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평양 5·1 경기장 문대통령 연설 장면과 지금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시점에 북한이 도발을 할까 노심초사하는 현 상황을 대비시켜보면서 다람쥐 채 바퀴 돌 듯하는 남북관계, 정말 항구적인 한반도평화체제의 구축, 나아가 남북생활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불가능한 일일까 체념 섞인 생각이 자꾸 떠올라 힘든 세월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고리를 끊고 같은 역사와 전통을 함께한 한민족이 통합되어 세계사를 주도하는 꿈을 버릴 수는 없다. 8개월 남은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상황을 잘 판단하고 바른 선택을 한다면 아직도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너 때문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때 상대를 가리키는 손가락은 검지 손가락 하나, 그러나 작은 세 손가락은 나를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우리는 북한핵문제가 해결되지 못함을 북한 탓으로 돌리지만 사실 미국과 우리에게 그 책임이 더 크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핵문제 해결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2018년 판문점회담, 싱가포르 북미회담, 평양회담 등 일련의 남북미 만남에서 한 약속을 생각해 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했고,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겠다
지난 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전·충남을 시작으로 대선후보를 뽑는 순회경선의 신호탄을 울렸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54.8%를 득표해, 27.4%를 얻은 이낙연 전 경기지사를 눌렀다. 정확히 더블스코어 차였다. 다음날 세종·충북(이재명 54.5%, 이낙연 29.7%)도 비슷한 득표 결과가 나왔다. 10월 10일 서울까지 매주말 지역별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정치이벤트가 펼쳐진다. 경선룰 때문에 내홍을 겪고 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도 곧 경선에 착수할 것이다. 바야흐로 선거축제가 시작됐다. 불청객인 그릇된 보도가 어김없이 기승이다. 축제 관전자인 국민은 눈살을 찌푸린다. 무엇보다 특정 후보나 캠프 관계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전령(傳令) 불청객이 활보한다. 기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편파보도가 된다. 첫 순회경선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3일, 동아닷컴을 비롯한 다수의 언론이 이낙연 캠프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했다. "밑바닥 민심을 확인했다. 충청에서 반전의 드라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도 같이 담았다. "충청 도민은 혜안을 갖고 대한민국의 리더를 선택해왔다"라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충청의 밑바닥…
- 사라진 “고가연구” 이 문장을 해석해볼 수 있을까? “去隱春皆理米” 갈 거(去), 숨길 은(隱), 봄 춘(春), 다 개(皆), 다스릴 리(理), 쌀 미(米). 우리 말로 읽으면 “거은춘개리미”? 신라 효소왕때(690년경) 화랑 죽지를 사모해서 그의 제자 득오가 지었다는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의 첫 문장이다. 고려 충렬왕 시기 왕의 스승이라 할 보각국사(普覺國師)였던 승(僧) 일연(一然)의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남은 기록이다. 고문(古文) 교과서에도 실려 잘 알려진 바다. 1965년에 증보판을 낸 양주동 박사의 <고가연구(古歌硏究)>는 이두식으로 표기된 이 문장을 다음과 같이 풀고 있다. “간 봄 그리매.” 갈 거(去)는 뜻으로, 은(隱)은 음으로 춘(春)은 뜻으로 그다음 개리미(皆理米)는 우리말 발음을 한자를 빌어 옮겨 적은 이른바 ‘차자(借字)이다. <삼국유사>도 <삼국유사>지만 양주동의 <고가연구>는 우리말 뿌리 연구의 보물창고다. 살아생전 자칭 국보(國寶)라고 했던 양주동 박사의 그 말은 틀리지 않다. 그의 65년 판 <고가연구>는 1942년에 초판을 냈고 그 당시 제목은 <
명상으로 탈모를 치료한 남자가 있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는 더 된다. 늙어가던 피부가 아이처럼 희고 뽀얗게 변하고 배도 들어갔다.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다는 이야기다. 내 주변에서 일어난 ‘세상에 이런 일이’의 주인공은 전직 언론사 기자였던 60대 중반의 남성. 매일 새벽 5시에 기상, 한 시간 넘는 명상을 십 년 넘게 하면서 생긴 변화란다. 남편의 변화를 보고 신기해하다 명상을 따라 하기 시작한 부인이 고민에 빠졌다. 남편처럼 ‘긴 침묵 가운데 오래 앉아있는 짓을 좀 쑤셔서 못해먹겠다’는 이야기다. 그녀에게 음악명상을 권했다. 명상은 좌선 상태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다. 걷기명상, 차명상, 춤명상도 있다. 음악명상은 10여 년 전의 놀라운 체험 후 지금까지 수행하고 있는 내 식 명상법이다. 장소는 서울 구로에 소재한 불교대학이었는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2박 3일 음악 명상캠프를 열었었다. 수업은 이론과 체험으로 진행되었는데 첫날부터 ‘한 소식 얻는’ 경험을 했다. 그저 편안히 앉아서 눈을 감고 강사가 틀어주는 음악을 듣는 게 다인 음악명상. 잡념이 올라오면 흘러가게 놔두라는 말까지 들으니 하나도 어려울 게 없었다. 처음 듣는 음악들은 어찌나 하나같이 편안하면
"이 선생님, 청와대와 민주당에 들어가 있는 운동권을 저는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 "어떤 낡은 이념에 따라 움직이는 괴물들 같아요." "글쎄요, 동의하기 어려운데요. 팩트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정치권에 들어간 운동권 출신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긴 하지만." "시대에 역행하는 사고를 하고 있고, 그것을 실현시키려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에 있는 운동권들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 쉽지 않거든요." "김 선생, 나는 정치권 운동권들이 차라리 이데올로기적이었으면 해요." "......" "정치권 운동권들은 대부분 기존 철학을 버렸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시대에 맞는 어떤 새로운 철학을 받아들인 것 같지도 않아요. 상당수는 타락했다고 봐요. 잘못된 정치 문화에 깊이 빠져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무슨 말씀인지 와 닿지 않는데요." "한편으로는 윤석열 사태가 그들의 자기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으니까요. 싸운 건 시민들이었지요. 중요한 화두인 정의 뿐 아니라 보다 세밀한 고찰이 필요한 공정의 시험대이기도 했는데 그들이 어떤 몸부림을 쳤는지 의문입니다. 이…
사람들은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타인의 잘못에 대해 너그러워진다. 그 반대 또한 진리이다.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의심할 여지없는 원칙이 있다. 그것은 만약 어떤 일이 선을 배반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다면, 그것은 진짜 선한 일이 아니거나 아직 그 일을 할 시기가 되지 않은 것이다. 신은 양심과 이성의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믿음의 불을 켜주고 있다. 폭력으로는 믿음의 불을 켤 수 없다. 폭력과 위협이 가져다주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공포이다. 그러나 믿음이 없는 사람, 방황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나무라서는 안 된다. 그들은 그 미망으로 인해 이미 충분히 불행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을 때는 그들을 나무라도 상관없지만, 오히려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들에게 반발심을 일으켜 그들을 더욱 돌아서게 만든다. (파스칼) 우리는 오히려, 과거의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일치의 기초를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마르티노) 신앙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억지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치적 수단으로 신앙을 도입하고 그것을 보호하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을 강요하면 오히려 증오를 불러일으키듯
과거 활발히 활동하고 인기가 있던 뮤지션의 소식을 종종 접한다. 이제는 TV가 아니더라도 유튜브 같은 대안 미디어들이 생산해내는 정보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다양한 채널에서 자신이 원하는 뮤지션의 모습을 능동적으로 만나볼 수 있기도 하다. 시간을 지나온 그들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이는 엊그제 본 것 같이 한결같은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전성기의 폼에서 많이 벗어났거나, 전혀 다른 음악 스타일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물리적인 퍼포먼스보다 오랜 기간 음악의 인생을 걸었던 그 모습에 대한 존경이 우선하기에, 응원의 자세로 음악을 듣곤 한다. 그래서 젊음의 에너지는 덜해도 오히려 깊어지고 넓어진 표현력으로 음악을 주무르는 모습에 감동할 때가 많고, 또 그렇게 그들의 새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한동안 잊고 지냈던 지난날의 기억과 맞물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 빌리 아이돌(Billy Idol)이라는 영국 가수가 있다. 70년대 제너레이션 엑스(Generation X)라는 펑크록 밴드의 보컬로 시작해 80년대의 뉴웨이브의 물결과 함께 정립된 펑크와 팝을 넘나드는 그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로 인기를 끌던 가수이다. 물론 같이하던 스티브
내년 3월로 예정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당이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선 레이스를 벌이고 있네요. 먼저 시작한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1차 컷오프를 거쳐서 여섯 명이 이합집산 성향을 서서히 드러내면서 난타전을 벌이고 있고, 제1야당 국민의힘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공방전 파열음을 터트리기 시작했군요.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는 이번에도 전쟁 같은 ‘죽기살기식’ 정쟁 추태는 사라지기 어려울 것 같지요? 선거가 치러질 적마다 등장하는 최대의 갈등 소재는 역시 ‘경선 룰’ 논쟁이에요. 규칙을 어떻게 정해야 자기에게 유리할까 하는 셈법이 작동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해요. 그래도 축구시합을 앞두고 경기규칙을 정하는 일에 선수들이 나서서 왈가왈부하는 일을 본 적이 없는 국민의 눈에 매번 보여주는 이런 드잡이 모습이 편치만은 않네요. 게임의 원칙은 어디나 마찬가지여야 할 텐데, 정치판으로 가면 영락없이 시끌벅적하니 짜증 나는 거죠.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별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경선의 한 방식으로 시작됐지요.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선출하는 방식으로서, 인기 있고 명망 있는 인물
과거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약 7년 전의 일인데, 그로부터 요즈음까지 정치권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비정상의 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것 같다. 이번 “우산 사태”를 봐도 그렇다. 기자의 요청 때문이라는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지만,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 든 젊은 공무원의 모습을 보면, 이유가 무엇이든 “이해의 한계”를 넘고 있다. 그런데 진짜 코미디 같은 일은 그 이후 벌어지고 있다. 요즘 대선 후보들이나 당 대표는 너도나도 스스로 우산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잠시라도 우산을 받쳐 주려고 하면 손을 뿌리치거나, 우산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팔에 힘을 주는 모습을 TV 뉴스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정말 “애 많이 쓴다”고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외국의 국가 원수들은 상당수가 자신이 직접 우산을 쓴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그냥 비를 맞는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메르켈 수상은 업무가 끝나면, 혼자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직장인이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이 모습은 더 이상 독일 국민들에게 신선한 모습이 아니다. 독일인들은 그냥 보통사람으로 돌아간 “수상의 일상”이라고 받아들이기
이성은 우리들에게 우리가 인생의 법칙을 배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배반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그것을 편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그 익숙한 생활을 방해하려는 이성의 목소리를 압살하려고 애쓴다. 사람은 자신의 생활이 양심에 합치되지 않으면 양심이 마비되어 생활에 장단을 맞춘다. 사격을 받고 있는 엄폐물 뒤에서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는 병사들은, 위험한 순간을 더 쉽게 견딜 수 있도록 애써 일거리를 찾는다. 사람들도 때때로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은 명예욕으로, 어떤 사람은 오락으로, 어떤 사람은 법률 문서를 씀으로써, 어떤 사람은 향락으로, 어떤 사람은 정치활동으로 그것을 견디고 있다. 폭풍이 나무를 뽑고 바위를 굴리지만 하루를 못 갑니다. 정말 크고 강한 것은 소리 없이 흐르는 맑은 시내입니다. 살진 들을 적셔 천하를 기르는 것도 그것이요, 모든 비, 바람, 구름, 물결을 일으키면서도 자기는 억만 년 노함도 흔들림도 없는 대양의 가슴을 채워주는 것도 그것입니다. 그리고 시내는 억억만만의 물방울이 음악 속에 하나 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시내보다도 더 무한히 큰 것은 역사의 흐름이요 그 흐름을 이루는 것은 씨ᄋᆞᆯ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