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취객들이 새벽을 몰고 왔다. 새벽은 구역질로 인육의 냄새를 뿌려놓고 발로 차고 부수며 화풀이도 모자라 독수리에 침을 뱉는다. 거친 삶들이 출렁이는 혓바닥 이 밤을 지나 아침까지 수많은 말들을 들어줄 재간이 내겐 없다. 송수화기에서 휴대폰소리 또다시 새벽을 깨운다. 해남에서 급행 통신선을 타고 달려온 아버지의 전언이다. 별일 없느냐? 아이구! 아버지께서 이 시간에! 밤새 꿈자리가 너무 안 좋아. 꿈속에서 내가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노인네 안심이라도 한 듯 어여! 들어가라 하신다. 자식 걱정하는 아버지는 꿈속에서 아들과 만났고 나는 술 취한 취객들과 긴긴밤을 보내고 있었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22년, 과거 관선 때보다 지역을 잘 아는 민선자치단체장들이 다양한 공약을 내세우며 지역의 숙원사업들을 적극 해결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북한강을 지척에 둔 가평군을 포함한 경기북부권 지자체의 경우 민선5기를 지나면서도 지난 수십년간 중첩된 규제로 인해 개인의 재산권행위는 물론 지역개발을 할 수 없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다른 지역들은 국가시책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나가며 발전하고 있지만, 가평군을 포함한 북부권의 경우 수도권이라는 허울만 가지고 있을 뿐 실제적인 지역구조는 농·산촌지역으로 농업과 소규모관광시설로 생업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규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수도권역차별로 인한 경기북부권의 발전은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나 수도권 자치단체장들의 요청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비수도권지역은 수도권의 과도한 성장과 집중은 수도권자체의 생산성을 악화시키고 다른 지역의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요인이라 생각하고 있고 형평성 위반이라는 논리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규제로 인한 북한강지역의 대표적인
요즈음 도시 고소득 가정 식탁에서는 진귀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노부부는 식사 후 블루베리를 30알씩 세어 나눠먹고 안경 쓴 손자에게는 눈 건강을 위해 어렵사리 구한 과실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과실이 기호품이 아니라 영양제로 취급받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블루베리는 여름에 수확되는데 ㎏당 3만원 정도로 다른 과실에 비해 많이 비싼 편이고, 시설재배로 봄에 수확되는 블루베리는 13만원까지 해 농촌에선 황금작물로 불리고 있다. 도시의 식탁과 농촌 들녘에 블루베리 열풍이 세차다. 블루베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타임지에서 슈퍼푸드로 소개되면서부터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과실이다. 인디언들이 야생과실 및 생약으로 즐기던 북미지역 원산 과수로 딸기보다 4~5배 높은 안토시아닌 성분은 노인성 백내장과 당뇨병성 망막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혈액순환과 시각기능 개선에도 아주 좋다. 안토시아닌 외에도 카테킨 등 다양한 페놀 화합물과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살아있는 영양제로 불릴 만하다.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블루베리에 함유돼 있는 성분을 추출해 의약품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생과를 하루 20~30알씩 3개
노래방은 사교의 장소로나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한 장소로 손색이 없다. 직장 회식이 끝나고 으레히 들르는 장소가 됐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목청을 높이면 우정이 돈독해지기도 한다. 가족들과 어울리며 노래자랑으로 이어지면 가족애도 무르익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노래방이 관리가 제대로 안돼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항으로 번진다는 점이다. 부산 도심의 한 노래주점에서 화재로 9명이 생명을 잃은 것은 너무나 허술한 방재관리가 초래한 참사다. 지난 5일 저녁 부산 부전동의 6층짜리 건물 3층에 있는 노래주점에서 불이 나 손님 9명이 숨졌다. 사망원인은 모두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나자 주점 주인은 손님들에게 화재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소화기로 직접 불을 끄려 했기 때문에 손님들이 대피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주점측이 미리 손님들에게 화재를 알려주고 119에 신고부터 한 뒤 진화를 시도했더라면 희생자가 줄었을 것이다. 이 노래주점은 방 사이의 방음처리를 위해 스티로폼 등 가연성 내장재를 사용했다. 화재로 이 내장재가 타면서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한 것이다. 화재사건에서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사가 많이…
경기도민 100명 중 3명은 외국인이다. 이 정도면 이미 다문화사회에 진입했다고 봐도 된다. 그러나 도민들의 다문화에 대한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특히 최근 ‘오원춘 사건’ 이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적대감이 많이 확산됐다. 지난 2011년 1월 기준 경기도 거주 외국인은 38만606명이나 된다. 이는 전국의 약 30%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들 중 절반이 넘는 사람(53.0%)이 근로자이다. 또 결혼이주자 및 자녀도 25%나 됐다. 이 시점에서 경기개발연구원의 다문화의식 실태조사가 눈길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조사결과 도민 59.4% ‘다문화 사회화 긍정적’이었지만 53.8%는 ‘범죄·사회안전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즉 도민들이 외국인들의 범죄로 인해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범죄 예방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밖에 불만 요소는 또 있다. 응답자들은 ‘사회복지비 증가’(19.7%), ‘자녀교육’(12.0%) 역시 다문화 사회화에 대한 불만 요소라고 응답했다. 특히 ‘불법체류자’(63.2%)를 가장 부담스러워했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단일민족이라는 자민족중심주의가 43.3%로 가장 높았다고 한다. 문화적 갈등초래도 2
올해도 어김없이 어버이날이 돌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준비한 선물과 카네이션을 들고 찾아가 맛있는 음식도 드시게 하고, 용돈도 드리고 온다. 물론 조금은 사는데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리라. 그마저도 어려운 사람들은 꽃바구니를 보내거나 통장으로 용돈을 송금해 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평소에 부모님을 잘 모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동안 사는데 바빠 본의 아니게 저지른 불효라는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보려는 마음도 없지 않다고 해야겠다. 요즘 같은 세태에 있어 효사상은 구시대의 낡은 유물로 취급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부터 아려오고 더러는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 언제나 괜찮다, 괜찮다 하시며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살아오신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 데 대한 후회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지금은 부모님이 근력이 있으시니까, 아이들 교육비 때문에 맞벌이를 해야 하니까, 집이 너무 좁아 나중에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 등등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잘 모시는 편이 좋을 거라는 나름의 이유는 있다. 예전에 교과서에도 실려 너무나 잘 알려진 청개구리 이야기가 있다. 항상 엄마 말을 안 듣고 반대로만 하는 청개구리를 두고 눈을 감으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오늘날 우리가 화가하면 흔히 떠올리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대표작 <감자 먹는 사람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등을 비롯해 8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런데 나는 그 많은 그의 그림들 중에서 <씨 뿌리는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 그 그림을 보면 내 고향인 해남의 논밭과 그곳에서 평생을 보내신 내 아버님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씨 뿌리는 사람>은 고흐가 고갱과의 불화로 귀를 자르고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 중에 밀레의 영향을 받아 그린 그림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밀레의 그림을 모사한 그림이다. 그러나 <씨 뿌리는 사람>은 단순한 모사품이 아니다. 당시 반 고흐는 밀레의 그림을 모사하는 것을, 다른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는 음악가와 같은 것으로 여겼다. 이 그림에는 씨 뿌리는 사람이 한 명 등장한다. 석양이 질 무렵에 씨를 뿌리는 사람은 반 고흐 자신이 아닐까 싶다. 씨 뿌리는 사람은 어둡게 보이지만 그리 슬퍼 보이지 않는다. 그 모습에서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갈등하고 화해하는 반 고흐의 내면이 엿보인다. 씨 뿌리는 사람에게는 어두
독일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중인 국가대표 구자철 선수가 최종전인 함부르크와의 경기에서 결승 헤딩골을 넣어 팀이 1:0으로 승리했다는 것이다. 1년 동안 고작 10경기에 출전해 2도움이 전부였던 구 선수가 아우크스부르크로 둥지를 옮긴지 불과 4개월여 10여 경기를 소화하며 ‘5골 1도움’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구 선수의 활약은 선수임대라는 방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했던 구 선수는 벤치만 지키다가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됐다. 볼프스부르크는 전력외 선수로 분류된 구 선수를 임대해 임대료를 챙겼고 아우크스부르크는 부족한 공격자원을 확보한 후 2부리그 강등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Win-Win’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구 선수나 팬들의 입장에서는 ‘Win-Win’을 넘어 ‘Win-Win-Win’으로 받아들여진다. 구 선수는 자신의 활약으로 더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소비자인 관중들은 좋은 경기를 관람하는 특권을 누렸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정책도 이같이 Win-Win(상생)에서 Win-Win-Win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됐다. 최근 자리를 함께한 경기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각종 정책을…
盛年不重來 젊은 날은 두번 다시 오지 않는다 하루는 두 번 새벽이 오지 않는 것(一日難再晨, 일일난재신)이니, 지금 즉시 부지런히 힘쓰라.(及時當勉勵, 급시당면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 세월불대인) 이 글은 중국의 도연명(陶淵明)이 면학(勉學)을 위해 쓴 글이다. 화살처럼 흘러가는 것이 인생인데, 그 가운데 젊은 시절은 짧고도 귀중하다. 그러기 때문에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뜻이다. 도연명뿐 아니라 주희(朱憙)나 이백(李白) 등도 짧은 인생을 자연에 비유해 쓰기도 했고, 그 밖에 많은 사람들이 권학문(勸學文)으로도 남기고 있다. 인생을 조로(朝露, 아침이슬)라 읊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느 날 자기의 백발을 보고 탄식한 이백은 그때부터 말술로 남은 인생을 보냈었고, 송나라 주희는 푸르던 오동잎이 매말라 떨어지는 것을 보고 벌써 가을이구나 하며 흐느꼈다. 두보의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은 1천300년 동안 이어져오고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도 50세에 죽고, 돈을 산처럼 쌓아두고 오래 살려고 몸속을 흐르는 피를 젊은 피로 갈아넣었다는 국내 대기업 총수도 70세를 전후에 떠나기 싫어 몸부림치다가 이승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