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과 동시에 엄청 화제를 모을 것이 확실히 되어 보이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에는 인상적인 대사가 나온다. 주인공 형사는 자꾸 자신 앞에 용의자가 돼 나타나는 여자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이 대사는 이제 여기저기서 패러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여자의 대답은 이거였다.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남자 형사의 저 대사를 지자체장들에게 해주고 싶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되면, 특히 새로 되고 나면, 늘 만만한 게 영화제인 모양이다. 이런저런 영화제를 만들겠다, 혹은 만들어 달라 등등 이쪽 전문가들에게 요구와 부탁을 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영화제 하면 그저 극장에 영화를 ‘갖다 붙이는 행위’ 정도로만 생각하는 듯 보인다. 무엇보다 거, 돈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오? 얼마면 된다는 거요, 식이다. 문제는 영화제가 그렇게 만만한 퍼포먼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극장에 영화를 갖다 붙이는 것만으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가당치 않은 일이다. 영화제를 돈만 가지고 할 생각이라면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다. 수없이 영화제를 해 온 사람으로서 그럴 때마다 지자체장 당사자에게 거나 관련 공무원에게 분명히 경고성 얘기를 건넨다
공기업 6월은 인사철이다. 상반기 퇴직일정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느라 각종 모임마다 작별인사가 이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빠져나가느라 떠들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 퇴직인사 자리는 분위기가 조금 독특하다. 아무도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없다. 떠나는 사람이야 아쉬움에 그렇다 치더라도 분위기메이커가 되어야 할 후배들마저 자뭇 심각하다. 정권이 바뀌면서 철도공사는 정부 지분매각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권발 노동시간을 92시간으로 연장하느니 마느니하는 소리도 들린다. 이러니 후배들은 “또 얼마를 싸워야 할지..”라며 떠나는 선배들을 외려 부러워하기도 하는데.. 일전에도 적은 바 있지만 철도기관사 입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폭주기관차”라는 말이다. 거대한 중량과 힘을 가진 기관차가 폭주한다면 어떤 참사가 벌어질지 잘 아는 입장에서 꿈에라도 떠올리기 싫은 말이다. 그런데 두 달된 윤석열 정권을 보노라면 이 끔찍한 단어가 떠오른다. 인플레와 불경기로 허리가 휘는 국민들은 뒷전이고 요직이란 요직은 죄다 검사출신 측근으로 채우며 세간을 경악케 했다. 이 정도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국방
정직이 곧 선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리는 비웃음에 의해 상처받지 않는다. 그러나 비웃는 자들 속에서 진리를 그 성장을 멈춘다. (류시 말로리) 미망에 이른 길은 무수히 많고, 진리에 이르는 길은 오직 한 길뿐이다. (루소) 진리가 자신의 죄를 폭로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보다 불행한 일은 없다. (파스칼) 거짓말은 반드시 또 다른 거짓말을 부른다. (레싱) 진실을 말하기는 참으로 쉬운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정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의 정직도는 그 도덕적 완성의 지표이다. 정직은 어디서나 통용되는 유일한 화폐이다. (중국 속담) 정직하라. 그 속에 설득과 덕행의 비결이 있고, 정신적 영향력의 원천이 있으며, 예술과 인생의 최고 규범이 있다. (아미엘)/ 주요 출처 :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자객 그리고 암살 1894년 3월 28일 오후 두시 경,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여관 동화양행(東和洋行) 2층에서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이 소리를 처음 들었던 사람들은 그저 축제에 쓰이는 폭죽(爆竹)이 터지는가 했다고 한다. 실제로는, 숙박 명부에 이와타 산와(岩田三和)라고 적힌 인물이 쓰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의 본명은 김옥균(金玉均). 갑신혁명의 심장에 구멍이 뚫리고 피가 쏟아져 흘러내렸다. 10년 망명(亡命)의 한(恨)을 뒤로 하고 동양 3국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보려 했던 풍운(風雲)의 혁명가 고균(古筠) 김옥균의 절명(絶命)이었다. 그가 숙박부에 적은 이름 산와(三和)는 훗날 안중근의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에 씨를 뿌린 ‘삼화주의(三和主義)’를 일컫는 것으로, 한때 그의 적수(敵手)였던 청(淸)의 리홍장(李鴻章)과 담판을 지어 실현해보려 했던 동아시아의 미래상이었다. 그의 상하이 행을 말리던 이들에게 고균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간 만사 운명이 아니겠는가?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 가서 죽음을 당할는지 유폐(幽閉)의 처지가 될는지 모르나 단 5분이라도 리홍장과 담판을 지을 기회가 온다면 리홍장은 내 것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도지사 비서실장을 도청 내부 공모를 통해 선발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민선 경기도정 사상 처음으로 보이는 행보에 도민들의 관심이 쓸리고 있다. 김 당선인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경기도청 공직자들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 선거캠프에서 함께했던 분이 아니라 도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공무원 중에서 공모를 통해 비서실장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은 중요한 자리다.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도 캠프 비서실장들은 후보의 대리인 역할을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면서 “이제 도정을 맡게 되면서 도지사 비서실장에 맞는 역량, 도정에 대한 이해, 저와 함께 도민을 위해 헌신할 자세를 갖춘 비서실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앞으로도 도정과 도의 인사에서도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했다. 도지사 비서실장 도청 내부 공모 방침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민선 7기 마지막을 제외하고 대부분 퇴직공무원 또는 외부 인사를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4선 국회의원(경기도 안산) 출신으로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김영환 충북도지사 당선인도 도지사 비서실장으로 정선미 충북도 경제기업과장을 발
너무도 감미롭고 포근한 클래식 음악. 단연 타이스(Thaïs)의 명상곡이다. 멜로디를 들으면 천상의 세계, 평온의 세계에서 스르르 잠들 것만 같다. 이 곡은 쥘 마스네(Jules Massenet)의 걸작이다. 19세기말 프랑스 오페라계를 풍미한 마스네. 그는 이 곡 외에 마농, 베르테르 같은 굵직한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우리에게 낯익은 곡은 타이스 2막의 ‘명상곡’이다. 각종 광고와 김연아 선수의 갈라쇼를 환상적으로 수놓은 배경음악, 그게 바로 이 곡이다. 타이스. 이집트의 창녀다. 아나톨 프랑스가 쓴 소설을 루이 갈레가 각색했고 마스네가 오페라로 만들었다. “수도사 아타나엘은 유명한 창녀 타이스를 개종시키려 갖은 노력을 다한다. 타이스는 마침내 크리스천이 되고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 칩거한다. 그러나 아타나엘은 자신이 집착해 왔던 건 관능미 넘치는 타이스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하지만 타이스는 속죄의 기쁨 속에서 죽음을 맞고 아타나엘은 신심을 잃은 채 절망한다.” 인간의 위험하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다. 인간본능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19세기 대중은 이를 무척 불편해 했다. 타이스가 첨에 흥행에 실패한 이유다. 시대의 선봉장 마스네. 그는 분명 천부
시절 참 수상하다. 국내외 험한 정세는 끝내 죄없는 민초들을 희생시키고 미봉될 것이다. 나는 지금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이 나라와 함께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저 악몽이었으면 좋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이를 어째야 하나. 이렇게 걱정이 태산일 때, 나는 종종 안전하고 편안한 은신처를 찾아 찐하게 의존한다. 오늘은 그곳에 관한 이야기다. 거기서 벗들과 측은지심으로 동병상련한다. 한 친구가 불안한 미래를 높은 통찰력으로 예언하면 착하게 받아들인다. 이 진지한 실용주의의 시간은 한 사내가 두부김치에 막걸리 서너 병을 시키면서 이내 막을 내린다. 침울의 그늘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활기를 띤다. 술은 다정하고 똑똑한 친구들 보다 늘 곱절로 유력하고 우호적인 물질인 것이다. 오죽하면 서양의 멋쟁이들이 술을 '스피릿'이라 했겠는가. 번역하면 '술은 올바른 정신(spirit)을 일깨워주는 실로 큰 친구, 대붕(大朋)'쯤일 거다. 실은, 이 정도는 세상의 모든 술집에서 가능한 체험이다. 인사동 주점에서 그 기본 미덕에 더하여 매번 특별한 감동과 기쁨을 주는 까페가 하나 있다. 후배들이 '서정춘이라는 시인'이라는 시집을 헌정한 그 시인이 홍보부장이다. 문화공간 '시/가/연(
김숙경은 함경북도 경원군 양하면에서 가난한 농민의 딸로 태어났다. 1897년 가족들은 러시아의 연해주로 떠났다. 기울어가는 조선에서 가난을 견디지 못해서였다. 열두 살이던 김숙경도 살길을 찾아 조선을 떠나는 가족을 따라나섰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김숙경을 데려가지 않았다. “넌 이미 다른 집 사람이 되었으니 우리와 함께 갈 수 없다.” 한 해 전, 11살이던 김숙경을 이웃에 사는 황천금이와 혼약을 맺게 한 그녀의 부모였다. 그녀보다 한 살 위인 천금이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돈 벌러 간다며 러시아와 만주를 떠돌았다. 을사늑약이 체결되던 1905년 천금이는 잠시 집에 들렀다. 남편 천금이는 항일투사가 되어 있었다. 야속했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살아온 천금이가 자랑스러웠다. 천금이는 금방 다시 떠났고, 아이가 생겼다. 아들이 태어나고, 천금이가 다녀간 것을 안 일본 경찰은 김숙경과 시아버지를 잡아가 가두고 고문했다. 집문서와 얼마 되지 않는 땅문서까지 모두 빼앗기고 갓난아이마저 잃은 김숙경은 시아버지를 모시고 한밤중에 고향을 떠났다. 연해주의 연추에서 만난 천금이는 김숙경 끔찍이 아끼고 사랑했다. “숙경씨.” 천금이는 아내 김숙경을 언제나 그렇게 불렀다.
긴 가뭄끝에 장마가 시작됐다. 지난 5일까지 최근 6개월간 우리나라의 강수량(166.8mm)은 평년(344.6mm)의 절반 수준으로, 1973년 이후 50여년 만에 역대급 가뭄을 기록했다. 올 장마가 가뭄~폭우 사이에서 어떤 수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 볼 때 한국을 비롯 전 세계적으로 올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다. 지난 20일 경북 의성·경산·구미 등에 첫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지난해보다 약 20일 빠르다. 지구촌 곳곳도 때 이른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스페인 등 서유럽지역에서는 최근 낮 최고기온이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뜨거운 공기가 하늘에서 정체된 ‘열돔(Heat Dome)’ 현상이 확산되며 올여름 내내 미국인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억2500만 명이 폭염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반면 인도·중국·방글라데시 등에서는 하루 수백㎜ 이상의 폭우로 피해가 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대변인은 “기후변화의 결과로 폭염이 더 일찍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폭염에 따른 국내 전력 수급 상황이 걱정이다. 절기상 하지(夏至)인 지난 21일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발효
종교의 차이라니, 이 얼마나 기묘한 표현인가! 물론 종교를 공고히 하기 위해 시대에서 시대로 전해지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여러 가지 신앙은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젠다베스타(페르시아의 고대 경전), 베다(바라문의 경전), 코란과 같은 여러 가지 종교 서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진실한 ‘종교’는 오직 하나뿐이다. 여러 가지 신앙도 다만 진정한 종교에 대한 보조 수단 외에 아무것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그 보조 수단은 우연히 출현한 것으로, 때와 장소에 따라 모습을 달리할 뿐이다. (칸트) 너는 그르고 나는 옳다고 말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 중에서 가장 잔인한 말이다. 특히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일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런데 종교에 대해 논쟁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 잔인한 말을 서로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네가 만약 이슬람교도라면 그리스도교도에게 가서 함께 살아라. 만일 그리스도교도라면 유대인과 함께 살아라. 만일 가톨릭교도라면 정교도와 함께 살아라. 네 종교가 어떠한 것이든 신앙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사귀어라. 만일 그들의 말에 네가 화내지 않고 자유로이 그들과 사귈 수 있다면 너는 이미 평화를 얻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