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韓流. Hallyu)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엄청나다. 한국문화·역사와 한국어를 기반으로 하는 K-드라마‧예능‧영화‧음악‧애니메이션‧출판‧웹툰‧게임‧패션‧뷰티‧음식 등을 즐기는 지구촌 한류 동아리가 112개국 1,748개이고, 한류 팬은 2억2497만 명이라고 한다(한국국제교류재단, 2023). 적극적 참여자를 기준으로 이 정도면 소극적 한류 향유자·소비자는 얼마나 될까. 적어도 3배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글로벌 한류 현상의 저변에는 우리와 밀접한 관계인 전 세계 180개국 재외동포사회가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국내 거주 다문화·외국인·유학생은 물론 해외진출 한국기업 종사자, 내·외국인 관광객, 심지어 북한동포들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호감을 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류 팬덤(fandom)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까”와 같은 기존의 담론(談論) 수준을 뛰어넘어 “지속가능한 글로벌 한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우리 각자는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까”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민간차원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한국인 해외출국자는 2872만 명이었다. 외국인 국내 입국자도 1696만 명에 달했다. 국내 총인구 516
검색의 시대, 클릭 몇 번으로 세상 일 다 알고 해결 가능하다 여겼나. 허나 반드시 그런 건 아니었다. ‘도대체 그는 왜 그랬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경험한다. ‘앞으로 어찌 될까?’ 또한 마찬가지. 클릭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이유와 다음에 오게 될 세상을 짐작하는 것에도 클릭은 역시 무능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클릭 밖에는 방법을 가지지 못한 것인가. 스마트폰이 대신 해준다고 여겼겠다. 뭐든 치면 나오지 않던가. 이제 인공지능(AI)까지 ‘거인의 어깨’를 가볍게 밟고 날아오르는 듯, 심지어 그걸 만든 이들마저 당황하는 모양새다. 어떤 낱말이 어찌하여 저런 뜻을 가지게 됐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저 스마트한 장치들이 어원풀이도 꽤 하더라만, 한계 있더라. 기왕의 자료를 긁어모아 해(解 풀이)와 답(答 대답)을 내는 것이니 아직은 불가피하리라. ‘짐작’을 예로 들자. ‘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어림잡아 헤아리는 것’이 사전의 풀이다. 15세기 옛 문헌에서 그 활용의 초기 사례가 보이는 한국어인 짐작은 왜 저런 뜻을 갖게 됐을까? ‘짐작’에 ‘한국어’란 앞말을 붙인 건 ‘한자를 속뜻으로 하는 우리말(어휘)의 한 갈래인 한자어라는 점’을 드러내려는…
선거철이 되면 국민은 후보자를 머슴쯤으로 착각하기 일쑤다. 유권자들은 출마한 여러 후보자 가운데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일을 더 잘하는 후보를 뽑는 투표권을 행사하기에 선거 기간 20일 남짓 동안은 머슴으로 오인할 수도 있을 법하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마다 자기가 나랏일을 가장 잘하는 머슴이라면서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을 내걸기에 더욱 헷갈린다. 거기에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를 살펴보면 국민이 주권자임을 천명(闡明)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두 개의 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적시(摘示)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서는 이 나라의 주권자는 다름이 아닌 국민임을 밝히는 법 조항으로 해석된다. 이는 곧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와도 부합한다. 민주주의(democracy)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칙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간략하게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정치적…
트럼프 2기 정부의 무역정책은 독특하다. 자유무역주의를 포기하고 관세 폭탄 정책을 통해 미국 이익을 추구하려고 든다. 바이든 전 정부에서는 동맹국과의 경제협력 방식을 좋아했다.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일본·대만과의 협력관계를 중요시했다. 바이든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을 만들어 미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에 보조금을 주기로 약속했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K-배터리 3사, 현대차그룹 등 한국기업들이 현지 공장 건립에 거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는 대외경제정책 방향을 관세 폭탄으로 설정하였으며,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위해 동맹국과 협력관계를 포기하는 대신, 고관세 투척을 통해 미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미국 내 지지 세력을 위한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바이든의 핵심 정책인 IRA 폐지를 천명했다. 그는 지난 3월 4일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에 군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데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4배 높다. 공정하지 않다”라고 언급한 데 이어 반도체지원법 폐지 의사도 피력하였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영현(英顯)이라는 낱말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들어본 적은 있으나 사용해 본 적은 없다. 낯설다. 사전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는 제사 때 쓰는 지방(紙榜)이다. 현대식으로 풀어쓰면, "아버님, 돌아가신 지 그 새 10년입니다. 오늘 저희가 마련한 이 자리에 오시어 함께 해 주세요."쯤 될 것이다. '현고'(顯考)와 '영현'(英顯)에 들어있는 '나타날 현'(顯)은 故人(죽은 사람)에게 '보고 싶으니 꼭 와주세요',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제사 지내면서, 후손들에게 교훈되도록 하려고 했던 그 의도(효심)는 사라지고, 이제는 그 뜻도 모른 채 부적처럼 쓰여지거나 그마저도 생략되어 사라지고 있다. '영현백'이라는 특별한 가방이 있는 모양이다. 육군 2군단이 지난 8월 22일, 서울에 있는 종이관(紙棺) 제조업체에 연락해서, "영현, 즉 시신 이동 보관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제작소요기간은 물론 한번에 몇 개까지 운송할 수 있는가. 사망자가 예를 들어 3000개가 필요하다면 어떻겠느냐. 종이관 1000개를 구매할 경우 가격이 얼마냐"고 문의했다는 것이다. mbc의 취재결과, 군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나뭇가지 끝에 연둣빛이 살짝 보이기 시작하면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우리가 실제로 체감하는 것보다 자연은 계절을 거슬리지 않고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들을 알려준다. 나뭇가지에 작은 노란 꽃 산수유를 시작으로 화려한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나물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봄에 나오는 나물 중에서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재료가 있다. 그 좋은 재료가 쑥이다. 이번에는 계절에 어울리는 쑥을 이용해 술을 빚으려고 한다. 술 이름도 쑥 술이 아닌 艾(쑥 애)를 넣어 ‘애주’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곡물을 이용해 술을 빚어 완성된 술 빛깔 중 최고의 색은 연둣빛의 술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부재료인 쑥으로 맑은 연둣빛을 술에 녹여 보고 싶다. 향과 색으로 중무장한 ‘애주’ 빚는 법은 먼저 멥쌀을 깨끗하게 씻은 후 불려 가루를 빻는다. 물에 쑥을 넣고 팔팔 끓여 쑥 달인 물이 완성되면 가루에 부어 된죽을 만드는데 이것을 범벅이라고 부른다. 이때 날 쌀가루가 보이지 않게 잘 섞어준다. 물이 적게 들어가 죽을 쑤는 데 힘은 들지만, 범벅을 이용해서 술을 빚으면 향이 좋은 술을 얻을 수 있어 술빚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죽이 다 식으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영화 ‘위플래쉬’가 지난 12일 재개봉했다. 한국에서 처음 개봉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3월 17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31,037명으로, 사나흘 만에 3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빠르게 유행이 바뀌는 시대에 10년이 지난 영화가 다시 흥행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면 ‘위플래쉬’는 왜 여전히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을까. 2015년 개봉 당시 ‘위플래쉬’는 전 세계에서 350억 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고, 다양한 영화제를 휩쓰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유독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그 이유는 이 영화의 주제가 한국 사회의 교육 문화 및 경쟁 구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뉴욕의 명문 음악학교에 입학한 주인공 앤드류가 최고의 지휘자이자 폭군인 플레처 교수의 밴드에 들어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플레처 교수는 제자들에게 끊임없는 폭언과 학대를 퍼부으며 한계를 시험하고, 앤드류는 점점 더 광기 어린 집착으로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인다. 영화는 궁극적으로 ‘위대함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
유명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이를 통해 논란을 조장해서 돈을 버는 일명 ‘사이버렉카’식 보도와 유튜버의 행위에 대해 법적제재가 필요하다는 국회 국민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연예인의 사고와 불행을 스토킹 수준으로 파헤치고 자극적으로 유튜브에 공개해 괴롭히는 일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이런 행태가 반복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이버렉카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처럼 인지도가 있는 유명인의 사건‧사고를 소재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이슈 유튜버’들을 부르는 신조어다. 이들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올린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렉카’(구난차)가 경쟁적으로 현장에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게 이슈가 발생하면 빠르게 몰려들어 누리꾼의 관심을 낚아채려는 모습을 가리키는 것쯤을 생각하면 된다. 이들은 한쪽에서 거짓 찌라시 내용을 그럴듯하게 합성해서 유포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당사자에게 문제가 될 만한 부정적인 의혹을 공론화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하기도 한다. 심지어 사생활 문제를 폭로하면서 당사자에게 되레 해명을 요구하거나 사실 여부를 추궁하면서 ‘정의 구현’, ‘
‘클래식의 산책’이란 강의를 듣고자 길을 나섰다. Y마트라는 식료품 판매장 앞을 지나가는데 그 마트에 납품할 식재료를 싣고 온 청년기사가 손수레를 끌고 가면서 휘파람을 불고 있다. ‘이 시국에 휘파람 불며 일한다!’ 갑자기 젊은이의 인상이 좋아 보였다. 계절은 봄이라지만,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휘파람 불며 봄을 맞을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에게도 젊은이처럼 휘파람 불며 일할 때가 있었던가! 과거를 생각하는 길목에 들어서자 나도 모르게 어금니가 시리다. 그동안 긍정의 힘으로 나를 끌고 가고자 노력했다지만 휘파람 불며 신명 나게 일을 해본 기억이 별로다. 그런데 고향에서 부모님이 농사지을 때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점이 생각났다. 그때 버들피리를 꺾어 불었고 풀 뜯는 소 등을 타고 아버지를 보며 웃었던 기억이 가슴속을 환하게 했다. ‘아버지 쟁기질 하고/ 어머니는 밭둑을 오선지 삼아/ 음표 찢듯 씨앗을 묻고/ 형은 두엄 뿌리고/ 나는 고무래로 흙덮기 하던 땅‘ 이란 시도 그 시절 선물이다. 젊은이의 휘파람 소리를 듣고 가던 길 가는데, ‘휘파람을 불며 가자 언덕을 넘어/ 송아지가 엄마 찾는 고개를 넘어/ 아가씨 그네 뛰는 정자나무 지나서/ 휘파람을 불며가자 어
얼마 전 은행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창구에서 필요한 은행업무를 보더라도 해당 은행의 앱을 함께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디지털기기에 잘 적응하는 것이 시대적 숙명이다. 하지만 50대인 나도 단말기 화면을 꼼꼼히 읽어가며 업무를 처리하기가 매우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어르신들께서 참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얼마 전 한 노인이 예약 없이 미용실을 방문했다가 연이어 거절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온라인으로 하는 예약이 어려운 탓이다. 이뿐인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기 위한 키오스크 사용법은 낯설고 어렵다. 비행기나 기차표 발권, 비대면 금융거래, 병원 예약 등 온통 온라인 세상인데 노인들의 경우 앱이나 디지털기기를 이용하기도 어렵고 혹 실수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3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노인 중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비율은 12.0%, 금융거래가 가능한 비율은 20.2%, 키오스크 활용이 가능한 비율은 17.9%였다. 특히, 75세 이상 노인들은 키오스크 활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지난해 서울디지털재단이 공개한 ‘2023년 서울시민 디지털역량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