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규 일자리 증가를 연령별로 보면, 30대 이상에 비해 29세 이하의 청년층 일자리가 가장 증가폭이 작다. 청년들이 원하는 안정적이고 괜찮은 대기업·공무원 일자리 등은 별로 늘어나지 않고, 임시직이나 일용직처럼 불안한 일자리만 많이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은 괜찮은 직원이 부족하다고 불평이지만, 대졸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괜찮은 일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위 청년층의 일자리 미스매치가 여전한 것이다. 청년들이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벤처기업에 뛰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청년들의 도전정신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도전하다 실패하면 소위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것은 물론 본인과 친인척들 역시 연대보증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된다. 그러니, 그렇게 부담과 위험이 큰 창업을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 이스라엘이나 미국처럼 실패가 자산으로 인식되고, 한번 실패했으니 성공 확률이 높아졌다고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나? 미국의 래리 킹은 1957년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시작해 53년…
20년 전 1월22일, 국회와 한신대에서는 각기 다른 삶을 산 두 명의 중학교 동창생 영결식이 있었다. 한 사람은 사회장으로, 또 한 사람은 겨레장으로. 그리고 국립묘지와 마석 모란공원에 각각 안장됐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들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정일권 전 국회의장과 문익환 목사다. 사실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린다. 양지와 음지를 대변한다고도 한다. 또 각자가 활동했던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커 두 쪽으로 갈라진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 같은 인물들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두 사람은 간도 용정의 광명중학교 동창생이다. 하지만 졸업 후 그들의 인생 여정은 매우 달랐다. 정 전 의장은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우리 국군의 창군을 주도했다. 이후 두 차례 육군참모총장을 지냈고 군복을 벗은 후에도 외무장관,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을 역임했다. 때문에 호사가들은 “대통령만 빼고는 모든 자리를 거쳤다”며 그를 관운이 좋은 양지 속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반면 문 목사는 졸업 후 평양고보와 광명고보를 거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학도병 징집에 반발해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한 뒤 목회자
말문이 막힌다. 1억400만건에 이르는 개인들의 금융신상정보가 몽땅 털렸다. KB국민, 농협, 롯데카드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고객정보가 다 노출됐다. 개인정보의 불법 유통 실태를 뛰어넘어 이건 국가적 재앙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은행에서 저축은행·대부업체에 이르는 금융권은 물론 통신사와 신용카드사, 심지어는 국가 전체까지 뚫리지 않은 영역이 없다 할 지경이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 대부분이 온갖 신상정보를 전부 노출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혹시나 해서 카드사 홈페이지를 열어 신상정보 노출여부를 확인한 고객들은 소름이 끼쳤다. 고객개인정보 유출내역에는 성명, 주민번호, 휴대폰번호, 자택전화번호, 직장전화번호, 이메일, 자택주소, 직장주소, 직장정보, 카드번호, 유효기간, 카드정보, 결제정보, 신용한도에 연소득까지 무려 15건의 정보가 새나갔다고 밝히고 있다. 안내문에는 다시 한번 유출사고에 깊이 사죄한다며 ‘유출정보는 검찰이 회수했다. 추가적인 유출이나 유통의 우려는 없다’고 단정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또 노력하겠다는 말뿐이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그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지난해 초 영세 골목상권을 죽이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빵집에 대한 동네 빵집들의 반감이 고조되면서 정부의 대기업 빵집 규제가 시행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기준에 따라 매장 간 거리 제한을 두다 보니 출점할 곳이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동네빵집들의 반응은 별로다. 프랜차이즈 빵집규제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약간 기대를 했는데, 결과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빵집들 역시 정부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이후 출점이 전면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틈새를 외국계 기업들이 파고 들어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유럽 최대 프랜차이즈 제빵 브랜드 ‘브리오슈 도레’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에 국내 1호점을 열면서 국내 제빵업계가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글로벌 외국 빵집 브랜드가 동네 골목으로 들어와 영세빵집들을 고사시켜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대기업 규제를 위한 ‘중기적합업종제’ ‘SW산업진흥법’ 등 중소기업보호법을 수정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들 법안의 당초 취지는 대기업
최근의 정치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정치실종’이다. 최근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의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당론을 확정할 태세다. 최고위원회를 열어 공천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점검하고 ‘오픈 프라이머리’ 등 공천제도 및 지방행정 혁신방안 등을 모색해서 오는 22일 의원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란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확정된 당론을 상기하면서 여당이 내놓은 광역단체장 연임축소, 특별·광역시의 기초·광역의원 통폐합 등과 지방자치제도 개선안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폐지를 물 타기 하려는 꼼수’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안철수 의원도 전형적인 사익추구 정치이며 권위주의적인 낡은 잔재와 사고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게다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즉각 해산과 전면 재구성’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여야가 공약한 기초자치 공천폐지는 대국민 약속”임을 환기하면서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온갖 이유를 댄다는 것을 국민은 잘
화석연료가 등장하기 이전 인류는 자연의 순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나무와 식물성 기름 등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다. 18세기 석탄을 시작으로 화석연료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인류는 에너지 풍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급속한 발전으로 우리의 삶은 더욱 윤택해졌다. 하지만 산업발전은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근본적 한계를 내포한다. 이러한 이유로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핵분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도록 설계된 원자력발전소가 탄생했다. 그러나 2011년 3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현(福島縣)에 위치해 있던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이 유출되어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킨 것이다. 이러한 방사선 오염은 일본에 근접해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고, 현재 대부분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인식전환의 계기가 됐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매장량 고갈에 대한 문제의 해결로 대두된 원자력발전소는 또 다른 환경오염 문제를 안고 있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
/이영광 역도 선수는 든다 비장하고 괴로운 얼굴로 숨을 끊고, 일단은 들어야 하지만 불끈, 들어올린 다음 부들부들 부동자세로 버티는 건 선수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희한하게 힘이 남아돌아도 절대로 더 버티는 법이 없다 모든 역도 선수들은 현명하다 내려놓는다 제 몸의 몇배나 되는 무게를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텅! 그것 참, 후련하게 잘 내려놓는다 저렇게 환한 얼굴로 --이영광 시집 ‘나무는 간다’ / 창작과 비평사 삶의 목표나 목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견뎌내야 하는 무게는 더하게 마련이다. 누구나 설정하는 삶의 목적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획득, 어떤 부(富), 어떤 만족 따위일 것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허리가 휘도록, 등이 굽도록 지고 있는 무게를 과감히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역도선수처럼 남아도는 힘도 아낄 줄 알아야 한다. 손에 쥐려고만 하지 말고 일순간 “텅!” 하고 내려놓다보면 남아도는 힘은 다시 삶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쓰일 것이다. “환한” 웃음은 그럴 때 보이는 것이다.…
마음 스산한 날은 옥상에 올라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지붕을 본다. 밟으면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은 슬레이트 지붕을 비닐이며 천막으로 깁고 폐타이어 또는 벽돌로 눌러놓았다. 연통을 빠져나온 연기가 기차의 먼 기적 받아먹고 흩어지는 역 근처의 여인숙 골목이다. 이곳은 난방을 연탄으로 주로 한다. 가장 저렴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방법이 연탄이기 때문이다. 다닥다닥 붙은 지붕 위 굴뚝으로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연기를 한참동안 바라보다 혼자 웃음을 짓는다. 지금은 대부분 도시가스며 등유 등으로 난방을 하지만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연탄을 많이 사용했다. 큰 아이 다섯 살 무렵이다. 새 운동화를 처음 빨아서 연탄아궁이 옆에 말리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서 보니 벌겋게 불이 붙은 연탄 위에 운동화를 올려놔서 운동화가 바짝 오그라들면서 불이 붙고 있었다. 얼른 운동화를 끄집어내고 왜 그랬느냐고 아이에게 물어보니 운동화를 신고 싶어서 빨리 말리려고 불 위에 얹어 놓았다고 했다. 벼르고 별러서 산 캐릭터 운동화였다, 사오자마자 신고 놀다가 논에 얼음이 깨지면서 젖어 빨아 널었는데 하루도 못 신고 이 모양이 되었으니 나도 화가 났지만 아이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운동화
/박경숙 세계문화유산 화성 행궁동 거리에 서면 온 몸으로 느껴지는 역사의 모듈 인류 문명으로부터 진화해 온 첨단을 달리던 자동차 사라지고 도로 위로 나선 사람들 무동력 바퀴로 굴리는 세계의 이목이 정조로를 따라 구른다 사람을 중히 여긴 정조의 어심 뿌리내린 인류의 미래를 향한 생태교통의 시발지 수원화성 행궁동에서는 사람이 도로의 주인이다 ‘자동차는 말썽이다. 왜 하필 눈사람을 치고 달아나는가?’ 최승호의 시 <눈사람>은 자동차라는 문명의 상징이 인간성을 파괴하고 있는 현실을 우화적으로 담아냈다. 이 시 역시 문명보다는 휴머니즘이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이 시의 공간적 배경은 자동차가 사라진 수원화성 에코의 거리이다. 자동차가 사라진 도로에는 자전거 등의 친환경 운송수단이 정조로를 따라 구르고 있는데, 이는 사람을 중히 여긴 정조의 어심과 맞닿아 있다. 수원화성 에코의 거리에서는 사람이 주인이다. 시인의 어머님이 병상에 누워계신다. 쾌유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