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는 단순한 집이 아니다. 한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거주하는 공간이자, 국가 운영과 위기 대응의 최전선이다. 외국의 정상들이 방문하는 외교 무대이기도 하며, 국민의 신뢰와 자존심이 투영되는 국격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대통령 관저의 위치와 조건은 단순한 ‘주거 편의성’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곧 국가 경영의 안정성과 직결된 문제다. 그러나 현재 청와대 대통령 관저는 여러모로 대통령이 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1990년 현대건설이 공사를 맡아 지을 당시, 자연 지형을 거칠게 훼손한 사실부터가 문제였다. 암반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고, 본래 맑은 물이 흐르던 계곡을 매립해 관저 부지를 조성했다. 그 위에 15미터가 넘는 인공 축대를 쌓아 올린 후, 그 위에 건물을 세웠다. 대통령 부부가 머무는 안방마저 이 축대 위에 놓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웅장할지 모르나, 터 자체가 불안정하고, 자연을 거스른 인공적 구조물이라는 한계가 뚜렷하다. 또한 관저는 청와대 구역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있다. 이는 외견상 위엄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고립감을 주고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지 않는 터다. 전통 풍수에서는 이를 ‘고한(孤寒)’이라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지난 6월 4일 열린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즉시 가동하고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며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외교·안보, 대북관계,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은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들이 바라마지 않던 약속이었다.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고, 에너지 수입 대체, RE100 대비 등 기업 경쟁력 강화에 더해, 촘촘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로 전국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해 소멸 위기 지방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는 선거과정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기후위기 대응’ 공약으로 내 건바 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을 위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추진과 과학적 근거에 따른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하고, 2040년까지 석
여행이란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훌쩍 떠났다가는 자신이 살던 곳이 그리워질 때 다시 찾아드는 과정의 모든 연속이다. 여행은 피곤하면서도 즐겁다. 또 많은 것을 실제의 경험을 통해 보고 듣고 먹으면서 즐기게 된다. 그래서 여행을 통해 만들어진 경험은 책이나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진 간접경험에 비해 훨씬 더 오랫동안 뇌리에 남게 된다. 세월이 지난 뒤에는 그때의 모든 과정이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되거나 또 진한 향수를 자아내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가슴속에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 모험심과 개척정신 같은 것이 담겨 있다. 여행을 통해 얻는 새로운 에너지는 우리 삶의 활력소가 된다. 그동안 일상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가 있다. 다시 말해 힐링이 가능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여행은 낭비가 아닌 새로운 창조의 과정이라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면서 여행을 하는 것이다. 튀르키예의 시인 나짐 히크메트(Nâzım Hikmet)는 「진정한 여행」이라는 시에서 여행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
원행을묘 출발 10여 일 전인 1795년 2월 25일, 정조 임금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창덕궁의 후원에서 가마를 타고 가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윤2월 9일 아침 다섯 시, 정조가 평소 도서관으로 쓰던 창경궁의 영춘헌(迎春軒)에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함께 거둥했다. 곧 수정전(壽靜殿)에 들러 자신보다 일곱 살 많은 할머니 정순왕후(貞純王后, 1745~1805)께 인사드린 후 돌아왔고, 6시 45분에 행군을 알리는 구령이 세 번 울렸다. 드디어 영춘문을 나서면서 7박 8일의 원행을묘가 시작됐다. 창경궁의 천오문-만팔문-보정문-숭지문-집례문-경화문-동룡문 등 작은 문을 지나 건양문(建陽門)을 통과했다. 이어 창덕궁의 외전(外殿)과 내전(內殿) 경계의 숙장문(肅章門)을 지나고 진선문(進善門)-금천교(禁川橋)를 통과하여 정문 돈화문을 나섰다. 궁궐 밖 참배 길의 시작이다. 필자는 2024년 9월 14일 토요일 9시 돈화문에서 원행을묘 백리길을 출발했다. 정조의 행렬은 필자보다 두 시간쯤 일찍 출발한 것인데, 부지런하거나 환갑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가는 엄청난 규모라서 이렇게 일찍 출발한 것은 아니다. 옛날에는 먼 길을 갈 때 최대한 일찍 출발하여…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낮은 저널리즘 품질, 지나친 상업화, 정파성이 강한 보도 등 현재 언론매체에 대한 수많은 비판이 존재한다. 이러한 평가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언론매체 자신에게 있다. 언론산업의 어려움이 나태한 저널리즘의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 생존을 위한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일부 현상이라는 핑계도 가능하겠으나, 언론매체의 핵심 가치와 존재 이유를 생각한다면 궁색한 변명이다. 언론매체의 생존과 언론산업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자기반성이 먼저다. 사회의 공기 혹은 제4부로서 언론의 존재 이유는 두 말이 필요 없다. 하지만, 현실은 언론산업의 경제적 위기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이에 민주주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어, 늦지 않게 언론산업 붕괴를 막을 사회적 조치가 필요하다. 공익을 실현하고 수준 높은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언론매체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현실에 맞는 새로운 언론정책이 개발돼야 한다. 이에 조금이나마 언론산업의 경제적 위기를 감소시키고 언론매체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미디어 바우처(media voucher)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 바우처는 일정한 과정을 거쳐 조성된 재원을 가지고 뉴스 이용자에게 일정 액수 상당의 바우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출범했다. 찬탄이냐 반탄이냐, 누가 더 윤어게인을 강하게 밀어부칠 수 있냐, 여기에 더 해 극우유튜버 전한길 문제까지 시대착오적이고 볼썽사나운 논란만 거듭됐지만, 전당대회 내내 거친 언사로 선명성 경쟁을 주도한 장동혁 후보가 선택됐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제도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국민의힘은 2022년까지 당대표 선출시 국민여론 30%를 반영해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돌연 국민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당원만 참여 가능한 것으로 바꿨다. 국민여론은 무시되고, 극우유튜버와 특정종교집단을 기반으로 한 극렬당원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당연히 누구나 반탄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고 결과도 같았다. 국민의힘 새지도부는 이제 시선을 돌려야한다. 대한민국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의힘이 살 길은 시선을 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유권자와 일반 국민의 시각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치는 최종적으로 국민여론과 투표로 완성된다. 역설적이게도 극렬당원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장동혁 대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버려야 가능한 일이다. 이미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은 헌법재판관 만
지난 7월 30일,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보낸 편지에는 “개인 초지능(Personal Superintelligence)”의 비전이 담겼다. 편지에서 저커버그는 초지능 시대가 멀지 않았으며, 그것이 인류 발전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는 초지능이 개개인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학, 건강, 문화의 진보는 개인의 열망이 모였을 때 가능하며, 이 때에 초지능은 그 열망이 창작·경험·소통으로 발현되는 ‘더 큰 주체성의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하다. 소수가 진보를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하이에크가 이야기한 ‘치명적인 자만’에 불과하다. 개인이 자유롭고 호혜적인 교환을 통해 자생적으로 드러내는 창발성 속에서 비로소 진보의 문은 활짝 열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저커버그는 자신이 주장한 ‘활짝 열린’ 주체성의 문을 곧바로 닫아버린다. 그는 초지능이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무엇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무엇을 공개하지 않을지” 메타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의 기준과 공개 범위는 “모두의 힘을 북돋우는 초지능을 믿고, 거대한 인프라와 자원, 전문성을 갖추었으며, 수십억 명에게 새로운 기술을 전
[ 경기신문 = 박재동 화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