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지역경제로 인해 군민 모두의 몸과 마음이 여유가 없어져 가는 것 같다. 없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좀 있다고 하는 사람도 마땅한 일자리를 못 찾아서 가지고 있던 재산마저 매일 곶감 빼먹듯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힘에 겹고 시련에 부딪칠 때일수록 근검과 절약을 생활화 했던 선조들을 본받아야 할 때이다. 여성단체협의회에서 지난 4월부터 매주 목·금요일 개최하는 ‘아나바다 장터’도 현재의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적절한 사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지역에서 행사 개최를 이유로 협찬 요구를 자제하고 검소하게 치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군민의 높고 현명한 의식수준을 느낄 수 있어 군민으로서 마음이 뿌듯해짐을 느끼며 우리군의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지난 13일 개최된 모 동우회 주관 ‘제19회 60년대 선·후배 체육대회’에서 제작 배부된 책자는 협찬 또는 찬조광고가 없었다. 기수별로 돌아가며 개최하는 이 행사는 관례적으로 행사비 마련을 위해 지역 내 업소 및 기업 등으로부터 광고홍보를 이유로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씩을 협조 받고 거의 한 번밖에 쓰지 않는 책자…
조선시대에 격쟁(擊爭)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임금의 행차 때 징이나 꽹과리를 친 뒤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제도다. 조선 정조(正祖) 때는 사회 기강을 위협한다며 신하들이 격쟁을 반대하자 정조는 “고할 데 없는 저 불쌍한 백성들, 저들은 실로 죄가 없다. 그렇게 만든 자들이 죄인이다”로 일갈했다고 한다. 소통을 중시했던 정조 때의 격쟁 건수는 1천300여건으로 이전보다 두세 배에 이르렀으며, 암행어사나 관리를 보내 철저히 검증케 했다. 사회가 변화해 가면서 현대적 청렴의 의미도 변화됐다. 특히 소방에서의 청렴 의미는 공정성, 투명성, 책임성을 넘어 직원 상호간, 소방과 시민 간 소통의 단계로까지 진화했다. 그 답은 한 나라의 청렴도를 판단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해줄 자료가 있다. 바로 국제적인 부패 감시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1995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청렴도순위인 ‘부패 인식지수(CPI)’이다. 2012년 12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183개국 가운데 덴마크, 핀란드, 뉴질랜드가 100점 만점에 90점을 받아 청렴도가
눈이 부시도록 푸른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지난 10월 1일 나는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으로 향했다. 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 병역명문가로서 초대 받았기 때문이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많은 인파에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됐다. 이곳은 나에게 뜻 깊은 장소이다. 40년 전에 이곳에서 처음으로 군대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고생도 많이 했고 첫 외출을 나갔을 때는 밤이 아닌 낮에 나가다보니 길을 몰라 헤매기도 했다. 또 당시에는 이 부대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불편한 게 많았는데 지금은 사방을 둘러보아도 그 당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많이 변하여 하나도 못 알아 볼 지경이다. 여기서 나는 6개월 뒤 김포로 갔지만 아직도 이곳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 지정해준 단상으로 가니 영광스럽게도 대통령이 계신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게 됐다. 식전 행사로 육군 군악대 취타대를 시작으로 육·해·공군과 해병대 의장대의 멋진 시범과 전통무예 시연을 한다. 대통령께서 입장하시고 1만명이 넘는 군인이 충성소리와 함께 경례를 하자 예포를 쏘아 올린다. 그 소리와 공기의 흔들림이 충격파가 돼 내 가슴까지 후련함을 느끼게 한다. 열병과 시상식 그리고 대
몇 달 전 TV에서 신고출동나간 지구대 순찰차 보닛 위를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2명이 올라가 뜀뛰기 하고 지구대로 연행돼서도 지구대 문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리는 보도 내용을 보면서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 나라의 공권력은 합리적인 법과 제도, 그리고 법규를 준수하고 실천하려는 국민의 노력과 의지에 따라 확립된다. 서구 선진국가 경찰관들의 공무집행 과정이 TV로 자주 방영되는데 국민들이 저항하거나, 관공서 집기 및 순찰차를 부수는 일은 없다. 그들도 경찰관의 법집행에 대한 불만이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대화나 추후 이의제기를 통해서 해결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아직도 관공서의 업무처리가 자기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큰소리 치고, 담당자에게 온갖 욕설을 다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관공서 책상이나 컴퓨터 등 집기류를 부수고, 심지어는 다음날 술 취해 차량을 몰고 파출소 돌진한다. 이렇듯 우리사회 의식구조 저변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관공서를 불신하는 문화가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경찰관서에서 소란 난동 등 행위가 558건 발생해 전원 즉결처분이나 형사입건 조치했고, 경찰관의 공무집행 방해나 경찰관서 기물 파손하는 사람에게 변호
오랜 만에 이어령 선생의 에세이집 『지성채집(知性採集)』을 펼치니 <환상의 옷을 입은 일본론>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 동경대학 교수 도이다 케로우(土居健郞)의 롱셀러 『아마에(甘え)의 구조』를 보면 “일본인 심리에 특이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일본어의 특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일본어에 ‘아마에(甘え)’라는 말이 있다. 어느 날 도이 교수는 일본어에 능통한 영국 부인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 부인은 영어로 얘기하고 있었는데 환자인 자기 자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일본어로 ‘아마에(甘え)’가 들어간 말을 하였다. 왜 그 말만 일본어로 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이러했다. “영어에는 그와 같은 말이 없기 때문이다.” 도이 교수는 이 말에 무릎을 쳤다. 이것이 ‘아마에’가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어휘라는 확신을 갖게 된 근거이다. 영어에 없으니까 곧 일본어에만 있는 것이라는 엉뚱한 논리는 영어와 서양을 세계의 전부로 생각하는 일본인의 환각 증세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이어령 교수는 말한다. 『아마에(甘え)의 구조』처
핀란드의 공직자 행동강령에는 공무원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있다. “공무원에게는 따뜻한 맥주와 차가운 샌드위치가 적당하고 그 반대가 되면 위험하다.” 이 말은 청렴한 공직자란 어떠해야하는지 쉽게 그리고 아주 간명하게 나타내주고 있다. 조금은 부족한 듯 주어진 것에 자족하며 청렴한 생활을 견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소방서장직을 부여 받기 전 수년 동안 공직자의 청렴향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나름 경기소방의 청렴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크게 신장되었고, 또 그렇게 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소방공무원 모두의 투명한 행정절차와 청렴도 향상을 위한 노력의 결실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민원업무의 신속성과 업무의 투명성 향상을 위한 많은 모니터링을 통해 민원인의 입장에서 업무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업무 전반에 걸쳐 투명성과 공정절차에 의한 처리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 간혹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함께 십 수 년을 근무했던 동료를 박정하게 대한 적도 있고, 잘못의 사소함을 이유로 억울하다 항변하는 사람에게도 엄정한 법률적 처분을 하는 데 마다하지 않았다. 경기소방공무원 모
쌀은 전 세계 인류의 40%가 주식으로 하고 있을 만큼 보편적인 음식이다. 외국인과의 교류가 대폭 늘어난 요즈음 외국인들이 우리 비빔밥을 즐기고 떡을 먹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추석이 지나고 필자는 한인 교포가 많이 살고 있는 미국 LA와 샌디에이고 등지에서 경기도 농특산물을 홍보하는 판촉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미국 H마트와 도내 농특산물의 미국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한 바 있다. H마트는 불과 10여년 사이에 미국 13개주에 41개의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로 성장한 업체다. 미국 현지에서 만난 마트의 점장은 ‘미국 시장에서 유망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필자의 질문에 거침없이 경기미라고 답했다. 그러나 낮은 가격과 맛있는 쌀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 쌀 칼로스가 있는데 경기미가 경쟁력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 거듭 질문을 했지만 돌아온 답은 미소와 함께 ‘예스’였다. 점장은 경기미가 품질도 좋고 맛도 뛰어난 데다 가격도 비싸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경기미의 가격은 그 매장에서 제일 비싼 값에 팔리는 일본계 품종 쌀보다 높은 가격이
청소년들이 자살하는 이유 중 학교폭력에 의한 자살이 심각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10~24세) 인구 10만명단 자살률은 2000년 7.7명에서 2010년 6.5명으로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6.4명에서 9.4명으로 4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하는 청소년 중 5명에 1명꼴로 학교폭력이 직접 원인을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신종 학교폭력이 등장했다. 단순한 예전의 방식을 넘어 지능적으로 괴롭히는데, 그 정도가 심각하다. 문제는 기존 기성세대들은 잘 모르는 신종 학교폭력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어른들이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신종 학교폭력도 알아야 한다. 힘이 강한 학생이 비싼 운동화를 약한 학생에게 보여주고 그 제품을 강압적으로 구매하게 하는 신발셔틀이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알기 어렵다. 만약 피해가 알려져도 친구끼리 선물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증거확보가 어렵다. 등교와 하교를 힘들게 만드는 버스셔틀이 있다. 많은 아이들이 버스를 이용한다. 요즘은 현금보다는 교통카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더욱 쉽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스마트폰 채팅 어플을 이용해 단체로 욕설과 비방을 하는…
공직생활 20여년 동안 바쁜 일상 속에서 직장과 가족을 먼저 챙기느라 나 자신을 제대로 돌아볼 여유가 없던 나에게 중국연수의 기회가 주어졌다. 너무 기쁘고 “정말 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복잡했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뒤로 하고 6월17일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중국 랴오닝성의 심양 공항에 도착하니 랴오닝성 정치경제학원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비로소 중국에 왔다는 실감이 났고, 환영해 주는 그들의 모습 또한 인상 깊었다. ‘당교’라고 불리는 교육원에 도착한 후 기숙사에 짐을 풀고 식당으로 갔다.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향채’를 거의 넣지 않은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랴오닝성과 경기도가 10년 넘게 오랜 시간 교류하며 연수생들을 위해 하나하나 배려의 손길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입교식과 함께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 첫 일정은 백두산 방문이었다. 6월18일 아침 일찍 백두산을 향해 출발, 장장 9시간의 긴 여행을 했다. 한반도를 통해서가 아닌 중국을 통해 백두산에 오르는 현실, 이름도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이라 부르는 곳을 오르며 분단의 아픔을 실감할 수 있었다. 중국어 수업을 시
‘읍참마속’이라는 말이 있다. 제갈량이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목을 베어버린 데서 비롯된 말로, 공정함이나 더 큰 가치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사사로운 것을 버린다는 뜻이다. 대중을 이끌어 나가고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사사로운 인정을 떠나 공정하게 법을 운용해야 된다는 말이다. 요즘 가장 논란이고,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게 바로 학교폭력이다. 마속의 일화는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그 대상이 촉나라의 마속처럼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라는 점, 한순간의 호기로 패전이 된 것처럼, 깊게 생각 않고 호기로 일을 저지르는 청소년 범죄와 유사하다. 하지만 제갈량이 촉나라 전체의 붕괴를 우려하여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머리를 벤 것처럼, 학교폭력의 가해자도 엄정 대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말의 여지없이 엄정대처는 잘못된 것이다. 청소년 문제는 교화와 선도가 최우선 방침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청소년이기 때문에, 혹은 교화와 선도의 명분을 내세우다가 피해자가 다시 제2, 제3의 피해를 받고 트라우마가 남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학교폭력 만큼이나 경찰의 엄중한 법집행이 요구되는 것이 기초질서다. 근래