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이 이제 모두 지나갔다. 2013년은 유난히 일들이 많았다. 매년 사건 사고가 많았던 것이 우리네 역사지만 올해는 유난했던 것 같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해가 거듭될수록 문제는 점점 더 많아지고 사안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올해의 가장 큰 사건은 국정원 대선 개입의혹 그리고 이석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역대 최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 노조 문제도 올해 10대 사건에 포함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들 사건은 정부의 갈등조정 기능을 의심하게 만들었다는 게 공통적이라는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만 해도 그렇다. 정부가 좀 더 일찍 적극적인 조정 역할만 했더라면 문제가 이 정도로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즉 적기에 정부가 최소한 유감 표명이라도 하고, 적극적인 국정원 개혁 의지를 피력했더라면 이 문제가 대선불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도 국민들 중 상당수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가 현 정권의 정통성과 연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하면, 좀 더 일찍 그리고 적극적으로 국정원 개혁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제기했더라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한해의 마지막 날을 음력으로 섣달그믐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날은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아련한 추억의 속설도 갖고 있다. 때문에 소당(嘯堂) 김형수(金逈洙)는 이날을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서 “나이 더한 늙은이는 술로써 위안 삼고 눈썹 셀까 어린아이 밤새도록 잠 못 자네”라고 읊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해마다 섣달그믐이 되면 신하들이 왕에게 문안(問安)을 하고, 양반가에서는 조상을 모신 사당에 절을 하는 풍습도 있었다. 또 집안마다 웃어른을 찾아뵙고 묵은세배를 올렸고 친지들끼리 특산물을 주고받으면서 한 해의 끝을 뜻있게 마무리했다. 일반가정에서는 수세(守歲)라 하여 섣달그믐날 밤 사람들이 집에서 화롯가에 둘러앉아 아침이 되도록 자지 않았는데 새해에 복(福)을 받으려는 기원 성격이 짙었다. 때문에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잠을 잘 일이 아니라, 묵은해를 되돌아보고 새해 설계를 하려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교훈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요즘은 ‘제야의 종’을 울리는 것으로 가는 아쉬움과 새해에 거는 기대를 대신한다. 12월31일 밤 12시를 기해 33번을 타종하는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이 시는 곽재구 시인의 등단작이며, 아름다운 서정성이 빛나는 시이다. 이 시의 화자는 역이라는 공간을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형상화하고 있다. ‘사평역’이 상징하는 바는 ‘삶의 도정’, 곧 길이다. ‘길&rsquo…
요즈음 경찰은 연말연시를 맞아 주민이 공감하는 안심치안을 위해 주민친화적인 방범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범죄예방을 위한 순찰(巡察)활동에 대해 순(巡)은 잘 하지만 찰(察)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는, 넓은 관할지역을 빠르게 순찰하고 기동력을 생명으로 하는 지역경찰의 특수성과 112신고 급증으로 사건처리 외에 주민과의 접촉 기회가 감소됐기 때문이다. CPTED는 우리말로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으로 주변 환경의 설계를 통해 범죄에 대한 공포를 감소시킴으로써 심리적 안전감을 증진하는 범죄예방 기법이다.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해 우리 주변에서는 ‘안전’의 문제는 자신의 일이 아닌 경찰과 정부의 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독자적인 범죄예방 활동만으로는 현대사회의 급진적이고 다양한 변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순찰활동을 하다보면 주민들로부터 ‘밤에 혼자 다니기가 무섭다’, ‘우리 동네 공원에는 불량청소년들이 많이 모인다’ 등의 민원을 자주 듣게 된다. 지역사회의 삶의 질 향상과 주민이 안전하게 생업에 종사하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EU·러시아도 일본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모처럼 국제사회가 의견일치를 본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야스쿠니(靖國) 신사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살상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곳이다. 이들 전범은 야스쿠니 신사에서 신(神)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는 것은 곧 침략전쟁을 일으킨 전범들을 애국자로 일컬으며 또다시 유사한 침략을 자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청일·러일전쟁을 통해 한반도의 주도권을 잡고 우리나라를 침략, 병합했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 여러 국가를 점령했으며, 심지어 태평양전쟁에서 미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일본은 태평양전쟁 피해국인 동남아에 막대한 원조를 했다. 그 결과, 아세안 국가로부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받기에 이르렀다. 미국도 일 해상자위대가 아시아 해상에서 경찰력을 행사해 주는 것이 자국 경제와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했다. 러시아와 EU조차도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잊은 채 일본
우리 경찰에서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2013년을 ‘교통질서 확립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연초부터 대표적 교통무질서 행위인 정지선초과, 꼬리물기, 끼어들기에 대해 집중적인 단속과 캠페인을 벌여 많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어왔다. 그 결과, 정지선 준수율은 전년대비 78.5%에서 91.5%로 대폭 상승하고, 11월 말 현재 작년에 비해 교통사망자가 22.7%(46명) 감소해 전국에서 교통사망사고 감소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착한운전 마일리제’는 11월 기준 현재 인천시민 전체 운전자 가운데 16.3%(25만9천682명)가 참여해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이 등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와 노력에도 아직도 교통법규 위반, 음주운전, 끼어들기 등 얌체운전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우리 경찰에서는 내년 1월23일까지 매주 목요일을 ‘교통문화정착의 날’로 선정해 교통경찰뿐만 아니라 지구대 경찰관까지 동원하여 주요 교차로 및 사고다발지역에서 단속 및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인천은 내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고, 또 얼마 전 송도에 GCF 사무국 개소식이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 많은 외국…
/이시영 아버지 돌아가시자 아버지를 따르던 오촌당숙이 아버지 방에 들어가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아버지가 평소에 쓰시던 모자를 들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부터 이 모자는 내가 쓰겠다.” 그러고는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모자를 쓰고 사립 밖으로 걸어 나가시는 것이었다. -- 이시영시집 「바다 호수」, 문학동네, 2004년 오촌당숙은 친구처럼, 형처럼 아버지를 따랐을 터이다. 요즘처럼 서로 왕래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혀져가는 가까운 친척 형제들과의 소통의 기억, 동네 골목을 쏘다니며 어른들의 지청구를 함께 받았기도 했을 그리운 관계가 사라진다. 오래오래 따르고 싶어서 아버지의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선 단호한 오촌당숙의 문상이 깊이 박힌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낡은 은수저를 쓰다가 잃어버렸다. 노모는 가끔 물건을 둔 곳을 기억하지 못한다. 살아생전 효도 한번 못해드린 불효가 빛 잃은 은수저로 기억을 퍼 넣는 것으로 지워질까마는 고이 닦아 쓴다. 아버지 기일이 어느새 훌쩍 다가왔다. 보고 싶은 아버지께 나무숟가락 놓아드리고 은숟가락 꼭 쥐고 깊어지는 가을 한 끼 거두어야겠다.…
유리창 밖으로 종종 걸음을 치는 사람들을 볼라치면 전기스토브 옆에서도 오싹하게 추위가 엄습한다. 이렇게 추운 날은 하늘이 가을보다 청명하다. 티 없는 하늘이 찬 공기를 가려주지를 못하고 그대로 땅으로 내려 보낸다. 약간 흐릿하게 덮인 구름이 햇빛을 가려 더 추운 것 같지만 보온덮개 구실을 하면서 찬 공기를 막아준다. 한 장 남은 달력이 추위까지 불러 자꾸 움츠러든다. 이럴 때 무엇으로라도 환기가 필요하다. 며칠을 두고 벼르던 미역국을 끓이려고 미역을 불린다. 돌아가신 시아버님 생신이면 특별히 상을 차리지는 않지만 그냥 지나가는 게 어쩐지 허전하고 죄송스러워 미역국이라도 끓여 먹고 지나는데 올 해는 성탄절과 겹치게 되었다. 아침 일찍 어머니께서 성당을 가시면서 혼자 아침을 드셨다. 결국 우리는 간단히 계란 프라이 하나에 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저녁에나 밥을 먹기로 했으나 미사 시간을 앞당기는 바람에 또 우리 부부만 있는 밥에 대충 먹고 말았다. 살아 계실 때는 심한 알코올 중독으로 나를 힘들게 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돌아가실 무렵에는 중환자실에 계시면서 살림이 기울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도 하셨던 아버님이셨다. 그러나 당신 손자를 끔찍이 위해 주시고 병
올 연말 한국정치는 철도계의 총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어수선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제2의 철도회사 설립 조치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해도 철도노조는 믿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파업시작 이래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대국민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 멈춰선 열차처럼 한국정치가 뭔가 크게 고장 난 듯한 느낌을 준다. 올 한 해를 정치의 측면에서 규정한다면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이 불신이 난무하고 일의 진척이 없는 한 해였다. 이것의 단초는 작년 대선에서 댓글을 통한 국정원의 선거개입에서 만들어졌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그에 대한 검찰조사의 공정성 시비로 본격화되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한국 민주주의가 공고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해 민주발전에 큰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고 그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어 관련자가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올 한해 국민들에게 그 이슈는 절박한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국민들이 보기에 국정원 선거개입은 대선의 결과와는 별개의 일탈행위로 비춰졌고 국민들의 관심사는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되었다. 국민들의 이러한 태도가 한국의 민주주의가 될 대로 되라거나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올 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