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역도 선수는 든다
비장하고 괴로운 얼굴로
숨을 끊고,
일단은 들어야 하지만
불끈, 들어올린 다음 부들부들
부동자세로 버티는 건
선수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희한하게
힘이 남아돌아도 절대로 더 버티는 법이 없다
모든 역도 선수들은 현명하다
내려놓는다
제 몸의 몇배나 되는 무게를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텅!
그것 참, 후련하게 잘 내려놓는다
저렇게 환한 얼굴로
--이영광 시집 ‘나무는 간다’ / 창작과 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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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영시인](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1401/370039_94311_1149.jpg)
삶의 목표나 목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견뎌내야 하는 무게는 더하게 마련이다. 누구나 설정하는 삶의 목적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획득, 어떤 부(富), 어떤 만족 따위일 것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허리가 휘도록, 등이 굽도록 지고 있는 무게를 과감히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역도선수처럼 남아도는 힘도 아낄 줄 알아야 한다. 손에 쥐려고만 하지 말고 일순간 “텅!” 하고 내려놓다보면 남아도는 힘은 다시 삶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쓰일 것이다. “환한” 웃음은 그럴 때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