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누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 소비자들은 소위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서 해당 브랜드를 표방하면서 실제 건물을 건축한 시공사나 건설회사가 하자에 대한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하자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분양계약서에 기재된 분양자가 현재는 폐업을 하여 분양자를 상대로 소송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집합건물법에서는 하자담보책임의 주체에 관하여 ‘건물을 분양한 자’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시행사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분양자인 시행사는 하자에 대한 소송의 상대방이 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브랜드 아파트를 짓고 있는 건설사들이 시공사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들은 하자소송의 상대방이 될 수 없다. 이들은 수분양자들과 직접 분양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에는 예외적으로 분양자가 하자보수에 기한 손해배상을 할 수 없는 무자력인 경우에는 채권자대위권이라는 법리에 따라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즉, 민법 제404조의 채권자대위소송을 통해서 도급계약에 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이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인식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여기서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자체의 옳고 그름이나 적절성을 평가하기보다는, 이번 정책 발표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 내부의 소통 혼선에 주목하고자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27일, '가계 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수도권 및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해당 조치에 대해 "기재부에서 나온 대책으로 알고 있으나, 대통령실의 대책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어 "부동산 대책에 대해 어떠한 입장이나 정책도 내놓은 바 없으며, 다양한 대책과 의견을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이후 대통령실이 "부처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해명을 발표했지만, 이로 인한 국민적 혼란은 불가피했다. 부동산 문제는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정책 시행 의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안은 두 가지 측면에서 면밀
지금 남북관계는 굳은 빗장으로 닫혀 있다. 2023년 12월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가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북남관계는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 로 규정하였다. 이것은 1991년 노태우 정부와 북한(김일성)이 체결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남북관계는 모두 동결되었고 군사적 충돌위험 마저도 상존하였다.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시작된 이재명 정부는 어떻게 남북관계의 물꼬를 열어야 할 것인가? 1990년 10월 3일 동서독 통일 이후, 1991년 12월 13일 노태우 정부는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전문, 25개조)를 채택하였다. 합의서는 그 이후 남북관계의 기준이 되어왔으나 국회의 인준을 얻지 못해 법적 근거를 갖지 못하였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관계는 곤두박질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쌓아올린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 와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촛불혁명 이후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남북관계는 윤석열 정부에서 허물어졌다. 마치 ‘널뛰기’ 하듯이 남북관계는 요동하였다. 그러므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일까지 열리는 ‘서울시 중장년일자리 박람회’에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층의 열기가 뜨겁다는 소식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취업난이라는 요즘, 이같은 자리는 재취업을 열렬히 희망하는 이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개최한 만큼 아직 전국적 규모의 행사는 아니다. 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각 지자체마다 중장년층을 위한 재취업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면 좋을 듯하다. 새 정부가 정년 연장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긴 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퇴직연령은 49.4세다. 조기퇴직자가 정년퇴직자보다 많은 것이다. ‘60세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전쟁터 같은 회사를 나와 지옥 같은 삶을 맞닥뜨리는 이들의 현실은 상상만으로도 암담하다. 이번 박람회에는 현대홈쇼핑, LG하이케어솔루션 등 120여개 기업이 참여해 총 1600여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한다고 한다. 구직자 1600명이 경력을 살려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희망적인 소식은 또 있다.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가 6개월 동안 60세 이상 시니어 433명의 일자리를 찾아줬다는 것이다. 일할 의지와 역량은 있지
2025년 6월 23일이 이재명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안규백(국방부)·정동영(통일부)·조현(외교부) 등 12명의 장관(국무조정실장 포함)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번 인사는 정치권, 관료 출신, 민간 전문가 등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포진시킨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지역별로 수도권 2명, 호남 4명, 대구·경북 2명, 부산·경남 2명, 충청권 1명, 강원권 1명으로 균형을 고려한 점과 특정 대학에 치우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이번 새 정부의 인사를 조선시대 인사원칙과 비교하면 어떨까? 이번 인사는 국회의원 출신이 6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우며, 정무직 역량을 중시한 구성이다. 동시에 LG AI 연구원장이었던 배경훈, 네이버 대표 출신인 한성숙, 노동계에서 활동한 김영훈 등 사회 각계 전문가를 발탁해 실무 능력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조선시대 인사제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과거제 합격자와 함께 ‘천거제(薦擧制)’를 통해 덕성과 실력이 뛰어난 인재를 관직에 기용했던 조선시대의 전통과 유사하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전관(前官)의 평판과 근무 성적을 중시했는데, 이번에도 다수의 전직 관료와 공직 경험자를 중심으로 인사가 이루어
“내년에는 전담을 맡으면 좋겠어요.” 최근 몇 년 사이, 교사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다. 학급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은 어느덧 교육계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담임을 맡지 않는 것이 더 이상 예외나 소극적인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이 되어버린 것이다. 담임 기피 현상이 이토록 뚜렷해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행정 업무의 과중함이 있다. 공문과 회의, 수시로 바뀌는 지침에 따라 정리해야 하는 각종 문서들, 여기에 학부모 상담과 학생 생활지도까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보다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교사들의 목소리 중엔 수업이 쉬는 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라는 자조도 있다. 교육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려난 채, 하루의 대부분을 서류 처리에 소진하는 구조가 담임 교사를 소모시키고 있다. 둘째는 학부모와의 갈등이다. 일부 학부모는 교사 개인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다. 늦은 밤이나 주말에 연락하고, 학급 운영 전반에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과도한 민원을 제기한다. 교사의 모든 말과 행동이 기록되고 감시되는 듯한 압박 속에서, 교사는 불안과 긴장을 안고 하루하루를 버텨야 한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민원은 담임 교사의 심리적…
'정조실록' 1794년 4월 2일에 “금천(衿川)에 행궁(行宮)을 지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금천은 임금이 머무는 행궁이 있는 고을이 되었기 때문에 다음 해 2월 1일에 지방관을 종6품의 현감에서 종5품의 현령으로 올려주었고, 고을의 이름도 옛 이름 중 하나였던 ‘이제부터 흥한다’는 뜻의 시흥(始興)으로 바꾸었다. 시흥행궁의 완성은 화성행궁-현륭원 가는 길을 과천길에서 시흥길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결과다. 그런데 과천길에 비해 시흥길은 돌아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멀다. 경기도의 남서부, 충청남도, 전라도, 경상도 서남부의 사람들이 괜히 시흥길이 아니라 과천길로 서울을 오간 것이 아니다. 김정호의 '대동지지'에는 서울로부터 화성행궁과 현륭원까지 과천길이 각각 70리와 90리인데 반해 시흥길은 80리와 100리로 10리가 더 멀게 기록했다. 그럼에도 시흥길로 바꾼 이유를 경기감사 서영보는 이렇게 말했다. “현륭원에 거둥할 때의 길가에 있는 지방 가운데 과천 지역은 고갯길이 험준하고 다리도 많기 때문에 매번 거둥할 때를 당하면 황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누를 길이 없습니다. …(중략)… 여러 차례 편리한 방도를 생각해보라는 명이 있었기에 전후의 관찰사들이 모두 금천으
나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 지역에 살고 있다. 내가 이곳에서 산지도 벌써 20년이 넘어선다. 그러고 보니 지나온 삶의 약 1/3을 보낸 셈이다. 용인은 도시와 농촌이 병존하는 도농복합공간으로, 주거 인구수가 100만 명에 달해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과 비슷하다. 용인시의 한 행정구역인 수지는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주거지역으로, 직장생활을 마친 노년층이 다수 살고 있다. 나 역시 그중의 한사람이다. 용인 사람들은 서울시민의 기준에서는 시골살이를 하고 있다. 그러기에 감수해야만 하는 다소의 불편함과 애로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경조사 참석과 지인들과의 만남을 위해 서울 나들이를 할 때 겪게 되는 교통난이다. 즉 교통체증으로 답답함을 느끼거나 대중교통 환승에 따른 불편함과 시간 소비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 서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재산증식이 되지 않는 것도 이따금 나타나는 가슴앓이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 살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이런 불편함과 고충을 훨씬 뛰어넘는다. 우선 숲이 많아 공기가 상대적이지만 맑고 깨끗한 편이다. 여기서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사시사철 창문을 열어놓고 살 수 있다. 한여름에도 창문만 열어놓으면 그나마 청량한 바람을 느낄
지난 5월 지역균형 발전 사업 평가 위원으로 경기 북부 ‘삼천(동두천, 포천, 연천)’을 방문하였다. 프리미티브한 대자연이 펼쳐진 이곳에 발을 디디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손상되지 않은 자연, 신선한 공기, 풍부한 먹거리, 사람이 살기에 이 보다 좋은 곳은 없으리라. 한 가지 흠이 있다면 큰 병원과 문화시설이 빈약하다는 것. 이 점만 잘 보완하면 ‘삼천’은 지상낙원이라 할 수 있다. 부족한 의료 시설은 원격 진료센터를 설치하여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서구에서는 저밀도 지역의 부족한 의료시설을 원격 진료센터 설치로 보완 중이다. 프랑스는 2001년부터 이 방식을 추진해 왔지만 사회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2018년 오메디스(Omedys)라는 회사가 설립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두 전직 응급의학과 의사가 원격 상담 전용 진료실 두 곳을 오픈한 것이다. 금상첨화로 이해 9월부터 원격 진료가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고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바야흐로 원격 의료의 시대가 시작됐다. 원격 의료는 병원 응급실의 부담을 덜어주고 특히 시골, 교외 등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 의사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접근성을 높여 준다. 또한 환자와 의사의 진료 시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모든 화두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AI가 아닌 그 무엇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여유조차 쉽지 않다. 쏟아지는 새로운 개념, 기술, 서비스 등을 쫓아가려 하지만 변화의 방향이나 크기는 가늠조차 어렵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부문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문가 전망이 며칠 사이 겸연쩍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언급이 잦은 소버린(sovereign) AI는 한동안 우리 AI 산업 전반의 가늠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네이버에 따르면 “소버린 AI는 각 국가가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해 그 국가나 지역의 제도, 문화, 역사, 가치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AI”다. 이를 판단하는 합리적 기준은 “기술적 자립 여부보다는 해당 국가가 사용하는 AI에 자국의 가치관과 윤리, 문화적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그리고 해당 국가의 이익과 존속을 지켜낼 수 있는지”다. 잘 알려진 것처럼 현재 AI 분야의 세계 패권은 미국과 중국이 가지고 있다. 이들의 AI 시장 점유율, 투자 및 인프라 비율, 특허 비율은 절대적이다. 이들이 어떤 국가, 어떤 언어를 중심으로 데이터 학습을 했는지는 뻔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