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이 탄생되었다. 그의 이름은 ‘레오 14세’, 이는 19세기 말 노동자 착취를 고발한 교회 교리의 아버지 레오 13세의 뒤를 이어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상의 불평등에 좌절하고 있는 우리들은 벌써부터 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 5월 18일, 그의 행보를 알 수 있는 첫 번째 신호탄이 터졌다. 그의 취임식과 그가 집전하는 첫 미사였다. 사도 베드로가 순교한 것으로 추정되는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이루어진 이벤트였다. 이 성당은 베드로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가 담긴 상자가 발견된 곳이다. 베드로는 티베르 강 오른쪽 강변에 있는 네로의 서커스에서 십자가에 못 박혔다. 성 베드로 성당에는 또 다른 보석이 있다. 그것은 1498년 로마 주재 프랑스 대사가 의뢰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이다. 흰색 대리석으로 제작된 이 조각품은 구겨진 주름장식이 아주 인상적이다. 이곳 광장에서 레오 14세는 두 가지 상징적인 물건을 수여받았다. 하나는 예수님의 상처와 선한 목자의 상징인 양털 천으로 된 띠, 다른 하나는 성 베드로의 모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어부의 반지’로, 교황의 영적 권위를 상징하고 ‘사람을 낚는 어부’로서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이었
일론 머스크는 이 시대의 혁신가이다. 그는 천재성, 통찰력, 뛰어난 기업가 자질을 갖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이끌고 있으며, 스페이스 X의 저궤도 위성사업인 스타링크를 개척하였으며,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인 로보택시 시대의 문을 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론 머스크의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미국 생명공학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뇌를 연구해 왔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생명공학의 장래를 밝게 보고 있다. 머스크는 2016년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인 뉴럴링크(Neuralink)를 창업하였다. 이 회사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활용하여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의 뇌에 컴퓨터 칩(임플란트 N1)을 심어서 장애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업가치가 무려 12조원이다. BCI 기술은 시각장애인에 시력을 찾아주고, 전신마비 환자에 희망을 준다. 향후 미국에서 BCI 기술 시장은 약 54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다. 현재까지 뉴럴링크는 3차례 임상실험을 마쳤으며 올해 추가로 20∼30차례 실시할 예정이다. 뉴럴링크는 5년 내 BCI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7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현대 한국사회를 살아 가면서 절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속속 겪으면서 사는 시대이다. 한국영화가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을 휩쓰는 걸 보게 될 줄은 오랜 영화 경력을 가진 사람들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내 평생 한국 작가가 노벨상을 타는 걸 보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본도 오에 겐자부로 이후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토록 수상을 노렸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미국의 폴 오스터도 그렇게 큰 인기에도 불구하고 상을 타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대사에 있어 통틀어서 전혀 예상을 못했던 일로 쿠테타 만한 일은 없다. 그런 점에서, 곧 화제와 이슈 면에서, 윤석열은 감독 봉준호와 작가 한강을 뛰어 넘었다. 실로 위대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유명이 아니라 오명과 악명이지만. 한국 영화계가 비교적 전혀 예상을 못한 일 중의 하나는 젊은 층 관객을 프로야구에 뺏길 줄 몰랐다는 것이다. 요즘 프로야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젊은이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 유니폼 하나쯤은 다 갖고 있을 정도이다. 프로야구 팬들 가운데는 2~30대 여성이 압도적이고 40대 이상의 ‘줌마’ 관람객들도 상당수이다. 여성들은 한국의 극장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 우린 자연스레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 왜냐하면 사람의 뇌는 부정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뇌가 부정을 ‘전혀’ 이해 못 한다는 건 과장이지만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말보다 무엇을 ‘하라’는 말에 더 잘 반응한다는 심리학적 원리를 강조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아이들이나 초기 학습자에게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지시를 통해 효과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 그뿐이겠는가?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장애물을 만날 때 그 장애물만 생각하면 우리 머릿속에선 장애물만 떠오른다. 오히려 그 장애물 사이의 길에 집중하면 우리의 인식은 그 틈을 향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다. 이 간단하지만 큰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는 2021년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의 동영상 강의에 등장했고 짧은 클립으로 편집되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통찰을 준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은 이 강의를 접하기 한참 전에 비슷한 원리를 알고 있었는 듯하다. ‘말이 씨가 된다’라는 격언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은 단순히 깨우침을 주는 속담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라는 점에
이주 배경 학생 수가 2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교육부의 2024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 배경 학생 수는 19만 3,814명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학생의 3.8%에 해당한다. 다문화 학생 수를 처음 집계했던 2006년만 해도 9천여 명 수준이었던 규모가 20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학령기 전체 학생의 지속적인 감소세와 미취학 다문화가정 아동의 증가세까지 고려하면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006년 이래 정부는 매년 다문화가정 자녀 대상 교육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교육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2012년에는 공교육 내에 최초로 한국어(KSL; Korean as a Second Language) 교육과정이 도입되었고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표준 한국어 교재가 개발되었다. 2017년에는 ‘개정 한국어 교육과정’이 고시되었으며 이에 따라 학교급, 학년군별로 세분화된 교재가 새롭게 개발 보급되었다. 2023년 9월에는 기존의 다문화교육 지원 정책 외에도 중장기 계획으로 ‘이주배경학생 인재양성 지원방안(2023-2027)’이 발표되었다. ‘다문화학생 교육기회 보장 및 교육격차 해소, 다
네모진 콘크리트 벽에 깨끗한 벽지를 바르는 순간 콘크리트 벽이라는 점을 잊게 된다. 거실이라고 하여 아파트 평수 따라 공간의 넓이도 다른데, 거실 공간의 정면 중앙에는 가족사진을 앉히고, 오른쪽으로는 지리산 일출광경의 사진을 걸었다. 왼쪽 탁자 위에는 집주인의 작품인 천 년 학이 얹혀 있다. 따라서 가족사진 아래 긴 탁자 위에는 TV가 턱 버티고 있다. 그 맞은편 의자에서 집주인은 때때로 하품을 하며 별로 볼 것도 없는 TV 화면을 보며 다이얼을 돌리다 침실로 들어가 홀로 잠을 청한다. 5월이 깊어지면 산과 들의 나뭇잎은 연두에서 초록으로 초록에서 녹색으로 건너가면 산 까치들이 제법 시끌벅적하고 운 좋은 날은 꾀꼬리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대지마을 과수원에도 가랑비는 내리고 있었다. 잠시 산책을 한답시고 서서히 걷는데 복숭아나무 과수원은 나무 아래의 풀들을 개운하게 베어냈다. 그곳엔 살찐 암탉들이 뒤뚱뒤뚱 거닐고 목과 꼬리가 긴 수탉은 붉은 몸매에 긴 다리로 겅중겅중 걷다가 꼬끼오! 꼬끼오! 하고 자기 영역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때 나는 잃어버린 고향 풍경을 소환하게 된다. 그리고 무심히 잃어버린 사람과 고향에서의 삶을 반추하거나 추억을 더듬으며. 내가 나
분홍빛 봄꽃이 하나둘 지고, 하얀 배꽃이 만발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술이 있다. 바로 ‘이화주’다. 이름 그대로 ‘배꽃이 필 무렵에 담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실상 그 술에 배꽃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이화주는 고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전통주다. 쌀만을 원료로 해 빚는 고급주로, 과거에는 사대부나 부유층 등 특권 계층만이 즐기던 귀한 술이었다. ‘산가요록’, ‘음식디미방’, ‘요록’, ‘주방문’, ‘산림경제’, ‘임원경제지’, ‘양주방’,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 30여 종의 고문헌에 이화주에 대한 기록이 전해질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화주를 빚기 위해서는 특별한 누룩인 ‘이화곡’이 필요하다. 이화곡은 멥쌀을 하룻밤 불린 뒤 곱게 갈아 체에 쳐서 고운 가루를 만든 후, 오리알 크기로 단단히 뭉쳐 만든다. 여기에 솔잎이나 볏짚을 사이사이에 끼우고 약 30도 내외의 따뜻한 곳에서 2주 정도 띄우면, 표면에 솜털 같은 흰 곰팡이가 피어난다. 이것을 말린 뒤 겉껍질을 벗기면 속의 연한 미색이 드러나는데, 이 과정을 거쳐 속까지 곱게 뜬 이화곡은 절구에 넣고 곱게 빻아 술 빚는 데 쓰인다. 누룩이 준비되면 본격적인 술 빚기가…
대선레이스가 한창이다. 선거기간에는 참으로 많은 말들이 오간다. 마음에 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서로를 비방하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시기에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말투’다. ‘말투’란 방어학사전에 의하면 화자가 말을 하는 상황이나 문맥(context)에 따라 선택하여 사용하는 언어 변종(linguistic variety)을 일컫는다. “극기복례위인(克己復禮爲仁)”란 말이 있다.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말로, ‘자신을 이겨 예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인 공자가 주장한 인(仁)의 실현방법이다. 자신의 사적인 이기심, 분노, 욕망 등의 감정을 절제하고, 공동체의 질서와 규범, 도덕적 행위기준 등의 도리를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인 인간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상일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자기 수양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극기복례의 의미를 ‘말투’에 적용하고 싶다. 말하는 방식은 단순한 표현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자 철학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 생각대로 자기감정대로 상황이나 문맥도 생각하지 않고 말을 툭툭 내뱉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건조한 상대방의 말투에
지난 5월 15일 경기도체육대회 개막식이 열렸던 자라섬에서 나를 포함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범도민추진위원회' 임원들이 특별자치도 설립 청원 서명 운동을 했다. 약 2시간 30분에 걸친 서명은 매우 성황리에 진행돼 685명이 서명을 했다. 1분에 4~5명에 가까운 분들이 서명한 꼴이다. 각종 규제로 일상 활동에 제약을 많이 받았던 가평군민들은 군민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서명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면 대부분 바로 서명을 해주셨다.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해도 또박또박 글을 써주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콧등도 시큰해지고 해서 손도 잡아드리고, ‘손자, 손녀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신 것’이라고 말씀드리며 기운도 북돋워드렸다. 범도민추진위는 경기 북부 10개 시군 도민 약 365만 명의 10%인 36만 5000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서명에 참여한 가평군민들의 열정적이고 애틋한 모습을 보며 나는 이번 대선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립을, 가장 유력한 후보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의 공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작년 3월 23일 총선 지원 유세를 하면서 경기신문의 관련 질문에 “제가 가진…
사만다 바르바스(Samantha Barbas)의 '현실적 악의: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에서 민권과 언론의 자유'(Actual Malice: Civil Rights and Freedom of the Press in New York Times v. Sullivan, 2023)는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이 소재다. 설리반 사건의 시작 이전부터 종결 이후까지 서술한다. 설리반 판결은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범위를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확장한 판결이어서 유명하다. 그러나 이 사건이 앨라배마 주 법원에서 진행되었을 때에는 '현실적 악의'나 '선동적 명예훼손'은 쟁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뉴욕에 있는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관할권"이 앨라배마 주 법원에 있다고 할 수 있는지, 뉴욕타임스에 실린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위한 기금 모금 광고에서 문제가 된 문구가 과연 앨라배마 주의 공공업무위원 L. B. 설리반에 “관한” 표현으로서 설리반을 "특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등의 쟁점이 다투어졌다. 뉴욕타임스의 변호사들도 광고 문구 중 일부가 허위라는 것은 알았고,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커먼로의 법리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