟁이 전적인 선과 전적인 악 사이의 대결인 경우는 거의 없다. 시시한 약자와 시시한 강자의 싸움인 경우가 훨씬 많다
1919년 3·1운동 때 수원지역에서는 격렬한 만세운동이 벌어졌다. 지식인과 학생, 상인, 종교인, 농민, 그리고 사회적으로 천시되던 계급인 기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계층이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국가로부터 서훈이나 표창을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이 많다. 남아 있는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광복 80년이 되는 해이다. 무심한 세월이 흘러 자신의 생명과 재산, 가족까지 포기하면서 나라와 겨레를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들은 잊혀 가고 후손들은 여전히 곤궁한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친일 매국노들의 후손은 정·재계, 심지어 학계에서도 주류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조선총독부로부터 받은 친일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전도 벌이고 있다. 송병준은 친일파 중에서도 악질로 꼽힌다. 1907년 대한제국 군대 해산과 내정권 이양을 일본에 넘긴 한일신협약(정미7조약)에 찬성한 7명의 친일파인 정미칠적(丁未七賊) 중 한명으로 일제 식민지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민족적 배신자다. 그의 증손자가 인천 부평구 미군부대(캠프마켓) 일대 땅 약 13만평(36만 5000㎡)을 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2011년 재판부는 “해당 부동산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