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숲속의 출구 찾기 “내 인생의 여정(旅程)을 가던 중에 나는 어둡고 캄캄한 숲속에 갇힌 내 자신을 보았네. 그만 길을 잃고 말았지 뭔가.” 단테의 『신곡』 그 첫 문장이다. 이렇게 헤매고 있던 주인공 앞에 야수(野獸) 세 마리가 나타나 그를 두렵게 한다. 표범과 사자 그리고 늑대. 그는 과연 출구를 찾아 자신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까? 검찰개혁의 선두에 섰다가 정치적 참화를 겪은 조국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그대가 조국'의 마지막 장면은 바로 이 단테의 『신곡』 첫 대목을 닮아있다. 산을 오른 그가 어느 숲길에서 길을 찾는다. 그런데 그것은 조국 한 개인의 출구로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이 시대 전체가 탐색의 임무를 안게 된 과제다. 다큐는 2시간의 길이다. 이승준 감독의 작품으로 총연출에 진모영 감독, 제작에 정상진, 강병석 PD와 양희 크리에이비트 프로듀서등이 힘을 합했다. 『조국백서』, 『조국의 시간』을 거쳐 이제 입체적 영상이 우리 앞에 온 것이다. 시사회에 초대를 받아 보는 내내 모르는 내용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숨이 막히고 고통스러웠다. 한 시대를 제대로 살아내는 것은 이토록 쉽지 않다. 영화는 냉정할 만큼 감정의 여지를 최대한 빼
자신의 영혼을 정화하고 의심에서 해방된 사람들에게 하늘은 땅보다 가깝다. 육체의 모든 감각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해도, 만약 그들이 사물의 참다운 본질을 모른다면 그 지식 속에서 아무런 유익함도 찾지 못할 것이다. 온갖 사물에 대한 참다운 지식은, 그 속에 사물 자체로서의 참다운 본질이 숨어 있음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인도의 쿠랄) 인간은 강한 존재이며, 자기 내부에 있는 영혼의 힘을 아는 자, 자기 밖에서 힘을 찾을 때는 무력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통제함으로써 진정한 지배자가 되어, 한눈팔지 않고 전진해 목표를 달성한다. 그는 자신의 두 발로 힘차게 서 있기 때문에 당연히 땅바닥에 쓰러진 자보다 강한 사람이다. (에머슨) 어떻게 신을 알고 있느냐고 묻거든 신이 내 마음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라.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완전히 구원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이 시공을 초월한 존재자를 육체의 눈이 아니라 영혼의 눈으로 보라. 자기 자신을 모르는 자가 어찌 신을 알 수 있겠는가? 진정으로 자신을 아는 것이 바로 신을 아는 것이다. (페르시아 금언) 사람들은 장사를 하고, 계
“1980년 5월에 지금처럼 휴대전화가 있고, 인터넷이 있고, SNS가 발달했다면, 신군부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지 못했을 겁니다.” 나경택 기자는 지금도 5월이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기자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후회는 쉽게 잊히지 않는 듯했다. 광주 지역 대부분의 기자들이 그랬듯 그 참상을 목격하고도 신문에 기사 한 줄, 사진 한 장을 싣지 못했다. 신군부의 보도통제 때문이었다. TBS가 5·18민주화운동 42주년 특집으로 제작한 ‘오일팔 증명사진관’에서 나 기자는 당시 광주의 상황을 밖으로 알릴 수만 있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광주는 고립무원의 도시였다. 광주와 전남 지역 외 다른 곳에서는 광주의 진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정부는 광주시민을 무자비한 폭도로 매도했다. 나 기자는 건물에 숨어 촬영을 계속했다. 옷 안에 카메라를 숨기고 다녔다. 건물 옥상에서 군용헬기가 자신을 조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황급히 숨었던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그는 계엄군이 시민을 곤봉으로 구타하는 장면을 찍었다. 광주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름과 사진을 잃을 수 없었다.
지난 5월 19일은 베트남의 정신적 지주인 호찌민이 태어난 날이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지 53년이 지났지만 바딘광장에 있는 그의 영묘에는 참배객들의 줄이 끊어지지 않는다. 호찌민에 관한 글을 여러 번 쓴 적이 있는 내게 베트남통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 한국 작가로서 호찌민이 지닌 가장 큰 가치와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 번째 질문이었다.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호찌민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완전히 일치한 사람이었다. 인민을 위한다는 지도자는 많았지만 인민을 위해 산 지도자는 매우 드물었다. 호찌민은 그 드문 지도자 중에서도 매우 특별했다.” 내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베트남에서 살았던 여섯 개의 집에 모두 가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난 응애안의 작은 시골집은 베트남의 전형적인 농가다. 베트남의 최고액권인 50만 동 지폐 뒷면에 찍힌 야자나무 지붕의 소박한 바로 그 집이다. 내가 가본 호치민의 두 번째 집은 베트남 남부에 있는 해변도시 판티엣의 야간학교였다. 그는 베트남을 떠나기 전에 늑맘(젓갈)생산지로 유명한 판티엣의 젓갈공장 부설 야간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내가 오래전 비 오는 날 산길을 달려 찾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시기적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한한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단골로 방문하는 곳이 바로 비무장지대(DMZ)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DMZ 대신 삼성반도체 공장을 방문한다. 이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의 목적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IPEF도 이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방한에서 가장 주목됐던 부분은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회동 여부였다. 미국 대통령이 방한할 때, 전직 대통령을 만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외국의 외교 사례를 보더라도, 외국의 국가 원수가 특정 국가를 방문해서 전직 국가 원수를 만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있었다. 아베
현세에서나 내세에서나 자기 자신 밖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나는 나를 이끌어 줄 빛을 찾아 전 세계를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낮이고 밤이고 쉬지 않고 그것을 찾아다니다 마침내 나는 나에게 진리를 계시하는 예언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예언자는 내 마음속에 있었고 내가 온 세계를 찾아 헤맸던 그 빛도 결국 내 속에 있었다. (수피) 우리가 바로 우리 자신의 구원자이고 또한 파괴자이기도 하다. 외부적인 것은 인간에게 악을 저지를 수 없다. 인간이 자신의 법칙에 따라 살고 있다면, 설사 우주가 멸망한다 해도 그의 몸에 악은 깃들지 못할 것이다. (류시 말로리) 종교가 내면의 힘을 잃게 되면 외면의 신앙 습관이 복잡다단해지면서 선행의 대용품이 되고 만다. 민중은 거짓 설교자들이 가르치는 추상적인 신앙 열광에 빠져들어 신성한 의무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방탕과 타락의 늪에 몸을 던진다.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고 그릇을 씻지만 영혼을 씻는 방법은 모른다. 예수는 말했다. “마음에서 모든 악의 뿌리를 뽑기 위해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가라. 외면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선도 악도 다 내면적인 것이다.” (라므네) 운명에 우연이라는 것은 없다. 인간은 운명을…
한의대 20년 선배님인 한 한의사 원장님은 거의 매일 아침 공원에서 태극권을 오랫동안 지도하셨다. 그 선배님의 이른 아침 태극권 모임에 참여하게 되며 부지런히 운동하는 몇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중에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는 의사 한분이 계셨다. 식이요법과 아로마요법 등으로 자신을 치료하던 중 류머티즘에 효과적인 운동으로 알려진 태극권을 배우려고 수소문하였고 이 모임에 참여하여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간도 열심인 분이었다. 선배 원장님께 태극권과 함께 한약과 체질침 치료를 받으면서 많이 호전되어 체질침 전도사를 자처하셨던 열린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태극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기공 중 하나이다. 사실, 기공이란 용어는 넓은 스펙트럼의 개념이다. 철학적 혹은 종교적인 관점, 혹은 기공을 수행하는 유파에 따라 기공을 수련하는 방법, 동작, 목적이 다르기에 설명이 달라진다. 기공에 포함되는 여러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존재하였지만 기공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근래이다. 1950년대 의료계에서 유귀진이 저서 (기공요법실천)에서 “기(氣)라는 말의 의미는 인간의 호흡을 통한 의념(意念) 활동을 뜻하며 공(功)이란 이를 바른 자세로 꾸준히 연마하는 것”라
세계 정세 대변환의 파고는 한반도에도 어김없이 미치고 있다. 그 파고를 일으키는 주체는 다름아닌 북한 김정은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역으로 악용하여 자신들의 스케줄대로 핵무력 등 국방력을 키워온 김정은이 그 이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것이다. 소위 ‘자발적 모라토리움’을 파기하고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4.25)을 기념 심야열병식을 통해 무력시위를 과시한데 이어, ”전쟁 상황이 아닌 근본리익 침해 시 핵사용이 가능하다“며 핵불사용 원칙도 언제든지 깰 수 있음을 천명했다. 그 대상에 남한도 예외가 아님을 시사함으로써 발언의 금도를 넘고 있다. 더욱이 7차 핵실험 가능성과 더불어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것은 ‘핵무기의 소형 경량화와 전술무기화’이다.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사거리 400-600km 내외의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KN-24 북한판 ATACMS 등 단거리 발사체 개발에 집중해왔다. 특히 KN-23의 원형인 러시아의 이스칸데르급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반도 전역이 사실상 전술핵 위협에 노출된 셈이다. 이와 더불어 금강산 남측 관광시설도 임의로 철거함으로써 ‘김정은 방식’대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하고 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붐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융합 미디어가 21세기 사회를 주도하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어 있는 매스 미디어 시대에서 그 구별이 없는 스마트 미디어의 시대로 진입한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문자와 인쇄 미디어의 시대에서 영상과 전기 미디어의 시대로 전환된 시대의 모습이다. 특히 MZ 세대는 어려서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新인류다. 인쇄매체 세대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변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은 책 대신 유튜브다. 그 결과 특별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러한 시류 변화에 부응하여 미디어 리터러시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의 교육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점검할 때가 되었다. 과거 ‘미디어 바로 알기’ 차원의 미디어 교육과 다르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청소년과 미디어'를 교재로 한 미디어 교육 강의를 보면, 미디어의 이해 차원의 미디어에 대한 본질적 이해,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창의적 수용, 그리고 소셜 미디어 활용을 위한 교육 등으로 되어 있다. 학생들에게 매우 영양
80년 5월 시민군 대변인을 하던 윤상원은 복부에 총상을 입고 사망하기 전 이 말을 남긴다. "너희들은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너희들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우리들이 지금까지 한 항쟁을 잊지 말고 후세에도 이어가길 바란다.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 그러나, 아!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계엄당국은 18일 오후부터 공수부대를 대량 투입하여 시내 곳곳에서 학생, 젊은이들에게 무차별 살상을 자행하였으니! 아! 설마, 설마! 설마 했던 일들이 벌어졌으니, 우리의 부모형제들이 무참히 대검에 찔리고, 귀를 잘리고, 연약한 아녀자들이 젖가슴을 잘리우고 차마 입으로 말할 수 없는 무자비하고도 잔인한 만행이 저질러졌습니다. 너무나 경악스런 또 하나의 사실은 20일 밤부터 계엄당국은 발포명령을 내려 무차별 발포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고장을 지키고 우리 부모형제를 지키고자 손에 손에 총을 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언론에서는 계속 불순배, 폭도로 몰고 있습니다. 잔인무도한 만행을 일삼았던 계엄군이 폭돕니까? 이 고장을 지키겠다고 나선 우리 시민군이 폭돕니까? 아닙니다. 그런데도 당국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