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윤석열 탄핵이 가결됐다. 12월 3일 현직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내란을 일으킨 이후부터 내 일상은 엉망이 됐다. 대다수 국민들도 그랬을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농경시대 땅 없던 민초들이 주인 없는 자투리 땅이 보이면 심었던 콩. 자신이 주인 행세를 할 수 있었던 콩밭에 마음이 가 있는 농부처럼 나는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국가의 안위에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2024년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친위쿠데타에 참여하거나 동원됐던 사람들의 증언과 당시 영상들을 보며, 남북한 간의 국지전을 일으킬 시도를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며, 수십 년 애써 만든 밭이 한순간에 쑥대밭이 될 뻔했구나 하는 공포감에 소름이 돋았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윤석열이라는 콩은 어떻게 길러진 콩이길래 헌법과 국민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쿠데타를 기획했을까? 쿠데타에 동조하고, 방관한 국무위원들, 국군의 사령관들 그리고 헌법기관인 국회를 위헌, 위법적으로 침탈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에서 명한 질서 있는 절차인 탄핵을 반대한 국회의원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77조 제1항).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영장제도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하여도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제3항). 계엄을 해제하려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제5항). 즉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심지어 언론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고,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모여야 겨우 계엄을 해제할 수 있다. 다른 나라 헌법도 이런가? 독일의 기본법에서는 방위상의 긴급사태(Verteidigungsfall)에 대해 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위상의 긴급사태는 ‘연방영역이 무력으로 공격받거나 또는 그와 같은 공격의 직접적인 위험에 직면’한 경우로 한정되고, 방위상의 긴급사태의 결정 자체를 의회가 한다. 연방하원의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을 포함하는 출석의원 2/3 이상의 득표나(독일 기본법 제115a조 제1항), 연방하원의원과 연방상원의원으로 구성된 합동위원회의 2/3 이상의 득표가 있어야…
어처구니없는 셀프 친위쿠데타로 정국이 안개 속이지만, 차라리 이번 기회에 한국 민주주의가 제대로 재건될 기회가 된다면 전화위복일 것이다. 할 말은 많지만, 올해가 넘어가기 전에 꼭 기록해야 할 일이 있다. 2024년은 우리 근대사 최고의 인물인 수운 최제우가 태어난 지 200주년의 해이다. 그의 학문 세계를 전공하는 연구자는 물론 한국적 윤리관과 민주주의 이념, 생명·생태사상. 페미니즘, 어린이 운동 그리고 소외된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는 법을 깨달은 모든 이들이 경축해야 하는 해이다. 필자는 단연코 수운 최제우를 우리 근대 최고의 인물이라고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의 근대 이후 학문적으로나 운동적 측면으로나 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운 최제우는 경주에서 유력한 선비의 자제로 태어났지만, 서자라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높은 학식을 가졌음에도 과거를 치를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좌절한 그는 주유천하 하던 중 도탄에 빠져 유랑민화 되는 백성들과 중국 중심의 세계관마저 몰락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더이상 성리학으로는 조선을 구할 방도가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학문을 만드니 그것이 1860년에 등장하는 동학(東學)이었다. 동학은 모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언 3년이다. 국토가 전쟁터가 된 우크라이나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쟁 전 4,300만명이었던 인구는 지금 3,500만에 불과하다. 800만명이 조국을 떠나 난민으로 떠돌거나 희생되었다. 전쟁은 처참하다. 국토는 초토화되고 국민의 삶은 파괴된다. 침략을 당하면 항전 밖에는 선택지가 없다. 그러므로 피할 수 있는 전쟁은 일어나기 전에 피해야 한다. 전쟁론으로 유명한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본질을 “정책(정치)의 연장”이라 설명했다. 나토의 동진에 위기감을 가지는 푸틴에 대항해 거꾸로 젤렌스키는 나토에 가입함으로서 보호를 받고자 했던 것이 전쟁을 불렀다. 지혜롭게 위기를 관리해야 할 대통령의 현명하지 못한 선택으로 우크라이나는 영토의 1/5을 빼앗기고 1/5의 국민을 잃었다. 최고지도자의 선택은 이처럼 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좌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대통령직에 있던 윤석열은 마치 자신이 자유세계의 수호자나 된양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섰다. 2023년 G20에 가서는 3조원대의 거금을 우크라이나에 유무상 제공키로 약속했다. 전쟁중인 나라에 차관공여야 못받을거 뻔하니 그냥 퍼주는거다. 종전이 되면 아마도 재건비용까
대통령은 얼마나 높은 자리인가? 대통령의 자리는 높다.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은 검증된 리더이다. 모든 사람의 존중을 받으며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남북한 문제는 물론 국내외 문제도 잘 풀어, 멋진 대한민국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대통령 권한은 국가 안녕에 쓰라고 있다. 국민 안녕이 깨어진 것은 지난 3일부터이다. 대통령은 12월 3일 10시 23분 비상계엄을 선포, 4일 새벽 2시 27분 계엄을 해제했다. 영화 ‘서울의 봄’이 현실로 일어난 것이다. 계엄군과 대치하고 있는 시민들, 국회로 난입한 계엄군, 담을 넘는 국회의원, 나는 지금 상황이 잘 정리되기를 바라며 놀란 마음을 쓸어내렸다. 처음 경험하는 나만 놀란게 아니었다. 모두 실시간 상황을 지켜보며 상황을 공유했다. ‘비상계엄령’이란 무엇인가? 긴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내리는 명령이다. 언론이 통제되고, 계엄이 해제되기까지 행동의 자유가 제한된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권한인 ‘비상계엄령’은 때로 정치적 목적에 이용된다. 국민은 여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신속하게 국회로 모였다. 그리고 표결에 참여할 국회의원이 담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왔다. 국민은 ‘비상계엄령’ 시기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위에 ‘The bucks stops here’ 라는 문구가 적인 탁상용 패가 놓여 있다. 한국어가 아닌 영어라 마뜩잖다.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는 이 말은 거짓이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방한 때 준 선물인데, 저작권자는 한국전쟁 때 미국 대통령이었던 해리 투르먼이다. 윤 대통령은 불법 계엄 자행 과정에서 보인 모습은 미국의 두 대통령까지 모독한 셈이 됐다. 그는 책임 전가에 급급했다. 홍정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해놓고 그런 적 없다고 발뺌했다. 여권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어 ‘홍 차장이 없는 사실을 만들어 야당과 무슨 음모를 꾸민 것’이라고 했다. ‘상부에 엉뚱한 정치적인 이야기를 자꾸 하는 사람’이고 ‘이재명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건의를 자주 하는 사람‘이라고 몰아세웠다. 비상계엄 선포 나흘 만에 TV 화면에 나타나 2분 동안 ’자신의 임기를 우리 당, 즉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당도 책임을 분담하자’는 구걸이었다. 대통령직을 특정 정당 당원으로 격하시켰다. 책임과는 대척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허언과 정치적 광기를 조장한 데는 언론의 책임이 지대하다. 레거시 미디
보건복지부가 금년 5월에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사회서비스 시범사업‘은 첨단 복지기술이 결합된 서비스를 지역에 제공하면서 기술의 실증 및 현장 활용 지원을 통해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사업이다. ‘스마트 사회서비스’ 시범사업에 참여한 장기요양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시설의 경우,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한 요양원과 그렇지 않은 요양원은 어르신 돌봄서비스 내용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많은 차별성이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기저귀시스템을 도입한 요양원은 미래지향적으로 보다 나은 어르신 존엄케어 구현, 돌봄 종사자 업무 효율성 향상 및 시설 운영 개선 등을 통해 혁신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스마트 사회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요양시설의 사례를 보면, 첫째, 어르신 존엄케어에 좀 더 전문성을 가지고 다가서고 있다.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에 배뇨배변 알림이 켜지면 바로 기저귀 케어를 할 수 있어 신속한 청결관리와 기저귀 발진이나 욕창 예방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드리고 있다. 둘째, 어르신들의 낙상 예방관리와 낙상으로 인한 골절 예방에 도움이 되는 움직임 감지로 침대에서 내려오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 낙상 예방관리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상징적인 실루엣을 되찾았다. 2019년 4월 15일, 성당 건물은 끔찍한 화재로 폐허가 됐다. 눈물을 흘리는 파리 시민들과 전 세계의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첨탑이 무너져 천 년 된 지붕 구조의 일부가 사라졌다. 프랑스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러나 수년간의 작업 끝에 노트르담의 지붕과 첨탑은 예전과 똑같이 재건됐다. 기부금으로만 자금을 조달한 이 ‘세기의 프로젝트’에는 약 7억 유로(한화 약 1조 562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 또한 250개의 업체와 2,000명의 전문가가 동원됐다. 지난 토요일 노트르담에서는 재개관 기념식이 있었다. 예배와 역사의 장소로 노트르담은 부활된 것이다. 그리스도의 성유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 건물은 영적, 유산적 역할도 되찾았다. 내부는 미니멀한 전례 가구와 새로운 조명으로 레이아웃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화재 당시 손상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복원되고, 17세기부터 제단에 걸려있던 그리스도 성화도 다시 돌아왔다. 노트르담의 재개관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행사로, 정신적, 문화적 쇄신을 상징한다. 65세의 한 신자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신앙, 종교, 유산, 파리의 역사’를…
지난 4일 0시 35분,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국회 본관에 진입하는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같은 시각, 수도권에 산재해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전체 297명의 계엄군에 의해 점거당했다. 불과 3시간 전인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여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함”의 명목으로 대한민국에 44년 만의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방송자막을 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전체 국민 중 그날 밤을 헌법 제 77조 1항, 계엄 선포의 전제로 명시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믿고 있던 이는 ‘용산’과 관계된 극히 소수의 공무원에 불과했다. 위헌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임기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를 통해 이른바 ‘백종원 1000명’ 육성사업 등을 공언하였던 대통령의 국정인식이 하루만에 국가비상사태로 전환되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임기 내내 자유민주주의의 신봉자였던 그는 스스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훼손하는 반헌법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실정(失政)을 저질렀다. 비상계엄 선포로 비상국면이 조성되는 희대의 촌극. 시간과 방법의 문제일 뿐, 그는 조기 퇴진을 목전에…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일본의 20대 청년 하나가 3년(1878~1881) 동안 조선의 무인도를 탐사한다. 다도해 부근에도 수시로 왕래하면서 조사했다. 현해탄도 네 차례나 항해했다. 그는 메이지 정부를 반대하는 인사들과 어울려 군대를 일으켰다가 실패했다. 곧바로 큐슈의 한 정치인이 운영하는 학교에 가서 한문 선생을 하기도 했다. 그 얼마 후, 마음에 맞는 친구와 '근대시문학'(近代詩文學)이라는 잡지를 창간하여 여러 해 동안 출판사를 했다. 시도 썼다. 동양사회당(東洋社會黨)을 창당, 평등세상의 꿈을 선포하고 도전했으나, 시대는 그의 편이 아니었다. 정당은 해산당하고 두 차례나 옥살이를 했다. 갑신정변의 주인공 김옥균의 후원자이며 동지였다. 이토록 다종다양한 경력은 그를 당대의 석학으로 진화시켜주었다. 중국과 조선에도 자신의 뜻을 전하여,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이른 바, ‘대동세상’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는 다루이 도키치(樽井藤吉.1850~1922)라는 사람이다. 위와 같이 호기심이 강했다. 야심도 컸다. 게다가 똑똑하기도 했다. 그의 책 '대동 합방론'이 나온 것은 1893년이었다. '일본인'이란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낸 것인데, 특히 중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